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파괴의 세상에서 돌봄과 공생의 세상으로!
상태바
갈등과 파괴의 세상에서 돌봄과 공생의 세상으로!
  • 김세정 충남대학교·철학
  • 승인 2020.10.04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을 말하다]

■ 책을 말하다_ 『양명학, 돌봄과 공생의 길』 (김세정 지음,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542쪽, 2020.08)

필자는 2006년에 생명철학의 관점에서 양명학을 새롭게 다룬 『왕양명의 생명철학』(2006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을 출간하고, 2017년에는 생태철학과 유학사상을 융합한 『돌봄과 공생의 유가생태철학』(2018 세종도서)을 출간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로 『양명학, 돌봄과 공생의 길』을 제작하고, 『양명학, 돌봄과 공생의 길』이란 저서를 출간하였다.

18세기 중반에 시작된 산업혁명은 제1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제4차 산업혁명이 이야기되고 있다. 수 세기 동안 진행된 전 지구적인 산업화 과정은 인류를 풍요롭고 문명화된 사회로 발전시켜 주려는 목표로 진행되었다. 산업화 과정의 결실로 인간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맛보고 있지만,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욕망 충족을 위해 자연을 도구화하여 남용하고 파괴하고 오염시킴으로써 기후위기와 같은 재앙, 지구는 물론 인간 자신의 생존조차 위협하는 ‘전 지구적 생명 위기’를 초래하였다.

현대 한국사회를 진단할 때 ‘소비문명사회’, ‘자본주의사회’, ‘신자유주의 시대’, ‘자유시장경제체제’라고 이야기 한다. 물질을 최고 가치로 삼는 이러한 사회는 개개인의 무한한 욕망 충족을 위해 인간조차도 삶의 동반자와 상생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무한경쟁의 사회이다. 특히 신자유주의는 말 그대로 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동료라는 개념조차도 사라져 버린, 그래서 경쟁자만 남아 서로 밟고 올라서서 승자가 돼야 하는 승자독식의 사회, 무한경쟁의 사회이다. 이러한 무한 경쟁은 우리 사회에 갈등, 소외, 빈곤, 차별, 폭력, 자살 등 생명을 죽이는 수많은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본 저서는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서로에 대한 배려와 돌봄과 나눔을 통해 경쟁과 갈등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한 몸으로 공생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먼저 자연생태계 파괴와 소비문명으로 인한 생명 위기의 다양한 현상과 원인들을 진단하고, 생명철학, 환경철학, 돌봄철학과 같은 새로운 관점에서 공자유학, 맹자유학, 『주역』과 『중용』의 유학, 양명학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독자들과 함께 ‘돌봄과 공생의 길’을 떠나고자 한다.

▲ 왕양명 초상
▲ 왕양명 초상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간의 생명이 손상되는 생명 죽임의 시대에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대저 사람은 천지의 마음이다. 천지만물은 본래 나와 한 몸이므로, 살아있는 존재물들(生民)의 고통은 무엇인들 내 몸에 절실한 아픔이 아니겠는가? 내 몸의 아픔을 알지 못하는 것은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없는 자이다.”라는 왕양명(王陽明; 이름은 守仁, 1472~1528)의 말이다. 인간의 마음인 시비지심 즉, 양지(良知)는 인간이 천지만물과 감응하는 주체이자 천지만물의 생명 손상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는 통각의 주체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자신의 몸을 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이 질병에 걸리거나 손상되면 아픔을 느끼고 그 아픔을 참을 수 없기에 그 상처를 치료하고 보살핀다. 양지를 통해 나는 자연존재물이나 타인과 남이 아닌 한 몸이 된다. 따라서 감응과 통각의 주체인 양지를 회복하는 일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에 영남대 최재목 교수(전 한국양명학회장)는 추천사에서 “양명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협업적 돌봄과 보살핌, 아픔의 공감과 따스한 배려, 살림과 상호존중, 즉 자기규율=이성과 구원(구제) = 자비라는 양축을 균형 있게 설파하는 철학사상이자 윤리학이다. 이 책은 전 지구적 생태계 위기와 환경철학을 염려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탁월한 교재가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 정인보 흉상
▲ 정인보 흉상

무한경쟁으로 인한 갈등과 소외와 빈곤과 자살로 인한 고통의 시대에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글은 “본심이란 감통(感通)에서 살고 간격(間隔)에서 죽는다. 만일 백성들의 병으로 인한 아픔이 곧 나의 병으로 인한 아픔으로, 백성들의 어렵고 고생스러움이 곧 나의 어렵고 고생스러움으로 느껴서 서로 통함이 내 몸에 있을 것 같으면 스스로 빠르게 뛰어다니며 돕고 구제함을 그만두지 못할 것이다.”라는 한국양명학자 정인보(호는 爲堂, 1893~1950)의 말이다. 본심양지에 의한 나와 너 사이의 간격이 없는 감통은 ‘생명 살림’을 의미한다면, 나와 너 사이의 간격은 곧 ‘생명 죽임’을 의미한다. 양지의 감통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고난과 고통이 곧 나 자신의 고통과 아픔으로 느껴지고, 내 마음이 고통스럽고 아프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고난과 고통으로부터 구제하고 돕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게 된다. ‘본심양지의 감통’은 바로 간격이 없는 너와 나, 즉 우리가 함께 사는 길을 의미한다. 이에 김교빈 교수(한국철학사상연구회 이사장)는 추천사에서 “위당 정인보는 주자학 중심의 조선 사회를 ‘알맹이 없는 거짓의 역사’로 규정하고 그 대안으로 ‘참 마음(實心)’에 기반 한 양명학을 제시하였다. ‘참 마음’은 나와 남의 간극이 없기 때문에 남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남의 바람을 내 바람으로 여기는 마음이다. 따라서 버려둠이 아닌 돌봄을, 소수의 삶이 아닌 더불어 삶을 지향한다. 이 책은 그런 양명학의 특징을 교양 강좌를 통해 현대사회의 이론과 실천으로 되살려 내는 소중한 작업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본 저서는 독자들이 ‘돌봄과 공생의 길’에 대한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유학에서의 다양한 내용들을 학습한 이후에 다양한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찾아 나갈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1장 ‘현대문명이 마주한 생명 위기’에서는 현대 문명의 다양한 생명 위기의 원인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독자들 스스로 시대문제를 진단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2장 ‘사랑과 공감의 공자유학’과 3장 ‘돌봄과 행복의 맹자유학’과 4장 ‘상생과 공생의 유교’에서는 양명학의 뿌리가 되는 선진유학의 두 가지 전통(‘공자와 맹자의 유학’과 ‘『주역』과 『중용』의 유학’)을 돌봄과 공생의 길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재구성하여 인간사회에서의 돌봄과 공생의 방안 및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고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봤다.

▲ K-MOOC 양명학
▲ K-MOOC 양명학

5장부터 11장까지는 이 저서의 제목인 『양명학, 돌봄과 공생의 길』에 맞추어 양명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5장과 6장 ‘왕양명의 돌봄과 공생의 삶’에서는 왕앙명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백성들에 대한 왕양명의 돌봄과 공생의 과정들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7장부터 11장까지 총 5개장에서는 양명의 주요한 학설들을 중심으로 양명이 추구하는 ‘돌봄과 공생의 길’의 철학적 근거와 내용에 대해 살펴봤다. 7장 ‘천지만물과 인간이 한 몸인 세계’에서는 ‘천지만물일체설’을 중심으로 양명의 ‘인간을 중추로 한 유기체적 세계관’의 체계와 특성에 대해 살펴보고, 8장 ‘돌봄과 공생의 참다운 인간’에서는 양명의 ‘성인관’과 ‘심즉리설(心卽理說)’을 중심으로 양명이 추구하는 참다운 인간, 즉 돌봄과 공생의 주체인 인간의 본성과 생명 창출 과정에 대해 알아봤다. 그리고 9장에서는 ‘감응과 통각의 주체인 양지’라는 주제로 성인됨의 근거이자 천지만물과의 감응 주체로서의 인간 양지의 다양한 함의와 특성들을 생명의 문제와 관련하여 새롭게 설명하고, 10장 ‘돌봄과 공생의 양지 실현의 길’에서는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과 ‘치양지설(致良知說)’을 중심으로 양지 실현의 필요성과 다양한 양지 실현의 방안들을 돌봄과 공생의 관점에서 다루었다. 11장 ‘양지 실현과 참된 즐거움’에서는 양지 실현을 통해 도달하는 ‘천지만물일체’의 경지와 ‘스스로의 만족’과 ‘참된 즐거움’의 경계와 그 의의에 대해 살펴봤다.

마지막 12장부터 15장까지는 현대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다양한 시대문제들과 관련하여 돌봄과 공생의 철학으로서의 양명학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와 양명학의 현대적 역할 가능성을 모색해 봤다. 12장 ‘돌봄과 공생의 친민 정치’에서는 만물일체의 유기체적 대동사회 구현 방안으로서의 친민 정치에 대해 고찰하고 친민 정치의 현대적 의의에 대해 살펴보았으며, 13장 ‘배려와 돌봄의 참된 자아 실현의 교육’에서는 참된 자아 실현을 위한 구체적 교육 방안에 대해 살펴본 후에 양명의 교육론이 총체적 교육위기에 직면한 현대사회에 제시하는 시사점을 모색해 봤다. 14장 ‘인간과 자연, 하나 됨의 생명철학’에서는 오늘날의 생태계 위기와 관련하여 서구 환경철학과의 비교를 통해 양명학의 생명철학적 체계와 특성을 살펴보고 생태계 위기와 관련한 양명학의 역할 가능성을 모색해 보았다. 15장 ‘제4차 산업혁명시대, 돌봄과 공생의 길’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양명학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생명을 살리는 살림의 창의성’, ‘양지의 통각과 감통에 근거한 돌봄과 배려와 치유’, ‘하나 됨을 위한 상생과 공생의 길’로 나누어 살펴봤다.

‘돌봄과 공생의 길’은 단지 관념과 지식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반드시 실천과 행동을 통해서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손상된 자연생태계를 되살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생의 길을 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전 세계 환경운동가, 상처받은 그리고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인류를 위해 지구 곳곳에서 따뜻한 손길로 헌신하고 있는 돌봄 분야 종사자,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돌보기 위해 헌신하고 계신 의료진과 봉사자,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지구와 인류의 미래는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희망이 있다. 이 분들의 노고와 헌신에 깊은 감사의 말과 함께 이 책을 바친다.


김세정 충남대학교·철학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주립대, 북경대,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방문연구학자를 역임했다. 현재 충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충남대 유학연구소 소장, 한국양명학회 회장,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을 맡고 있다. 2009년에 (사)대한철학회 제1회 운제철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양명학, 인간과 자연의 한몸 짜기』와 『왕양명의 생명철학』, 『양명학파 전덕홍의 양지철학』, 『왕양명의 『전습록』 읽기』, 『한국 성리학 속의 심학』, 『돌봄과 공생의 유가생태철학』 등이 있고, 공저로는 『유학, 시대와 통하다』, 『王學之魂』 등 40여 권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