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사랑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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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랑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3.14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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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겐슈타인의 사자와 카프카의 원숭이 | 라르스 스벤젠 지음 | 김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46쪽

 

개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러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 두 질문은 과연 본질적으로 다른 걸까? 철학과 스토리텔링을 독특한 방식으로 결합한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책이자 사람에 관한 책이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동물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개와 고양이의 세계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생명체들을 겉에서 간접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들의 의식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런저런 동물의 세계에 처해 있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궁금증에 휩싸인 채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간혹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동물의 의식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고 동물이 언어를 알지도 못하기에, 인간과 동물이 나눌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다른 사람이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는 또 얼마나 알 수 없는가. 가까운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 때조차 우리에게는 혼자만의 경험, 아니 밖으로 전할 수 없는 경험이 존재한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강의 중에 “어느 날 아침, 욕실에서 옷을 벗고 서 있는데 고양이가 빤히 쳐다보자 그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꼈고 그 사실에 놀라워했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 중에도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 있을 듯싶다. 데리다의 이야기에는 생각할 거리가 담겨 있다. 동물이 우리를 쳐다볼 수도, 뒤돌아볼 수도 있고 말을 걸기도 하고 심지어 원망하는 눈초리로 쳐다볼 수 있다. 그래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은 동물의 시선을 마주할 때 동물은 그 순간 ‘동물’이 아니라 ‘우리’한테 속하는 어떤 존재가 된다.

동물의 정신세계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고 하면 침팬지와 비둘기 연구가 대부분이다. 고양이와 개에 관한 연구는 이보다 훨씬 적지만 이 둘은 문학작품에서만은 지치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일상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는 동물이다 보니 이 책에는 고양이와 개가 많이 등장한다. 다른 종의 동물도 다룬다. 제목이 ‘비트겐슈타인의 사자와 카프카의 원숭이’인 만큼 어디까지 이해를 확장할 수 있는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의식이 발달한 자이언트태평양문어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을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연구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신념을,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이런 것들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이라고 했다. 자기 자신을 향한 이런 깊은 성찰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이 책은 동물에 관한 책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책이다. 우리 인간도 동물이지만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별의별 특성을 다 가진 동물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 인간이 아닌 동물을 이해하는 데 얼마만큼의 가능성이 있는지 생각해 본 책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비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동물을 변호하는 글이다.

저자는 과학적 연구 대상으로서 침팬지와 같은 야생동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 또는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개, 고양이, 새와 같은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동물과 맺는 일상적 관계로부터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낸다. 저자의 철학은 인간과 동물에 관해 숨겨진 사실을 새롭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눈앞에 항상 있는 것들을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한다. 곁에 있는 동물로부터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관심을 확장시키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인간이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 나아가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관해 깊이 있는 사유를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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