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기본 정신은 공렴(公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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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기본 정신은 공렴(公廉)이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6.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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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박석무 지음 | 현암사 | 420쪽

정약용은 1818년 봄 유배지인 전라남도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48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 『목민심서』를 탈고했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할 모든 것들을 12편 72항목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으로, 조선 시대 공직자들의 바이블이었다. 흔히 조선 시대라고 했을 때 우리가 떠올리는 것처럼 이론이나 관념의 책이 아니라 실행의 본보기를 다룬 실질적인 내용을 제시한 것이다. 

다산은 그 방대한 저작 속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목민관, 즉 공직자의 기본 정신은 ‘공렴(公廉)’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 두 글자를 가슴에 안고 평생 동안 고민하고 실천하며 살았다. 그런 의미에서 목민심서는 다산이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공렴을 실천했는지에 대한 보고서이자, 옛날의 어진 목민관이 실천했던 공렴한 행정의 본보기를 담은 책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다산이 말하던 목민관은 이제 수령이 아니라 최하급 공무원에서 입법부, 사법부의 공무원과 최고 지위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직자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리들의 부패를 개탄하며 목민심서를 썼던 시대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직자들의 윤리성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어왔다. 불과 얼마 전에도 공공기관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는 일이 있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다산이 평생 동안 추구했던 공렴이라는 가치를 공직자는 물론, 우리 사회 모두가 실천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오늘의 눈으로 읽는 목민심서를 엮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다산의 사상과 공렴이 가진 의미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산 정약용은 2012년 유네스코에서 뽑는 전 세계 네 명의 기념 인물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전 세계적으로 업적을 인정받는 학자다. 그동안 다산을 말할 때 그의 뛰어난 문장과 학자로서의 면모를 먼저 떠올렸다면, 이 책을 보면 다산이 무엇보다도 실용주의자였으며 현실적인 사고를 지닌 실학자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취임식과 부임행차를 하는 과정부터 정책 홍보와 공문서 작성, 원칙에 맞는 세금 징수, 사회적 약자를 가장 먼저 위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까지 조선이라는 사회적 제약이 많은 시대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정에 노력을 기울였다. 유학뿐만 아니라 과학과 수학, 공학과 토목공학, 농학까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실용적인 분야를 공부했던 그의 실용적인 사고가 그대로 나타나는 부분이다.

그는 특히 부패한 사회와 당시 목민관들을 개탄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완전한 복지사회를 지향했다는 점에서도 시대를 앞서나갔던 사람이다. 복지국가의 건설, 복지사회의 구현, 다산의 꿈과 희망은 바로 그 점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이 책 곳곳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목민심서에서 민民은 당연히 백성을 뜻하지만 다산은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적·경제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그는 복지를 우선에 둔 행정과 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꿈꾸었던 개혁가였다.

목민심서라는 말을 풀어보면 ‘백성을 잘 다스리는 마음의 책’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목민심서의 제목 중 ‘심서(心書)’의 뜻에 대한 정약용의 말을 인용하여 이야기한다. “‘심서(心書)라고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몸소 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만의 책’, 즉 ‘심서’라고 했다.’ 백성을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귀양살이하는 몸으로는 실천할 방법이 없어 ‘마음의 책’이라고 했으니 그 얼마나 애절한가.”

목민심서가 세상에 나온 지 200년이 되어 시대와 관습이 많이 변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목민관이 가져야 할 마음은 같다. 공직자의 공렴은 나라와 사회 시스템을 지탱하는 기본이다. ‘위엄은 청렴에서 나온다’는 다산의 철학은 행정관의 부패와 시스템의 사각지대라는 변함없는 문제를 안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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