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는 병에 대한 진단서이자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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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는 병에 대한 진단서이자 처방전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4.20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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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읽기 | 박찬국 지음 | 세창미디어 | 204쪽

 

우리는 살아가면서 키르케고르가 분석하고 있는 절망의 다양한 형태를 통과한다. 따라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인간 일반에 대한 책이지만 우리 개개인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을 보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모두 죽어 가고 있다. 아니, 고금을 통틀어 인간이라면 모두 죽어 갔으며, 죽어 가고 있고, 죽어 갈 것이라 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들이 죽어 갔고 죽어 가고 죽어 갈 것인 이유는 그들이 모두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죽음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인간이 죽어 갔고 죽어 가고 죽어 갈 것이라는 논지는 “인간은 죽는다”라는 자연적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육체적 죽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죽음이란 정신의 죽음을 일컫는다. 그렇기에 죽음에 이르는 병 역시도 암이나 폐병 같은 종류의 육체적 병이 아니라 정신적 병을 이른다. 따라서 우리는 이 병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의사에게 맡길 수 없다. 이 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오직 철학자, 그것도 키르케고르와 같이 위대한 철학자에 의해서만 가능할 뿐이다.

이제, 위대한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냉철한 성찰을 통해서 그 병을 진단해 보자.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바로 절망이다. 그런데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대부분 자신이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까지고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죽어 갈 수는 없다.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그 병을 치료해야만 한다. 그러니 키르케고르와 함께 이 ‘죽음에 이르는 병’을 한 번 치료해 보자. 주지하듯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병을 진단해야만 한다. 그리고 병을 진단한다는 것은 곧 그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를 판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키르케고르는 먼저 인간이 앓고 있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그 형태에 따라 나누어 “본래적인 절망”과 “비본래적인 절망”, “남성적 절망”과 “여성적 절망” 등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 분류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앓고 있는 절망의 종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다음 차례는 그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는 병에 대한 진단서이자 처방전이다. 무릇 병의 원인을 진단하고 나면 그 치료법도 차차 발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절망이라는 원인과 종류를 진단한 키르케고르는 그에 대한 치료법 역시 처방하고 있다. 그 치료법이란 바로 무한성과 유한성을 종합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절망을 극복하고 비로소 진정한 자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무한성과 유한성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기에 이 둘의 종합은 역설적인 종합이며, 인간 자신만의 힘으로는 성취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절망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절망은 난치병이기는 하지만, 불치병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무한성과 유한성을 종합할 수 있는 길이 단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신에 대한 신앙이다.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무한성과 유한성의 종합이라는 역설적 종합 역시 이루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신에게 진정으로 귀의하여 참회하며 신 앞에서 자신을 내려놓음으로써 신의 은총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참회와 신의 은총을 통해서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 내에서 무한성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유한성 내에 무한성을 실현하면서 인간은 바야흐로 유한성과 무한성을 종합하게 된다. 

아마 이러한 키르케고르의 논지는 자못 지나치게 그리스도교적인 교설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은 단지 그리스도교인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인간이 어떤 존재이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려는 사람은 한 번쯤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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