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눈으로 들여다본 동아시아 대표 영화 속 공간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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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눈으로 들여다본 동아시아 대표 영화 속 공간의 아름다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8.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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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의 눈으로 본 동아시아 영화의 미: 〈라쇼몽〉부터 〈기생충〉까지, 영화에 담긴 공간 미학 | 최효식 지음 | 서해문집 | 472쪽

 

이 책은 건축의 시각에서 영화를 분석한 책이다. 이에 저자는 건축적 시각에서 영화의 공간이 돋보이는 동아시아 영화와 그 감독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비교·분석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동아시아 각국(특히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타이완)의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의 흐름을 작품에서 새롭게 조합하기 위해 활용한 카메라의 위치와 시각, 그리고 편집 등과 그것을 통해 구현해 낸 그 특별한 아름다움들을 찾아냈다.

한편, 저자는 이 책에서 동아시아 영화의 시대와 상관없이 영화에서 구현된 건축공간 미의 본질이 어떠한지를 찬찬히 살펴봄으로써, 영화가 아닌 건축과 관련한 시각으로써 동아시아의 영화들을 정리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는 공간의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 시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한국과 일본, 중국에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가 닥친 1970년대까지로, 각국의 전통건축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한 노력이 동아시아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때였다. 특히 이 시기를 이끈 일본영화에는 서구 영화의 공간구법이 일본 전통 공간의 특징과 더해져, 일본만의 독특한 미장센이 구축되었다. 이에 자극된 홍콩영화계는 일본 전통건축과 다른 홍콩만의 공간적 특성을 적용하려고 노력했지만, 영화의 상업성을 중시한 홍콩영화계의 당시 풍조로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두 번째 시기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의 세기말까지로, 전통건축과 차별화된 모더니즘 건축의 공간을 동아시아 영화들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이 개방하자 중국영화계는 중국의 전통건축을 영화 속 공간으로 풀어 놓으려는 노력을 펼쳤다. 그리고 이미 산업화 시대를 넘어서 모더니즘 건축공간이 일상이 되어 버린 일본과 타이완의 영화계는 이전 시기의 영화적 유산과 새로운 영화 속 공간이 주도권 경쟁을 하는 가운데 각자의 길을 추구해 갔다. 이 시기에 가장 괄목할 만한 동아시아의 영화는 바로 한국영화였다.

현대 한국영화는 외환위기 상황에서 그 이전의 한국영화와 완전히 결별하고, 새로운 한국영화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참조가 된 영화들은 동아시아 영화가 아니라, 그 당시 더욱더 강력하게 세계적인 위력을 발휘한 할리우드영화들이었다. 그러나 영화 속 공간만은 할리우드의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들과는 차별화했다. 1997년 이후 현대 한국영화계는 제한된 자본으로 허락된 환경에서 새로운 영화 속 공간을 찾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1세기 현대 한국영화에 1970~1980년대 한국 모더니즘 건축공간들이 주류가 되었다.

세 번째 시기는 200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기로, 동아시아 영화들은 지역적인 한계에 갇히지 않고, 세계 영화 속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영화 속 공간들을 창출해 냈다. 이때 동아시아 각국에서 세계적으로 명망이 있는 감독들은 국적이라는 짐을 벗어 던지고 감독 자신만의 영화 속 공간을 창출하면서도, 때로는 각 국가 영화의 흐름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흐름에 편승하기도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건축은 물론이고 모더니즘 건축들도 영화의 서사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또 다른 상황에서는 영화적 상상력을 더함으로써 다양한 영상미로 선보였다. 21세기에 두각을 나타낸 동아시아의 감독들은 작품의 서사에 적합한 영화 속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근본적인 영화 수법들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건축적으로 보았을 때, 동아시아 영화의 공간미는 세계화를 위해 각국이 노력하고 각국의 한계를 깨트리며, 한정된 영화의 영역에 현실적인 건축공간의 낯섦을 더하고 재창조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영화’라는 편견과 싸워서 쟁취한 다양성에서 나온다. 또한 이미 동아시아 영화 속 건축공간에 내포된 다양한 공간의 아름다움들은 전 세계 문화권의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즉 동아시아 영화 속 공간들은 지금이 아닌 미래가 누려야 할 자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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