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한류의 비밀코드를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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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한류의 비밀코드를 풀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0.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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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한류 미학 1: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436쪽

우리 유물들을 디자인적으로 바라보며 당대의 실용성과 사회적 심미성, 유행, 보편적 조형성 등을 분석하고 재해석한 국내 최초의 책이다. 총 5권으로 구성된 《한류 미학》시리즈는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수많은 삶의 지혜들을 순전히 우리의 시각에서 바로잡아 놓고, 한류가 세계적인 현상으로 펴져 나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힘이 되고 밝은 전망을 줄 수 있는 가치를 확립하려고 노력했다. 책을 통해서 우리 조상들의 문화적 축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옛 유물을 접하고 보는 사람들이 모두 현대인이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에서는 유물 형태의 경우에도 ‘구도’나 ‘비례’, ‘대비’와 같은 현대적 조형 이론을 그림이나 도형으로 생생하게 보여줘 독자의 이해도를 한층 높여줌으로써 우리 유물의 ‘진면목’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저자가 10여 년간 전국 박물관과 유적지를 발로 뛰어다니면서 작업한 수천 컷의 그림과 사진을 중심으로 유물들을 설명해, 기존 문자 중심의 설명에 비해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글과 그림, 사진을 함께 보며 그간 익숙하게 봐왔던 우리 유물을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설사 직접 보지 않았더라도 얼마나 세련됐는지를 충분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우리 유물을 다양한 현대 디자인이나 현대 미술과 비교해 그 속에 들어 있는 가치들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쉽고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한류 미학》1권은 선사 시대, 삼한 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통일신라 시대의 유물을 조명한다. 선사시대 유물로 주거지의 잦은 이동에 따른 가성비 좋은 일회용품으로서 주먹도끼, 실용성과 디자인 측면에서 오늘날에도 적용하기 좋은 빗살무늬 토기, 청동기 시대의 신소재 무기인 청동검의 ‘대량생산’이라는 생산방식의 혁신을 위한 ‘형태의 표준화’, ‘사회적 심미성’을 살펴본다. 고조선 멸망 이후 역사적 기록들이 부재한 삼한 시대에 대한 문화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유물인 토기에서 오늘날에 유행하는 추상성, 미니멀리즘, 모더니즘적 조형성이 구현되는 것으로 보아 삼한 사회의 지적, 문화적 축적이 상당했을 거라고 본다.

▲ 주먹도끼.(출처=전곡선사박물관 도록)
▲ 주먹도끼.(출처=전곡선사박물관 도록)

삼국 시대의 유물은 본격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담은 디자인과 양식적 경향의 일관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고구려의 유물을 통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대국이었던 고구려가 문화적으로는 세련되지 못했을 거라는 일반의 상식은 여지없이 깨진다. 당대의 중국, 일본에 대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던 백제 문화는 고구려, 신라는 물론 주변 국가들에게 전파되는 이른바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킨다. 삼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적 기록이 적은 가야국은 말 머리 뿔잔 장식 유물만 놓고 보자면 대외적으로 교류가 활발했을 거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신라와 통일신라 유물은 정교한 기술력과 럭셔리한 디자인은 현대 디자인 대가들의 작품과 견주어 볼 때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저자는 역사적 기록은 왜곡이 있을 수 있지만 당대의 사회상과 생활, 문화가 고스란히 반영된 유물은 결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유물이 가지고 있는 당대의 실용성과 사회적 심미성, 유행, 보편적 조형성 등을 재해석하면서 발견하는 ‘현재성’은 《한류 미학》시리즈의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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