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세계에서 인문, 역사, 예술, 과학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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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세계에서 인문, 역사, 예술, 과학을 발견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4.20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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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인문학: 인간의식의 진화에서 꿈의 역할은 무엇인가 |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 조은아 옮김 | 흐름출판 | 568쪽

 

우리는 왜 꿈을 꿀까? 꿈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꿈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꿈과 수면은 인간이 영장류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꿈에 나타난 상징들로 인간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신전을 세우고 도시를 만들었다. 도구가 복잡해질수록 인간의 정신도 복잡해졌는데, 이때 꿈은 인류의 인지적 도약을 가능케 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꿈과 의식에 대해 연구된 이론들을 모아 인간의식의 다음 단계를 탐색한다. 고대의 벽화, 점토판, 성경, 베다, 각 대륙의 부족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 등에서부터 최신 뇌과학과 꿈 연구자료까지 세계의 많은 사료를 통해 인간의식의 진화 단계를 살펴봄으로써 꿈의 주관성을 보편적 특징으로 전환하여 꿈을 개인의 경험에서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경험으로 인식을 변화시킨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꿈을 꿨기 때문이다. 오직 인간만이 꿈에서 겪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동안 알려진 꿈과 수면에 관한 연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융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주로 심층심리학 관점에서 꿈을 해석한 것이었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이론은 꿈과 정신이 분명하게 관찰하기 어려우며 주관적이고 모호한 영역일 뿐만 아니라 성욕을 기반으로 한 해석 때문에 논쟁의 대상이 되곤 했다. 정신적·신체적 증상이 한낱 생각에서 기인할 수 있으며 꼭 뇌 병변의 결과일 필요는 없다는 발상은 실질적인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신경학자들의 구미에 맞지 않았다. 

히베이루는 뇌신경의 발달을 진화론으로 바라본 ‘신경 다윈주의’와 의식을 뉴런과 시냅스 같은 뇌신경 단위를 연구하는 분자생물학 수준에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뒷받침하여 꿈의 반복성과 예측성을 설명한다. 강렬한 경험은 시냅스의 연결을 강화하여 기억에 남아 같은 내용의 꿈을 반복해서 꾸게 하며 생존과 관련된 정보일수록 다양한 형태로 시뮬레이션 되어 예언적인 꿈으로 나타난다. 히베이루는 이러한 연구에 상상력과 인지 능력을 더하였다. 꿈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꿈에서 미래를 보는 그 순간에 의식과 인지 능력이 유의미한 도약을 했다.

꿈을 빼놓고 종교와 과학, 예술을 말할 수 없다. 종교 지도자들은 꿈에서 진리의 메시지를 들었다. 꿈에서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을 보고 벤젠고리의 구조를 밝혀낸 아우구스트 케쿨레처럼 많은 과학자가 꿈에서 새로운 발견의 힌트를 얻었다. 살바도르 달리는 꿈의 이미지를 수집하기 위해 무거운 금속을 손에 쥐고 졸다가 물건이 떨어지면서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면 잠에서 깨어나 그 순간의 영감을 포착하는 방법까지 썼다. 폴 매카트니가 쓴 〈예스터데이(yesterday)〉가 꿈에서 기인한 멜로디라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어머니, 아버지, 현명한 노인, 창조, 홍수 등은 인류 역사 전반에 나타나는 서사와 등장인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의 꿈에 나타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겪는 출생, 사춘기, 이성, 출산, 싸움, 질병, 죽음의 서사와 상징은 꿈에 흔히 나타나는 이미지들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꿈이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인류 역사 전체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꿈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우리 조상들의 메시지이자 인류가 지금껏 고민했던 모든 문제의 답안이다.

오직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한 가지는 깨어 있을 때 겪은 일뿐 아니라 꿈에서 겪은 일도 언어로 서술한다는 것이다. 인류가 다양한 어휘와 복잡한 화법, 암기하고 상기해서 말하는 능력을 얻으면서 서사는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워졌다. 꿈은 밤마다 새로운 이미지와 아이디어, 갈망, 두려움의 원천이 되어 인간의 서술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각몽(Lucid dreaming)은 제한이 없는 꿈속에서 무한한 상상력으로 의식을 지금보다 더 크게 확장할 수 있는 최고의 학습 공간이다. 꿈꾸지 않는 인류의 시대, 히베이루는 꿈의 예언을 받는 것을 넘어 직접 꿈을 자각하고 우리의 내면 의식을 깊이 탐구함으로써 인간의 창조성과 시뮬레이션 능력을 키우고 인간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꿈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진일보하게 도울 수 있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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