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성공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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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공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9.2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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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성공: 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 | 윤홍식 지음 | 한겨레출판 | 416쪽

 

‘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라는 대(大)질문에서 시작하는 대표적 사회복지학자 윤홍식 교수의 이 책은 ‘왜 우리는 성공했으나(부유한 선진국이 되었으나) 불행한가?’ ‘왜 한국의 청년들은 기후위기와 세계평화를 고민할 여유조차 허락받지 못하는가?’ ‘어쩌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정규직만을 위한 복지제도가 되었나?’ 등 착잡한 현실을 꼬집는 중대한 질문들을 이어가며 명쾌하게 답한다.

윤홍식 교수는 일제강점기부터 지난 백여 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의 성공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덫이 되었다. 지금의 불행은 역설적이게도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의 결과다”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한국이 GDP 9위의 선진국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10명 중 6명은 ‘울분에 가득 찬’ 극도로 불안한 나라가 되었는지, 복지지출을 매년 늘리는데도 왜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수년째 벗지 못하는지 등을 경제, 정치, 역사, 사회복지 측면에서 탄탄하게 분석한다. 

1장 [성공의 덫]에서는 한국의 청년들과 다른 신자유주의 국가 청년들의 모습을 비교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 사회, 경제적 현안들을 지적한다. ‘86세대가 불평등의 원흉인가?’라는 팽배한 세대 담론부터 ‘청년의 절반 이상이 계층상승에 대한 기대감조차 갖지 못하게 된 배경’ 등을 부의 세습, 능력주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2장 [성공, 그 놀라움]에서는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는지를 사회 전방위적 측면에서 다룬다. 해방 후 성장의 역사와 지금의 ‘불평등한 기회, 불공정한 과정, 부정의한 결과’를 대비해 보여주면서 우리를 성찰하게 하는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현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3장 [성공의 이유]에서는 1960년대 농지개혁부터 국가가 주도한 산업화 과정, 국민의 인내와 대기업의 노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톺아본다. 이 장에선 특별히 10~20년 단위로 치밀하게 분석된 ‘한국의 성공 방식과 이면’을 주목해 읽어봐야 한다. 다음 장들과 논리적으로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4장 [성공이 덫이 된 이유]에선 바로 이 성공 방식이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낱낱이 분석한다. ‘열심히 사는데, 왜 우리의 형편은 그대로인지’ ‘복지지출은 매년 증가하는데 왜 불평등은 날로 심해지는지’ ‘어쩌다 정규직만을 위한 복지제도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밝힌다. 마지막으로 5장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선 한국 사회가 성공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가야만 하는 길을 모색한다. ‘소득 간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려면 증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이 행복한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는 무얼 변화시켜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답이 이 장에서 제시된다.

 

“선진국이 된 한국은 이제 더는 누구의 뒤를 따라가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고 말하며,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가는 길 또한 그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식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한국 사람들은 늘 불안하다. 명문대를 나와도, 집과 직장을 가지고 있어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어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런 사회를 두고 “내가 내 이익을 악착같이 챙기지 않으면,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사회”에 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가 가진, 또는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론 미래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배경엔, 국민 대다수가 공적 복지 혜택을 누린 경험을 거의 실감하지 못하는 데 있다. 대다수 한국인들에게는 “국가가 자신을 지켜준 기억”이 거의 없다. 계층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낮고, 불평등 체감률이 가장 높은 지금의 2030세대는 ‘극한 상황에서 국가의 도움을 실질적으로 받아본 경험’이 제일 부족한 세대이다.

유년기에는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중산층이었던 부모가 빚에 허덕이는 모습을 봐야 했고, 청소년기 혹은 대학에 진학할 당시인 2008년에는 세계 금융 위기를 겪으며 (어찌 보면 유일하게 자력으로 계층상승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진학, 취업에 더욱 목숨 걸어야 했다. 경제적 위기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기 시에도 제 손으로 ‘이겨내야만 하는’ 경험을 했다. 2016년 촛불민주화운동을 이끌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소득불평등을 해결할 길이 없어 자포자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자는 “국민은 국가의 역할이 다시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성장이 불평등과 빈곤을 완화하는 ‘그런 놀라운 기적’은 이미 1990년대부터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힌다. 그리고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보다 부동산, 민간금융상품이 더욱 신뢰받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공적 부조’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과 통찰들을 총 5장에 걸쳐 조목조목 설파한다. 핵심은 ‘복지’에 대한 개념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입고, 먹고, 몸을 누이는 생존에 직결된 복지만으론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음을 구체적 논증으로 피력한다.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돌봄 노동 해소를 통한 노동시장 참여,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갖가지 실천적 방법들을 제시함으로써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마무리한다.

저자는 말한다.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공이 향기로운 술처럼 우리를 취하게 만들어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보지 못하게끔 가리는 역사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새로운 기적을 경험하는 이때야말로 불평등, 빈곤, 차별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때라고 말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의 ‘이상한 성공’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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