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 권력자는 왜 스스로 황위에 오르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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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 권력자는 왜 스스로 황위에 오르지 않았는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3.0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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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가와 천황: 일본의 이중구조를 이해하는 두 가지 방법 | 이마타니 아키라 지음 | 이근우 옮김 |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396쪽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해서 한국인이 가장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어쩌면 이해하기 싫은?) 것이 일본의 천황제가 아닐까? 이 책의 저자 이마타니 아키라는 일본인에게조차 ‘골치 아프고 무거운 문제’라고 밝히며, 이 책을 ‘권력자가 왜 천황이 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약 1500년 동안 이어지는 일본 천황 및 천황제는 논란도 많고 이해하기도 힘든 면이 많다. 12세기 말 이후, 천황과 막부가 병존하는 일본 특유의 정치제도를 통해 일본사를 들여다보는 이 책은 가마쿠라막부부터 에도시대를 거치며 서임권, 황위 결정권, 외교권 등으로 무가 권력과 길항하며 천황제가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일본사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천황이 중심이 된 조정과 장군이 중심인 막부가 병존하는 정치체제’에서, 천황과 귀족들이 구성하는 조직을 ‘공가(公家)’라고 부르고 장군과 각급 무사들이 결집하여 형성된 조직을 ‘무가(武家)’라고 부른다. 상징적인 존재인 천황과 실제 정치를 하는 집단인 무가(武家, 이 책에서는 막부)가 일치하지 않는 일본의 특이한 정치제도는 12세기 말 이후부터 이어져 사실상 2차 세계대전으로 패전국이 되었음에도 21세기인 현재까지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가마쿠라막부부터 메이지유신 전까지 이어진 막부를 둘러싼 실력가들의 다툼과 전쟁, 막부와 천황과의 정치적 줄다리기 등을 시대순으로 배열하면서, 사건의 주인공들이 주고받은 편지, 그들이 남긴 일기 등 인용 사료를 통해 그 시대와 인물들을 구체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아울러,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막부 최고 실력자가 천황과의 관계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비교하면서 결국 천황제가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천황제’를 둘러싼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아우르며 현존하는 천황제도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고 의문을 던지는 데 도움을 준다. 역자도 「옮긴이 후기」에서 밝혔듯, 저자의 서술만 정설이 아니고 이 책과 비슷한 주제로 다양한 학자들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해석하는 자의 몫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시대적 배경상 당연하게도 우리 역사와 관련된 사항도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과 관련해 히데요시의 상황, 전쟁 이후 이에야스가 자신의 호칭을 명나라나 다른 동남아시아국과 조선과의 관계를 다르게 쓴 서한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고, 국제사 속에서 파악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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