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잘 사는 삶(well-being)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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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잘 사는 삶(well-being)이란 무엇인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3.0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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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설의 윤리학과 상호주관성: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을 바탕으로 | 자넷 도노호 지음 | 최우석 옮김 |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기획 | 모시는사람들 | 304쪽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은 다양한 인문학의 관점에서 의료 문제에 대해 성찰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잘 사는 삶(well-being)이란 무엇인가도 함께 묻고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의료행위가 인간의 ‘잘 사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그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가 밝혀져야만 의료행위의 방향과 한계를 정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인이든 환자든 인간은 잘 사는 삶, 즉 삶의 윤리적 태도를 지속적으로 의식할 때 결국은 삶의 본질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의료의 문제는 인간의 삶과 결코 분리될 수 없기에 삶을 본질과 방향과 이유를 아울러 모색하는 인문학으로부터 의료의 의미와 지향해야 할 길을 더 잘 이해하고 새롭게 밝힐 수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현상학이라는 철학에 입각해 삶의 윤리적 문제를 근본적인 차원에서부터 탐색하는 이 책은 서양 근현대 철학의 중요한 기둥 중 하나인 후설 현상학에서의 윤리학적 입장이 무엇인지, 그 체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규명한다. 후설의 현상학은 과학적 객관주의, 실증주의, 주관적 심리학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 등 근대 철학의 상대주의와 회의주의적인 경향성을 의식의 지향성에 따른 주관과 객관의 상관성에 주목하여 비판적으로 극복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구성적 현상학의 두 측면인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하여, 대상에 대한 지향성(주관)을 통해 의식에 주어지는 사태(현상)가 명증하게 파악될 수 있다는, 타당하고 명징한 대상 이해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삶이란 무엇일까? 이는 인류가 자의식을 갖게 된 때부터 시작된 원초적 질문이며, 인류 역사상 생멸한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품었을 물음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오래된 미래의 질문이다. 이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수학이나 과학의 공식처럼 유일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며, 인간 개개인이 같은 조건에서 모두 제각각의 답을 내놓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무엇인지 그 실체나 본질을 묻고 해답을 찾기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것도 우회의 한 방법이다. 여전히 정답이 없고, 제각각의 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지만, 대신 앞선 질문보다 실용적인 문답이 되며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문답이 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전자가 ‘존재론적’이라면 후자는 ‘생성론적’이다.

또한 ‘무엇’이 명사적인 것으로서 실체를 지향하는 반면, ‘어떻게’는 형용사적이며 ‘살아가야 할까’는 동사적이어서 그 흐름과 경향을 가늠하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언표’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형용사적이며 동사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모호하거나 어렴풋하더라도 ‘대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답하는 과정에서 ‘삶이란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짐작할 수도 있게 된다. 삶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삶의 정의(定義)-삶의 본질을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삶이 지향하는 방향을 찾는 일은 인간의 욕구의 방향을 찾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는 실은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여기에서 다시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이렇게 하여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자주 물었으며, 가장 난해한 질문의 실상이 조금 더 분명해진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수백 가지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참다운 삶, 잘 사는 삶, 즉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을 규명하는 것이 인간의 윤리를 모색하는 동기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현상학의 창시자 후설(E. Husserl)의 윤리학에 대한 탐색을 소개하는 전문서로서 후설의 현상학에서 강조되는 윤리학적 입장이 무엇인지를 깊이 천착한다. 후설의 현상학적 윤리학은 서양 철학사를 관통하는 윤리사상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덕 윤리, 칸트(I. Kant)의 형식주의 윤리, 벤담(J. Bentham)과 밀(J.S. Mill)의 공리주의 윤리, 흄(D. Hume)의 감정 윤리 등을 포괄한다. 나아가 후설의 현상학적 윤리학은 현대의 수많은 윤리적 주제들에 응답하는 혜안과 영감을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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