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형상과 이름과 속성을 뛰어넘어 벌거벗은 신의 세계로 초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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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형상과 이름과 속성을 뛰어넘어 벌거벗은 신의 세계로 초대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8.16 0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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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영성 사상 | 길희성 지음 | 동연출판사 | 384쪽

 

요하네스 에크하르트(Johannes Eckhart, Eckhart von Hochheim, 1260[?]~1328)는 독일 호흐하임 태생의 로마가톨릭 신비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라고 통칭되는 인물로서 15살 때 도미니크회에 가입한다. 에크하르트는 말을 하지 않고, 하느님의 임재를 기다리고 경험하는 관상觀想으로부터 출발하여 정적靜寂과 무無의 경지에 철저하였으며 하느님과의 합일合一을 생각하는 신비주의자로 살았다.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 영성을 공부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에크하르트는 반드시 거쳐야 할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동·서양 사상의 대화, 그 가운데서도 불교와 그리스도교라는 두 위대한 종교 전통의 창조적 만남에 특별한 관심이 있던 자신의 삶에 있어 에크하르트와의 만남은 실로 하느님의 ‘계시’라고 느껴질 정도로 감격적 경험이었다고 술회한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 에크하르트의 그리스도교 영성에서 참된 인간성의 실현을 근본으로 삼고 있는 동양 사상과의 완벽한 일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에 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서양 철학과 그리스도교 신학을 공부한답시고 관심을 가진 지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나는 에크하르트 사상을 접하면서 처음으로 서양 중세 철학을 소홀히 해 온 나의 무지를 후회하기 시작했다. 라틴어 공부도 좀 더 착실히 해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도 많이 했지만,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 너무 늦게 에크하르트라는 사상의 보고를 만난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다행히도 훌륭한 독일어 번역이 있고 수많은 연구서에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에크하르트 사상의 대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에크하르트 사상 전체를 비교 사상적 관심과 관점을 가지고 조명해 보는 연구서이다. 어느 특정한 주제만을 천착해 들어가는 논고가 아니다. 에크하르트에 대한 종교계와 학계의 관심을 일깨우고 동·서양 사상과 종교 간의 대화와 이해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 책은 에크하르트의 사상이 오늘의 시대를 향하여 갖게 되는 의미를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에크하르트에 대한 해석의 중심 문제를 다룬다. 그 후 저자는 에크하르트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에크하르트가 살았던 시대와 그의 실질적인 삶의 모습에 대하여 소개한다. 한 사람의 사상은 그가 살았던 시대와 삶과 동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에크하르트 사상의 핵심적인 내용을 4장부터 8장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다룬다. 즉, ‘제4장에서는 신과 세계: 하나, 존재에 대해서’, ‘제5장 신과 영혼: 지성에 대하여’라는 소제목의 장에서는 지성의 신적 성격, 영혼의 근저와 지성,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지성, 지성과 불성의 측면에서 지성의 문제를 다룬다. ‘제6장 초탈과 돌파’에서는 초탈, 초탈의 수행법, 탈의 극치, 돌파에 대하여 언급한다. ‘제7장 하느님 아들의 탄생’에서는 돌파와 아들의 탄생 세 가지 탄생 본성 · 은총 · 수행, 본성론 은총론과 수행론, 말씀의 탄생과 탄생의 과정이라는 주제가 언급하며, 마지막으로 ‘하느님 아들의 삶’이라는 소제목의 8장으로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에크하르트는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종교적 경험이나 행위에 집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일상적 삶에 매몰되지도 않으며, 성과 속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의 영혼의 근저에 뿌리박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참다운 자유의 길을 가르쳐준다고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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