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과서, ‘위안부·강제 연행’ 숨기고 왜곡 심각…이제는 日정부가 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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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교과서, ‘위안부·강제 연행’ 숨기고 왜곡 심각…이제는 日정부가 자행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8.28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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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
- 2022년도 ‘일본 고등학교 검정교과서의 한국 관련 서술 분석’ 학술회의 개최
- 한·일 학자들이 일본교과서의 문제점을 함께 진단
- 문부과학성 직접 정정 요구
- 한반도 침략 강제성 희석도

 

KBS 뉴스 캡처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위안부’와 ‘강제연행’ 등의 용어가 삭제되는 등 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교과서에 반영하도록 일본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우익들이 그동안 자행해온 이른바 ‘교과서 공격’의 양상이 최근 들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정부 견해’를 이유로 용어의 삭제나 기술 정정을 강요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고등학교 검정교과서에 나오는 ‘조선인 강제연행’이나 ‘종군위안부’ 등의 용어를 정정하도록 출판사에 직접 요구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검정 제도를 사실상 유명무실화하고 있다는 일본 학자들의 지적이 나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5일 한국과 일본 연구자들이 함께한 〈2022년도 일본 고등학교 검정교과서의 한국 관련 서술 분석〉 학술회의를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2022년 일본 고등학교 검정교과서 한국 관련 역사 왜곡 내용을 검토하고, 일본 문부과학성의 개정 학습지도요령(2018년)에 따른 교과서 발간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자 마련됐다.

그동안 일본 교과서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온 일본 학자들이 직접 나서 일본 교과서가 한일 근·현대사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짚었다. 참석자들은 일본 교과서의 ‘개악’이 일본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 제1부에서는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 ‘아이들과 교과서 전국 네트 21’ 대표가 2022년 검정을 역사수정주의자들의 교과서 공격과 정부 개입에 따른 검정제도의 변질이라는 점에 주목해 발표했다. 역사교과서 뿐 아니라 일본의 교과서 집필 개선을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 온 스즈키 대표는 문부과학성이 정부 견해를 내세워 “종군위안부”와 “강제연행” 용어를 수정하도록 강요한 것은 일본 학계뿐 아니라 국제적인 연구 성과를 짓밟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일본 우익은 1990년대 후반부터 조선병합, 중국침략 등에 대한 반성을 ‘자학사관(자기학대적 역사관)’이라 왜곡하면서 ‘교과서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스즈키 대표는 “최근엔 일본 문부과학성이 교과서에 들어가는 용어의 적부를 판단하는 ‘새로운 정부 견해’를 들어 ‘종군위안부’와 ‘강제연행’ 용어를 수정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면서 “교과서 공격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전에는 일본유신회 등 우익들의 요구에 정부가 화답해 출판사에 정정을 권고하면 출판사가 정정 신청을 하는 형태로 교과서가 수정됐는데, 올해 통과된 검정 교과서의 경우 이런 형식도 갖추지 않고 정부가 직접 출판사에 특정 표현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고교 교과서는 학교 현장이 선정하고 교육위원회가 이를 추인한다. 그러나 고교 교과서가 500종류나 되는 데다가, 각 학교 교육위원회 모두를 규제하기 어려워 문부과학성이 이런 방식으로 에둘러 공격한다고 분석했다. 스즈키 대표는 이를 가리켜 ‘학문과 연구에 대한 난폭한 개입’이라고 꼬집고, 학문의 자유와 언론, 출판의 자유에 반하고 교육에 대한 부당한 지배라고 지적했다.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의 박한민·석주희 연구위원은 "검정을 통과한 20종 교과서 전부에서 일본 정부의 영유권 주장을 기술했다"며 "지리 교과서에서는 한국 측의 '불법 점거'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 와타나베 미나(渡邊美奈)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wam)’ 사무국장은 2021년 일본 정부 각의 결정에 따라 일본군‘위안부’ 기술에 대한 정정이 이뤄진 교과서가 다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일본 정부가 ‘종군위안부’가 아닌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그 후 출판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등 교과서 개정 과정에 압박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개정 교과서의 종군위안부 관련 기술에서는 ‘일본군’ 표현을 삭제한 경우가 많았다. 야마카와 출판사의 일본사 교과서는 ‘조선인 여성 등 중에는 종군위안부가 되기를 강요된 자도 있었다’는 문구를 ‘일본·조선·중국 등의 여성 중에는 위안부가 되기를 강요된 자도 있었다’고 수정했다. 군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우고, 피해 여성 중에 일본인도 포함돼 있다는 걸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금년에 동 자료관이 개최한 교과서와  ‘위안부’ 기술 전시에서도 교과서가 어떻게 정치적 의도를 반영하여 기술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분명한 것은 1993년에는 현대사회와 윤리 과목에도 기술되었던 ‘위안부’ 기술이 이제는 일본사 교과서 기술에서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에는 ‘위안부’ 문제가 왜 전시 성폭력 문제인지를 더 이상 다루지 않고 있으며 학계의 연구 성과도 반영이 되지 않는다. 

와타나베 국장이 1993년 검정교과서부터 현재까지 30년간의 사회과 계열 교과서를 조사한 결과, 1993년에는 현대사회, 윤리 등 역사 외 과목 교과서에도 위안부 문제가 담겨 있었지만 올해는 역사계열 외 교과서에서 위안부 관련 기술이 대부분 빠졌다. 올해 세계사탐구 교과서 12종 중 2종, 공공 교과서 13종 중 1종에만 위안부 관련 기술이 실렸고 윤리 교과서 5종은 모두 위안부 문제를 싣지 않았다. 와타나베 국장은 “그 결과 일본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 위안부 문제의 구체적 사실들을 배울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KBS 뉴스 캡처

▶ 제2부에서는 동북아역사재단 조건 연구위원과 가토 게이키(加藤圭木) 히토쓰바시대학 교수가 한국 근대사 부분을 분석했다. 이들은 근대사 부분에서 한반도 침략의 강제성이 희석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교과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역사학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조선인 강제 동원과 관련해서는 ‘강제’라는 표현이 삭제된 교과서가 많았다. 가령 ‘일본으로 연행되었다’를 ‘동원되었다’로 바꾸는 것이다. 짓쿄출판사는 ‘강제적으로 연행해 노동에 종사시켰다’는 문구를 ‘동원하여 일하게 했다’로 수정했다. 반면 중국인에 대해서는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뒀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이같은 교과서의 역사 왜곡이 식민지의 폭력성을 희석시킨다고 지적했다. 가토 교수는 ‘한국병합’이라는 표현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가토 교수는 “‘한국병합’은 대한제국의 패망, 강제적인 식민지화의 실태를 덮기 위해 일본이 만들어낸 용어”라며, 다이이치학습사(第一学習社)의 “한국이 병합조약을 강요당했다”와 같이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으면, 일본의 식민지 지배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동북아역사재단의 위가야 연구위원이 고대 한일교류에 대해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가야의 멸망으로 인해 야마토 정권의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이 후퇴했다는 기술은 ‘임나일본부설’의 영향이 여전히 일본 역사교육에 남아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번 학술회의를 기획한 동북아역사재단 조윤수 연구위원은 일본의 교과서 기술 문제는 국제사회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독일 검정 역사교과서에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술을 생략한다든지, 포로나 식민지 점령지 사람들을 강제 동원한 사실을 부정한다든지, 폴란드 침공을 ‘진출’로 표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면, 문제가 되는 일본 교과서 기술도 국제사회에서는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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