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비평은 문학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해석으로 확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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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비평은 문학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해석으로 확립된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5.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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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과 해석 | 권영민 지음 | 푸른사상 | 448쪽

인간 사상을 표현하는 매개이자 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인 문학은 비평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비평은 문학작품의 텍스트를 분석하여 그 존재 의미를 묻고, 문학사의 흐름과 역사와의 관련성을 파악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비평이란 문학의 의미와 지향을 정당화하기 위한 일종의 인식 행위에 해당한다. 비평이 문학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독립하여 존재한다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문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비평이며, 문학의 예술미학적 가치를 규정하기 위해서 비평을 필요로 한다. 

비평의 본질과 그 방법을 놓고 본다면 문학의 예술 미학적 요건을 규정하기 위한 비평의 기능을 부인하기 어렵다. 비평이라는 말에는 예술작품의 미적 특질을 식별해내고 평가를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비평은 문학을 문학의 자리에 온전하게 자리할 수 있도록 식별의 기능을 강조한다. 문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비평의 일차적인 역할이다. 비평이 의도하는 것은 문학을 어떤 다른 사상으로 대치시켜놓는 일이 아니다. 비평은 문학이 문학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속성을 밝혀주는 작업이다. 최고의 비평은 문학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해석을 통해 확립된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 하에, 저자가 지금까지 일구어온 문학론을 바탕으로 작품과 작가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제시함으로써 한국문학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시도한다. 텍스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정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향한 방향성을 짚는다.

전체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평단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소설들에 대한 비평적 독후감이다. 소설적 기법과 주제의 결합이 하나의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이라는 판단이 이 글들에 담겨 있다. 이청준의 장편소설 『아리아리 강강』,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연작 기법, 박완서의 『미망』 등 서사 기법과 주제의 결합이 부각된 작품들이 대상이 되었다. 2부는 해방 이전의 소설 가운데 문학사적 의미를 지니는 소설을 골라 작품 분석과 해석을 새롭게 시도했다. 여기에서는 『태평천하』 『무정』 등 해방 이전의 소설 중에서도 문학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에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여 분석과 해석을 시도했다. 이들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통념이 생겨날 정도로 고정된 해석과 평가가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독자들이 그의 독법을 얼마나 새롭게 받아들일지 걱정을 한다. 

3부는 한국 근대시 가운데 비평적 논란의 대상이 된 문제작들을 깊이 읽고 분석한 글이다. 여기에서는 「유선애상」 「가외가전」 등 난해시를 비롯하여 비평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한국 근대시를 깊이 있게 분석한 글을 실었다. 텍스트의 정밀한 분석이 비평의 핵심이자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4부는 지난 50년 동안 지켜본 소설문단의 중요 경향을 역사적으로 정리한 글이다. 여기에서는 분단소설, 역사소설 등 한국문단의 중요 경향을 정리하여 문학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고, 소설가 신경숙과 시인 이해인 수녀와의 대담을 함께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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