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저로 살펴보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과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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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저로 살펴보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과학의 역사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5.03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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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불멸의 과학책: 인류 역사를 바꾼 과학 고전 35 | 고야마 게이타 지음, 김현정 옮김 | 반니 | 272쪽
 

과학사를 넘어 인류사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과학자와 그들의 명저를 소개한 책이다. 저자인 고야마 게이타는 와세다대학교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하고 사회과학부 교수로 있었던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평생 물리학과 인문학이란 두 세계를 넘나드는 삶을 살았다. 문과 학생들에게 과학의 재미를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다 인문학적 성격이 있는 과학사를 중심으로 강의를 꾸렸고, 저자 역시 과학사와 과학사의 주요 지점에 박힌 과학 고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저자는 과학 고전의 매력에 대해 과학을 이해하는 데 처음 이론을 소개한 원서를 꼭 알 필요는 없지만 교과서와 원서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과학사라는 흐름 안에서 과학적 발견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알고, 과학자가 어떤 환경 속에서 유레카를 외쳤는지 살펴보면서 과학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힘이 과학 고전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유려하고 위트 넘치는 문체로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과학 고전을 짧고 경쾌하게 정리한다.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프린키피아》, 《종의 기원》,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X선에서 쿼크까지》, 《이중나선》, 《원더풀 라이프》 등을 살펴보며 책에 얽힌 역사와 그 뒤에 가려진 과학자들의 인간다운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학혁명은 아름다움을 향한 열망에서 시작되었다. 코페르니쿠스는 모든 천체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가정하면 도식이 간결해져 미와 조화가 이뤄지고 이것이 바로 진리라 생각했다. 과학혁명의 시작을 알린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는 당시 주창자의 심미안에 따른 주관의 산물이었다. 이후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별세계의 보고》는 중세의 우주관을 깨부수며 현상을 직접 관찰해 보편적 원리를 추출해내는 과학의 기본 법칙을 세웠다. 이는 정지가 본래의 상태가 아니라 운동이 본질이라는 데카르트의 《철학의 원리》와 뉴턴의 《프린키피아》로 이어지며 근대 역학이 확립된다. 그러나 16~18세기까지 아직 신의 영향은 짙게 남아 있었다.

19세기에는 미적분학이 눈부시게 발전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단한 능력을 지닌 ‘지적인 존재(라플라스의 악마)’가 우주의 모든 현상을 과거부터 미래까지 전부 꿰뚫어 볼 것이라는 전지전능한 자신감이 뿜어져 나온다. 이를 논한 책이 라플라스의 《확률에 대한 철학적 시론》과 레몽의 《자연인식의 한계에 대하여》다. 또 신비와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는 다윈의 진화론을 담은 《비글호 항해기》와 《종의 기원》도 이 시기에 등장한다. 저자가 만약 당시에 노벨상이 있었다면 여섯 번은 받았을 거라고 극찬한 패러데이의 《힘과 물질》,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역시 과학의 놀라운 발전을 보여주는 이정표이자 과학 대중화를 선도한 불멸의 과학책이다.

20세기 들어 과학은 차원을 다양화하기 시작한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전자, 원자 등 미시적 대상을 기술하는 완전히 새로운 탐험인 세그레의 《X선에서 쿼크까지》에서부터, 뉴턴역학을 넘어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인슈타인의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가 과학사에 등장한다. 허블의 《성운의 왕국》과 인간 DNA의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려낸 《이중나선》,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를 통해 과학혁명이 천문학, 생물학으로까지 퍼져나간 것을 알 수 있다. 《백악기에 밤이 오다》는 공룡이 갑자기 멸종한 원인을 파헤치며 최초의 인류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다룬 《필트다운: 과학사기극》, 《최초의 인간 루시》는 과학을 다루는 자들의 민낯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과학이 친근한 독자부터 과학이 아직은 낯선 인문학 독자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과학 명저의 세계로 안내한다. 지난 40년 동안 인상 깊었던 과학고전을 소개해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학문의 재미와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이 인류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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