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과 갈등고조 이론을 통해 중국의 영토분쟁을 분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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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과 갈등고조 이론을 통해 중국의 영토분쟁을 분석하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6.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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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영토분쟁: 타협과 무력충돌의 메커니즘 | 테일러 프레이블 지음 | 장성준 옮김 | 김앤김북스 | 544쪽

14개국과 육상 경계를, 6개국과 해상 경계를 맞대고 있는 중국이 경제적, 군사적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중국과 접경 국가들 간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의 파고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중국은 과연 대만을 병합하기 위해 무력침공을 단행할 것인가? 중국이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센카쿠 열도를 점령할 것인가? 중국-인도 간의 영토분쟁은 전면전으로 비화할 것인가? 중국은 남중국해를 장악하기 위해 인근국가들은 물론 미해군과의 무력충돌을 불사할 것인가? 

이 책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분석과 예측을 제시한다. 저자는 최근 중국의 강경한 태도가 반드시 전쟁의 위험이 높아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무력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중국이 무력충돌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한다. 중국의 영토분쟁에 관한 저자의 기본 관점은 중국은 건국 이래 60여 년간 중국은 영토문제를 둘러싼 주변국가들과의 갈등을 무력에 호소하기보다는 타협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신생국가 중국은 건국 이후 심각한 내부적 위협(티베트, 신장 지역의 반란, 대약진운동의 실패,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태)에 직면했고, 체제의 안정과 변강 지역에 대한 통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인접국가들과의 영토분쟁을 타협적으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즉, 중국은 티베트와 신장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인정받는 대신에 일부 영토적 양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분쟁을 해결했다. 반면 인도나 소련, 베트남과의 영토분쟁에서는, 강한 군사력을 가진 상대라 하더라도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 장악력 저하를 막기 위해 무력충돌을 감행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타협과 갈등고조(escalation)라는 대응 방식의 차이를 분쟁지역에 대한 장악력(claim strength)의 변동과 중국 체제에 대한 대내적, 대외적 위협의 함수관계로 설명한다. 저자는 이런 분석이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중국이 영토문제에서 무력사용을 배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로 중국은 강한 군사력을 가진 인접국가인 소련, 인도, 베트남과 영토문제로 몇 차례 무력충돌을 벌였고 남중국해에서 몇몇 섬들을 무력으로 점령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중국의 전투기들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수시로 침범한다. 다만 이러한 무력사용은 침공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대개 상대국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저자는 영토분쟁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있어 타협 또는 갈등고조 전략을 선택하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이 책에서 그러한 패턴을 규명하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덜한 변경 지역 영토분쟁과는 달리 본토 지역이나 핵심이익이 걸려있는 영토분쟁에서는 예외 없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오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국력이 강해지면서, 중국의 핵심지역은 대만을 넘어 남중국해, 동중국해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대만, 인도와의 국경, 센카쿠 열도, 남중국해 도서와 같은 핵심지역 분쟁에서 무력수단을 동원해 단기간에 해결하기보다는 그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렇게 중국은 총 한발 쏘지 않고 홍콩과 마카오를 다시 손에 넣었다. 남중국해에서는 비군사조직인 해상민병대를 동원해 지형물들을 장악하고 있다. 인도와의 국경 지역에서는 인도와 티베트의 연결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이 그 동안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해왔는지 설명함으로써 향후 영토분쟁에서 중국의 전략과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영토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하게 되면 한국의 생명선을 중국이 쥐게 된다.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장악하면 동중국해로 나아가는 문이 열리게 된다. 중국은 서해를 내해화하려 할 것이고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과 이어도 영유권에 본격적으로 도전해 올 것이다. 남북통일 과정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중국과의 경계문제들이 제기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중국의 영토분쟁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며, 그러한 중국의 전략과 행태들을 파악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중국이 패권적 의도를 갖고 있든 갖고 있지 않든, 부상하는 중국은 한국에 크나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고 서해와 동중국해, 더 나아가 서태평양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지적했듯이, 중국의 국력이 강해질수록 분쟁지역에 대한 중국의 장악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고, 한국은 중국을 상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한국의 전략은 한미 동맹이든 쿼드 플러스든 중국과의 힘의 비대칭성을 상쇄하고 균형을 이루기 위한 방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또한 중국과 인도나 베트남의 분쟁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즉, 분쟁지역을 장악하고 기정사실화하는 중국의 행동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갈등고조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무력충돌을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14개의 나라들로 둘러싸인, 그리고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중국 자신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영토분쟁을 심도 있게 연구한 이 책은 자국 중심의 패권적 질서를 추구하는 중국이 한국에 가하는 그리고 앞으로 가하게 될 영토적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숙고하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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