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확률 그리고 우리
상태바
백신, 확률 그리고 우리
  • 김용대 서울대학교·통계학
  • 승인 2021.08.16 0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2019년 12월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 사태는 백신의 개발과 본격적인 접종으로 해결의 기미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변이바이러스 발생 등으로 아직은 맘을 완전히 놓을 상태는 아니지만, 백신으로 인한 중증 환자의 감소는 명확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코로나는 중증 독감 정도로 다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 국민들의 확률에 대한 이해가 많이 높아졌다. 백신의 예방률 같은 어려운 개념의 확률을 뉴스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또한 백신의 부작용 확률 및 예방률과의 비교를 통한 백신 접종의 사회적 이익에 대한 이야기가 논문이나 학회가 아니라 TV나 신문 기사로써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부작용에 의한 사회적 손해보다 백신접종으로 인한 사회적 이익이 훨씬 크다는 백신접종의 당위성에 대한 논리도 이제는 일반인들도 거의 모두 이해하고 있다. 백신 때문에 국민의 데이터 독해력 수준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백신과 관련된 확률의 의미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철학적 문제와 만나게 된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으로 알려진 공리주의는 행복의 총량이 커지는 쪽으로 사회가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공리주의 주장에 대한 반례로 잘 알려진 예시로는 마이클 샌델 교수가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제시한 “철로를 이탈한 기차” 이야기가 있다. 철로를 이탈한 기차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무고한 한 사람을 기차에 밀어 넣는 일이 정당한가 라는 질문이다.  즉, 다수의 행복을 위한 소수의 희생이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백신에 의한 코로나의 예방효과와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샌델의 기차 이야기를 생각하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방역기관에서는 백신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부작용으로 인한 손해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백신접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얘기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백신 예방률과 부작용 확률을 비교한다. 

그런데, 백신 예방률과 부작용 확률의 정의를 자세히 살펴보면, 백신접종은 결국 다수를 위해서 소수의 희생을 담보하게 된다. 백신을 맞지 않았으면 코로나로 인해 사망했을 하지만 백신을 맞음으로써 생명을 보존한 사람의 수를 백신의 접종으로 인한 사회적 이익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백신접종의 부작용으로 문제가 발생한 사람의 수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회적 손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백신 때문에 생명을 건진 사람의 수가 백신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람의 수에 비해서 훨씬 크고, 따라서 백신접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즉, 예방률과 부작용 확률에 기반한 백신접종의 당위성에 대한 주장은 공리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눈여겨볼 부분은 백신으로 생명을 건진 사람과 백신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람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즉, 백신접종은 백신으로 목숨을 건지는 다수를 위해서 부작용으로 목숨을 잃는 소수를 희생하는 것이다. 

다수를 위해서 소수의 희생이 정당성을 얻는 한 가지 방법으로는 희생하는 소수의 자발적 참여일 것이다. 전쟁에서 국가를 구하기 위해서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들이나 화재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하는 소방수들은 자발적으로 희생을 무릅쓴 것이고, 따라서 이들의 행동은 영광스럽게 기억된다. 백신접종에 참여하는 일은 부작용의 위험을 알면서도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영광스러운 희생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26% 이상의 국민이 백신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즉, 백신접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앞 다투어 백신접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백신접종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조그마한 이의도 없어 보인다. 전 국민이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희생정신이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참고자료: “백신접종으로 얻는 이익이 개인의 면역이나 집단면역 획득 면에서 백신 부작용 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유럽의약품청(EMA) 발표가 날 때까지는 백신 접종이 계속돼야 한다”(출처: 청년의사 http://www.docdocdoc.co.kr)

 

김용대 서울대학교·통계학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및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통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보건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2019년 국제이론통계학회의 펠로Fellow로 선정되었으며 2020년부터 한국데이터마이닝학회장을 맡고 있다. 2002년 IEEE 데이터마이닝 학술대회 최우수상, 2017년 ICCM 학술대회 최고논문상, 2018년 한국통계학회 한국갤럽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