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시기까지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길
상태바
생의 마지막 시기까지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길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8.08 0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노년기, 자기결정권 | 제철웅·김현철·박승호외 5명 지음 | 나남 | 380쪽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 인권교육을 위해 기획한 이 책은 오늘날 위축된 노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그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담은 체계적 연구서이다. 한국 노인들이 생의 마지막 시기까지 자기결정권을 기반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주체적인 삶,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래 2022년 노인 인구가 900만 명을 넘었고 2024년에는 ‘천만 노인시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노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나 국민 인식은 저조한 상태이다. 노인은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이자 위험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서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질 뿐이다. 노인을 더 이상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존중하고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우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한 인간이 가지는 존엄성이란 무엇이며 어디서부터 출발하는가? 

이 책은 인간 존엄성의 핵심인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의 역사와 제도, 실천을 면밀히 탐구함으로써 노인의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자율성과 자기결정권 개념이 근대사회에서 어떻게 형성되었고, 한국 법과 국제인권 법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에 취약한 계층인 노인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 행사 및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알아본다. 특히 서구 선진국과 다른 문화와 역사적 맥락을 가진 한국사회에서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은 어떻게 이해되고 적용되어야 하는지, 사회적 약자인 노인이 의사결정을 할 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명한다.

오늘날 노인이 자기결정권을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자립적인 생활을 누리려면 이를 지원하는 다방면의 이론과 현장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 주목하여 이 책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를 제시함으로써 노년기의 주체적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실제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법률가로, 사회복지학자로, 특수교육학자로, 언어병리학자로서 노인의 인권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했다. 의료 현장에서 노인의 의사결정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노인돌봄 서비스에서 노인 참여를 증진시키는 방법은 무엇인지, 언어장애를 겪는 노인의 의사소통 지원을 위해 어떤 수단이 필요한지 등을 고찰한다. 이론과 실제를 넘나드는 이 책의 다학문적 연구는 우리 사회에 ‘노인의 자기결정권’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새로운 인권 논의를 확산시키고 노년기 주체적 삶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