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 역사를 보는 것은 세계의 역사를 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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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역사를 보는 것은 세계의 역사를 보는 것과 같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4.2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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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 혁명: 세상을 바꾼 화학의 역사 | 사이토 가쓰히로 지음 | 김정환 옮김 | 김경숙 감수 | 그린북 | 232쪽

 

화학을 매개로 과학의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의 흐름까지 꿰뚫어 보여주는 책으로 화학의 역사적 발전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화학이 인류 문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시대별로 중요한 화학적 발견들과 그것들이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켰는지를 체계적으로 보여 준다. 

고대의 관념적 화학에서 시작하여 중세의 연금술,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을 거쳐 현대의 양자 화학과 생명 화학에 이르기까지, 화학의 중요한 변곡점들을 세밀하게 조명한다. 혜성처럼 등장한 위대한 화학자들과 그들이 세상에 선사한 혁명적인 이론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화학이라는 과학 분야가 단순히 실험실 안의 연구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1장은 고대의 화학이 왜 관념적이었는지를 다룬다. 당시 사람들은 물질적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철학적 사고와 추상적 개념에 의존했으며, 자연현상을 신화나 종교적 관점으로 해석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모든 물질이 ‘흙, 물, 공기, 불’의 네 가지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상이 지배적이었고, 이는 연금술의 기초를 형성했다. 이러한 관념적 접근은 실험과 관찰을 통한 현대의 화학 연구와 대조되며, 과학의 발전이 어떻게 철학적 사고에서 경험적 연구로 전환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2장에서는 중세 화학의 발전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아라비아의 과학이 근대의 서양 과학에 끼친 영향, 인도와 중국의 화학 발전, 종교에서의 약물 사용, 각성제의 군사적 활용, 마녀재판의 진실, 르네상스 시대의 독과 암살 문화 등을 통해 중세 화학이 사회, 문화, 정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조명한다.

3장은 화학을 성장시킨 연금술을 다룬다. 연금술은 고대 그리스 학문을 기반으로 하여 실험을 통해 발전했으며, 다양한 발명과 발견을 이루어 냈다. 이 과정을 통해 화학이라는 과학 분야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으며, 이는 과거 연금술사들의 중요한 공헌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연금술사들은 다양한 광물이 본래 한 종류라고 생각하고, 그 변성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이러한 신념은 값싼 금속을 값비싼 금속으로 변환시키려는 연구로 이어졌으며, 이는 결국 현대 화학으로 발전하는 근간을 마련했다. 연금술의 연구와 실험은 화학 발전에 필수적인 기술적, 철학적 기반을 제공했다.

4장의 주제는 대항해시대 · 산업혁명 시대의 화학이다.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 시대에는 금과 향료를 찾기 위한 새로운 교역로의 탐색, 석탄을 이용한 에너지혁명, 뉴턴의 과학적 발견, 백신의 탄생, 전신마취의 개발과 같은 중요한 과학적 진보가 이루어졌다. 특히 산업혁명은 기계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생산 활동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는 전 세계로 확산되어 사회와 경제 구조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 화학의 발전에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

5장에서는 화학에서 정량적 분석의 중요성과 함께 주요 화학 법칙들을 다룬다. 다양한 측정도구의 사용으로 정량적인 분석이 가능해졌으며, 라부아지에의 질량 보존의 법칙, 프루스트의 일정 성분비 법칙, 돌턴의 배수 비례 법칙과 원자설, 게이뤼삭의 기체 반응의 법칙 등을 차례로 소개한다. 이 시대의 발견들은 화학을 정량적인 과학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어 원자, 분자, 원소의 차이와 초기 원자 모형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6장은 양자역학을 받아들인 새로운 화학을 다룬다. 20세기 초,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과학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으며, 물질의 파동성과 입자성을 모두 설명하는 양자 화학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현대 화학의 근간이 되는 양자 화학이 등장한 뒤로 화학에도 수학이 필요해졌으며, 이는 과학자들에게 물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6장을 통해 양자 이론이 화학에 어떤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다. 양자화, 불확정성 원리, 전자구름 등의 개념도 정리해 볼 수 있다.

7장은 ‘평화인가, 전쟁인가? 실험 화학의 시대’에 관한 내용이다. 하버 · 보슈법의 발견은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켜 인류에게 혜택을 주었지만, 무기와 폭탄이라는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물질의 발견은 의학에 혁명을 일으켰으며, 고분자화학의 발전은 나일론과 같은 합성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천연물의 구조 결정과 합성은 과학적 도전을 극복하는 사례를 보여 주며, 초분자화학은 분자 수준에서의 혁신적인 기술 발전을 드러냈다. 7장은 화학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혜택과 도전, 그리고 과학적 발견의 윤리적 측면까지 폭넓게 보여 준다.

8장은 유전자공학과 생명 화학의 발전을 다루며, 특히 유전자편집과 유전자재조합 기술의 진보에 초점을 맞춘다. 이 기술들은 생물학적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특정 유전자의 추가, 제거 또는 변형을 통해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이어 면역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현대 면역학의 역사를 설명하며, mRNA 백신의 개발과 특성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인공 생명체의 윤리적, 사회적 과제와 군사적 이용의 위험성을 짚어 본다. 이를 통해 생명 화학이 어떻게 유전정보를 조작하여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고, 이러한 발전이 인류에게 어떤 기회와 도전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화학이 다른 과학 분야와 다른 점은 바로 ‘물질을 다룬다’는 것이다. 화학은 모든 물질을 원자와 분자의 단계까지 환원해서 연구하는 과학이다. 나일론에도, 백신에도 심지어 현금인출기의 투명 터치패널에도 화학이 있다. 화학은 우리 일상과 산업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화학이 어떻게 탄생해 발전해 왔는지, 연금술이라고 불리는 중세의 화학 기술이 근대와 현대 화학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화학자들이 어떤 법칙과 정리를 만들어 왔는지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지금의 실험 화학과 양자 화학, 그리고 유전자가 여는 생명 화학까지 이야기를 이어 간다. 광범위한 시대와 주제를 아우르면서도 화학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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