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의 렌즈로 공간과 권력을 분석하다…남녀 모두에게 ‘평평한’ 공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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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의 렌즈로 공간과 권력을 분석하다…남녀 모두에게 ‘평평한’ 공간을 위하여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8.3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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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젠더, 공간, 권력 | 안숙영 지음 | 한울아카데미 | 256쪽

젠더의 렌즈로 공간을 분석하는 작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오늘날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이라는 구분이 약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여성인가 남성인가에 따른 공간적 이동의 경로는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다. 이 책은 권력관계로서의 젠더관계에 기초한 젠더 불평등이나 젠더 억압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젠더’, ‘공간’, ‘권력’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젠더에 따른 공간적 이분법의 현주소로 시선을 돌리는 한편, 새로운 대안적 공간의 생산을 바탕으로 이러한 이분법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까지도 젠더 간의 권력관계로 인해 여성과 남성이 공간을 서로 다르게 경험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공간이 주로 ‘물리적 공간’으로 이해되는 가운데 젠더, 계급 및 인종과 같은 사회적 카테고리와 무관하게 배치되고 작동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간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성격을 띠는 물리적 공간이라기보다는 젠더에 기초한 불평등한 사회적 권력관계가 물질적으로 응축되어 나타나는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특징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젠더 평등에 기초한 공간에 관한 문제의식의 산물이며, 총 2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젠더와 공간의 만남을 위한 이론적 차원에서의 탐색이 이루어진다. 먼저 1장에서는 공간이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응축되어 나타나는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하여, 공간에 펼쳐진 여성과 남성 간의 불균등한 권력관계를 변화시켜 나갈 필요성으로 시선을 돌린다. 2장에서는 공적 공간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인 정치 공간으로 시선을 돌려 정치 공간의 리더가 주로 남성 정치인이며 리더십 개념 또한 위계적인 권력의 사다리에 기반해 있는 것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가운데, 리더십 연구에 필요한 지향점을 소개한다.

3장에서는 복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 우리에게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시민권으로서의 복지라는 개념을 넘어서서 사회적 인권으로서의 복지라는 개념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4장에서는 젠더의 렌즈로 복지 공간을 분석하는 가운데,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걸쳐 진행된 이론적 논쟁에 대한 검토를 그 출발점으로 하여 젠더복지를 향한 디딤돌을 마련해 나가기 위해서는 초국적 복지 공간의 창출과 같은 새로운 유토피아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부에서는 젠더와 공간의 만남을 위한 실천적 차원에서의 모색이 이루어진다. 먼저 5장에서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건립 과정을 중심으로 포스트식민 국가에서 여성 국민에 의한 대항 공간과 대항 기억의 생산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6장에서는 식사나 휴식 공간조차 없는 비인권적인 공간의 상황에서 공간의 부재는 곧 권리의 부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공간을 요구하는 여성 청소노동자의 사례를 중심으로 대항 공간의 생산과정을 분석한다.

7장에서는 지구화 과정을 젠더, 계급 및 인종이라는 사회적 카테고리와 무관하게 전개되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과정으로 바라보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가운데, 지구화가 젠더에 따라 특수하게 구조화된 과정임을 밝히는 한편으로, 지구화 속에서 민족국가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페미니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8장에서는 지구화 시대의 공간 연구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과 로컬 스케일의 관계를 젠더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여성들이 지구화의 주요한 행위자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지구화의 희생자로만 묘사되는 상황에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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