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리천장지수’ 10년째 OECD 최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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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리천장지수’ 10년째 OECD 최하위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3.0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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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이코노미스트, 세계여성의날 ‘유리천장 지수’ 발표
- 소득격차·여성 노동참여·사회적 권한 계속 바닥
- "문화·사회적 규범 때문에 일터에서 성평등 저해"

 

사진=The Economist

7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를 집계한 결과 한국이 10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남겼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종합 20점대를 받았다. 성별 임금 격차, 여성 이사회 임원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유리천장'을 가늠하는 주요 항목에서 대부분 '꼴찌'를 기록한 결과다. 

이로써 한국은 2013년부터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시작된 이 평가에서 올해까지 10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세계여성의 날(3월 8일)'을 앞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지표화한 유리천장지수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지수는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성별 간 임금 격차 △기업 내 임원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10개 항목을 토대로 산출된다. 점수가 낮을수록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스웨덴과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이 차례로 상위권을 휩쓸었고 뉴질랜드(8위)와 캐나다(10위)가 유럽 이외 국가 중 10위권에 포함됐다.

 

                                                         Index rank out of 29 countries

이코노미스트는 "여성들이 여전히 가족과 커리어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일본과 한국은 가장 하위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 나라 중 29위였다. 2013년부터 10년 연속 최하위인데, 여전히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터키(27위)와 일본(28위)보다도 낮은 순위다. 

남녀 소득격차 29위(최악),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29위, 관리직 여성 비율 28위, 남성 대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28위, 남녀 고등교육 격차 28위, 의회 여성 의석 비율 27위 등 대다수 부문에서 저평가를 받았다.

한국 여성이 다른 선진국 여성과 비교했을 때 사회적 권한이 작고 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수준이 높으며, 소득 불평등도 심하다는 뜻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가 31.5%에 달해 압도적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선 남성이 100만 원 받을 때 여성은 31.5% 적은 68만5,000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각각 '뒤에서 2, 3등'인 일본(23.5%)과 이스라엘(22.7%)을 크게 앞서는 수치로 OECD 평균인 13.5%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높다.

주요 상장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도 8.7%로 조사 대상국 중 한국이 가장 낮았다. 전년도 4.9%에 비해 2개가량 늘었지만, 헝가리(9.4%)와 일본(12.6%) 등 다른 최하위권 국가들에 비해서도 낮다. OECD 평균은 28%다.

남성 대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에서도 한국은 꼴찌를 겨우 면했다.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경제활동 참여율이 19.7%포인트 낮아 '뒤에서 2등'을 차지했는데, 꼴찌인 터키는 39.6%포인트, OECD 평균 격차는 15.6%포인트였다. 여성 중간관리자 비율 역시 15.6%로 '뒤에서 두 번째'였다. OECD 평균인 31.9%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 분야 꼴찌는 일본(13.3%)이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로 일본(9.7%), 헝가리(13.1%), 터키(17.3%)에 이어 '뒤에서 4등'을 차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남녀소득 격차가 35%에 달한다"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59%에 그쳐 남성의 79%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정부가 추진해온 성평등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부 고위직의 10%, 공기업 임원직의 20%, 정부 위원회의 40%를 여성으로 채운다는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상장기업의 이사 98%가 남성이고 여성이 대표인 기업은 109곳 중 1곳 수준이며, 관리직의 10%가량만 여성이 차지하는 등 성평등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은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 부문에서 일본에 이어 조사대상국 가운데 2위였으나 활용도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코노미스트는 "문화적, 사회적 규범이 일터에서 성평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가정 내 노동은 한심할 정도로 균형이 무너진 상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나 일본을 예로 들면 여성은 가사, 장보기 같은 무보수 활동을 남성보다 5배 정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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