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이 대학으로서의 존재감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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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대학이 대학으로서의 존재감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
  • 승인 2021.10.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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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_ 논설고문 칼럼

최근 《한국대학신문》에서 조사한 대학생들의 대학진학 이유는 단연 취업이 1위였다. 최근 3년 연속으로 대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한 이유로 취업에 유리한 조건 획득(51.0%)을 1순위로 꼽았다. 이 응답 비율은 2018년 39.3%에서 2019년 51.8%로 대폭 상승했다. 이후 2020년에는 51.6%, 2021년 51.0%로 수치가 거의 유사하다. 대학생 2명 중 1명이 취업을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①취업의 유리한 조건 획득(51.0%) ②사회적 분위기에 편승(16.4%) ③다양한 경험 가능(15.0%) ④부모의 권유(6.2%) ⑤학문연구(5.2%) ⑥신분 상승 기회 확보(3.8%) ⑦인간관계 확대(1.4%) ⑧기타(0.6%) ⑨배우자 선택을 위한 좋은 조건 획득(0.4%)순이었다. 

이는 현재 대학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취준생들의 집단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대학은 이제 고전적인 상아탑 이미지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모든 고등학생들은 더 나은 취업을 위해 유리한 고지라고 생각하는 수도권 대학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2022년도 수시 대학입시 상황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 소재 주요 15개 대학의 수시지원 현황은 경쟁률이 평균 18.49대1로 지난해 16.37대1에 비해 상승했다. 이에 반해 지역대학들은 거점 국립대학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거점 국립대학의 수시 하락세가 주춤하게 된 이유는 취업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의약계열에서 지역인재전형 확대에 따라서 지원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들은 취업에 유리한 대학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직업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으로 급여를 꼽았다. 직업선택의 제 1요건인 급여는 4년 연속 1위에 뽑혔을 만큼 대학생들에겐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되는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으로 안정성(16.7%)이 2위를 차지했다. 직업선택 조건 1순위인 급여와 2순위 안정성의 응답률을 합치면 47.8%에 달한다. 전체 응답률의 절반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은 대기업이었다.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①삼성·LG 등 대기업(24.0%) ②한전·공항공사 등 공기업(23.8%) ③네이버·카카오 등 IT기업(17.6%) ④기술력, 전망 있는 중소기업(16.2%) ⑤기타(7.8%) ⑥NC소프트·넥슨 등 게임사(5.6%) ⑦스타트업 기업(5.0%) 순으로 나타났다. 위의 결과만 보더라도 대기업과 안정적인 공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앞으로 지역대학이 존재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현실적으로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대부분의 직업군은 수도권에 산재해 있다는 점에서 고등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몰려가고 있는 현실을 막을 방도는 딱히 없다. 또한 지역대학 출신 대학생들 역시 선호하는 기업들을 찾아 수도권으로 달려가는 현실을 탓할 수만도 없다. 결과적으로 어느 지역이든 갈수록 점점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 지역대학들은 우선 대학이 존재하는 지역에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을 유치하든지, 현재 지역에 현존하고 있는 기업을 그러한 기업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산학협력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해온 산학협력 방식으로는 지역대학이 살아날 수 있을지를 장담하기 힘들다. 이제 산학이 일체가 되는 선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기업인들에게만 기대할 수는 없게 되었다. 지역을 혁신시키는 지자체의 근본적인 발상 전환도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도권을 포함하여 각 지역에 살고 있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인식변화이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삶의 공간을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터 잡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전환이 절대적이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힘든 현실적인 과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대학생들에게 이러한 자기 지역에 대한 인식과 삶에 대한 공공성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각 지역 대학에서 자신의 지역에 대한 지역학 공부가 필수과목으로 설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자기 지역에 대한 온당한 이해 없이 지역에 대한 애착과 현실적 과제를 역사적 소명으로 의식하기는 근본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지구촌이 하나로 인식된 지 오래된 현실 속에서 자신이 터 잡고 있는 지역에서만 일하며 살아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수도권 중심주의와 그것으로 인한 기형화된 한국사회의 폐해는 혁명에 가까운 발상과 구체적인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이 소멸되면 국가 전체가 공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길은 지역에 산재해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 전환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개한 ‘2021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으로 대기업과 공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취업이 예상되는 기업으로는 중소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이 대기업과 공기업인 데 반해 현실은 중소기업으로 취업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힘들어진 구직의 현실을 반영하는 바이기도 하지만, 지역대학과 지역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갈 필요와 당위성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제 지역대학은 감나무에 달린 홍시가 나무에서 떨어져 자신의 입에 들어오길 기다리듯 정부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그 어느 시대에나 자력이 바탕이 되지 않은 시대적 난제의 해결은 새로운 발전을 담보해낼 수 없다. 남의 힘에 의존한 임시방편은 결국 모래 위에 지은 집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으로의 집중만 탓하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닐 시간이 없다. 지역대학의 구성원들, 특히 교수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역을 뜨겁게 가슴에 안고 대학과 지역이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이 지역대학을 더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역대학이 그 지역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성찰해 보면, 지역을 위해서 대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는 현실성 없는 제언이나 무성한 담론만을 생산하는 대학에서 지역을 실질적으로 선도하는 실천력을 내보여줄 때이다. 그럴 때 지역대학의 존재성이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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