인공지능 시대와 공감력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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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와 공감력 교육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21.02.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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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_ 논설고문 칼럼

이인화의 소설 『2061년』이 최근 출간되었다. 소위 인공지능 시대의 삶을 다룬 SF 소설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미합중국 대통령은 인간과 기계의 결혼으로 태어난 혼종이다. 인공지능을 관리할 수 있는 특별한 인공지능을 갖춘 호모 마키나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소설 속의 현실이긴 하지만, 현재의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감안하면 소설 속의 세상이 현실화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다.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 소위 인공지능 시대다. 인간이 하던 일과 기능을 이제는 기계가 감당하게 되었다. 이런 삶의 환경 변화는 어쩌면 인공지능이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양상으로까지 변해 갈 수도 있으리라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려 들수록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생각하고 느끼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물음이다. 도대체 인간이 생각하고 느낀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부단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지닌 기계적 판단의 본성을 다시 묻고 그와 구별되는 인간적 사고의 고유한 특징을 생각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인간 본성 중 인공지능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부분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인간의 본성과 감성을 극대화해나가야 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이 지닌 감성과 본성을 넘어서는 선까지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제대로 이루어 나가지 못하면 인간은 인공지능에 완전히 예속되는 신세를 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과학의 발전과 물질적 풍요가 오히려 인류와 인류가 살아가는 기반인 지구환경에 재앙으로 다가오는 시대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인간은 과학기술 발전의 의미와 함께 그 한계와 문제를 부단히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우주 안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이 우주의 주인은 진정 누구인지를 쉼 없이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인류는 지금 생태계 파괴로 인해 빚어진 지구온난화가 지구촌 전체의 침몰과 현대문명의 종말을 예기케 하는 현상들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면 인간의 본성 중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되면 될수록 기계적 본성과는 확연히 변별되는 것은 인간이 지닌 공감력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타자와의 관계로부터 빚어지는 공감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간이 지닌 이 공감력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능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런데 이 공감력이 초기 사회화 과정부터 제대로 교육되고 훈련되지 않으면 사회적 주체로서의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매우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이러한 공감력을 바탕으로 한 관계성이라고 본다면, 향후 공감력은 인간의 생존을 가능케 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감력은 타자를 인식하고 수용하는 힘이다. 공감력이 부족하면 할수록 주체 중심적인 사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종국에 가선 주체의 욕망대로 모든 대상을 타자화, 수단화해버린다. 지금 인류가 직면해 있는 대부분의 파국적 상황은 관계성을 전제로 한 인간의 공감력이 상실된 것에 기인한다. 고등생물체인 인류가 먹이사슬의 최상위를 차지하며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공감력 상실이 초래할 부정적인 결말을 미리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들이 주류가 되었을 때는 크게 달라져 있을까? 현실만 놓고 본다면 결코 낙관할 수 없다. 개인주의적 가치관으로 키워지고 무장된 젊은 세대들에게 공동체성을 갖춘 역량 있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도 공감력의 교육은 절실하다. 나를 넘어서 우리, 우리를 넘어서 지구 전체로 시야와 의식을 넓히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안들을 해결할 가능성은 점점 요원해질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세대들을 위한 본격적인 공감력 교육을 전방위적으로 펼쳐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공감력을 활성화시키는 가장 좋은 매개는 문화예술 활동이다. 단순한 향유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나 기회들을 만들어 주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현재 대학의 학제는 문화예술 관련 영역에 대한 경험은 일반 학생인 경우,  교양선택 과목이나 학생들 스스로의 동아리 활동으로 한정되어 있다. 학제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도 문화예술 영역에 대한 관심과 공부는 주변부로 내몰려 있다. 이를 중요한 한 영역으로 학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문화예술 활동만으로 지구촌 현안들을 자신의 문제로 삼아갈 수 있는 공감력을 가지기는 힘들다. 더불어 관련된 사안들에 대한 실천적 경험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제도화해야 한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인공지능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앞두고, 대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실질적으로 고민할 때이다. 기계적 본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성의 형성을 위해 지체할 여유가 별로 없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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