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 개소…20년 내 필즈상 배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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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 개소…20년 내 필즈상 배출 목표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7.19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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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즈상' 허준이 교수 "제2 韓수상자 10년 안에도 가능"
- 최대 10년 간 청년 수학자 지원…'허준이 펠로우십' 추진
- '같음과 다름' 주제로 특강도…기하학 난제인 '재구성 추측' 소개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열린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

지난해 한국계 학자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이름을 딴 연구소가 국내에 문을 열었다. 향후 20년 안에 필즈상 수상자를 다시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이종호 장관과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 등 정부와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식 개소한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는 지난해 국제수학연맹(IMU)이 우리나라 수학 국가등급을 전 세계 12개국밖에 없는 최고 등급으로 상향하고, 허 교수가 필즈상을 수항하는 쾌거를 이룬 것을 계기로 추진됐다.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는 기존 고등과학원(KIAS)의 수학난제연구센터를 확대·개편한 것으로 '연구혁신', '미래인재 양성', '글로벌 연구 거점화' 3대 전략 하에 20년 이내에 허 교수의 뒤를 잇는 새로운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허 교수의 서울대 학부 및 석사과정 지도교수인 김영훈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소장을 맡았다. 

허 교수는 "20년 내 필즈상 수상자 배출은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요즘 박사 학위를 받고 박사 후 단계에 진입하는 한국 수학자들 중 뛰어난 분들이 정말 많다. 적당한 연구 환경만 그들에게 주어진다면 향후 20년이 아니라 10년 안에라도 뛰어난 연구 성과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가 문을 연 만큼,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연구소에서 후학들과 자연스럽게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기하학자들의 직관이 많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기하학에 대해 저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분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공동 연구도 추진할 것"이라며 "제가 (프린스턴대에서) 지도하고 있는 학생이나 함께 연구 중인 동료들도 이번 여름 한국 연구소에 초청해서 같이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구소 개소식에서는 올해부터 첫 시행되는 허준이 펠로우십으로 선정된 청년 수학자들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도 진행됐다. 올해 펠로우십에는 라준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박사후연구원, 박현준·최인혁 고등과학원 박사후연구원 등 3명이 선정됐다.

허준이 펠로우십은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 기반이 된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 펠로우십을 벤치마킹했다. 국내외 소속기관에 관계없이 긴 호흡과 시야를 가지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만 39세 이하 청년수학자를 대상으로 최대 10년 간(5+5년) 연 1억2,000만원 내외를 지원하게 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개소식에 참석해 “허준이 수학난제 연구소는 우리나라 수학계의 제2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요람이며, 미래 수학자를 위한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수학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열린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에서 '같음과 다름'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br>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열린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에서 '같음과 다름'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 교수는 이날 개소식에서 필즈상 수상 1년의 소회를 담아 '같음과 다름'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최근 고민 중인 수학 난제인 '재구성 추측(재건 추측·Reconstruction Conjecture)'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허 교수는 같음과 다름이라는 주제에 대해 "현대수학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은 '동형(Isomorphic)'이라는 개념"이라며 "동형은 어떤 범주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데, 우리가 이 '같음과 다름'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하는 게 얼마나 서툰지를 보여주는 문제 중 하나가 재구성 추측"이라고 밝혔다.

재구성 추측은 아직 명확히 정리된 국내 논문이 없을 정도로 난해한 문제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두 그래프 사이의 추측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프에서 변 하나를 제거해서 얻은 모든 가능한 부분그래프들의 중복집합을 통해 원래 그래프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허 교수는 "재구성 추측은 제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가 실패한 여러 난제 중 하나다. 기하학적인 질문이 막연해서 어디를 어떻게 봐야할지도 모르기도 했다"며 "이는 우리 인간의 경이로운 무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난제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오랫동안 생각하는 법에 대해서 배우고 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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