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저들 속에서 한국전쟁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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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저들 속에서 한국전쟁을 발견하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1.06.20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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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책_ 『세계문학 속의 한국전쟁: 38인의 작가로 읽다』 (최종고 지음, 와이겔리, 320쪽, 2021.06)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란 별칭으로 함부로 불리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70여 년이 지났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 과거지사가 잊혀지는 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은 국내에서도 ‘잊으려는 전쟁’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남북통일을 위해 6·25전쟁은 잊혀져야 한다는 정치적 분위기가 현저하다. 

그렇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북통일을 지향한다 해서 민족사 내지 세계사적 전쟁을 기억에서 지울 수 있을까? 3년간의 혈전, 지금도 종전이 아닌 정전상태로 남아 있는 이 민족사적 피멍을 우리는 결코 지울 수 없을 것이다.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비극이면서 16개국의 유엔군이 참여한 20세기 대전쟁의 하나이다. 세계사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 전쟁을 세계의 많은 작가들이 한국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잊지 않기 위해 펜을 들었다.

저자는 이런 의문을 가져본다. 한국전쟁이 16개국의 유엔군이 참여한 20세기 대전쟁의 하나라면 세계사적 지평에서 어떻게 기록되었고, 특히 문학에서 어떻게 작품화되었을까? 한국인들이 그렇게 갈망하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좋은 주제일 텐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같은 명작은 왜 나오지 않을까? 지금까지 한국전쟁을 다룬 문학작품은 어떤 작가들에 의해 어떤 형식으로 나왔을까? 

문학과 작가란 개념이 광범하여 소실이나 시 이에도 수필, 르포, 전쟁 기사, 자전적 회고록 등이 포함된다. 소설이 픽션이라 해도 전쟁의 현실을 간과한 것이라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역사가들이 전쟁사를 기록하더라도 문학의 서술과 묘사만큼 전쟁의 실상과 의미를 깊이 있게 포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전쟁은 세 가지 점에서 최초의 전쟁이다. 첫째는, 세계사에서 처음으로 공산주의의 대외팽창을 유엔의 힘으로 저지 격퇴한 전쟁이고, 둘째는, 주력을 이룬 미국군이 역사상 처음으로 백인과 흑인이 동등하게 취급된 전쟁으로, 그에 따른 독특한 심리적 사회적 특징과 문제가 드러난 전쟁이다. 셋째는, 전쟁포로를 종전처럼 당연히 고국으로 귀환하지 않고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선택하게 한 전쟁이다.

이에 대해 세계의 작가들은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 속에서 한국전쟁을 서술해 왔다. 한국전쟁은 세계문학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한국 문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한국은 뭐니뭐니 해도 전쟁이 일어나자 유엔 결의로 16개국이 참전한 국가로 기억되고,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도 가장 좋은 주제가 한국전쟁이라고들 얘기한다. 헤밍웨이의 스페인전쟁을 주제로 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같은 명작을 한국인들이 못 쓴다는 법이 있겠는가.

이 책은 한국전쟁을 문학작품과 르포, 회고록 등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저술한 38인의 세계작가들을 발굴 소개하고 있다. 그중 미국인이 29인, 중국인이 3인, 독일인이 1인, 프랑스인이 1인, 그리스인이 1인, 인도인 1인, 인도네시아인이 1인, 영국인이 1인이다. 그리고 김은국(Richard E. Kim)처럼 영어로 작품활동을 하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한국계 작가도 4인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38인의 작가들에게 그려진 한국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이 펴낸 책들을 찾아 한국전쟁의 실상을 발견한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은 십만 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우리 민족의 비극을 간과하지 않고 이역만리를 달려온 참전용사들은 비극의 현장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이 체험을 바탕으로 이들은 펜을 들었다.

특히 이 책에는 영화 '모정(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의 원작 소설가인 한수인이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이안 모리슨에게 받은 연서가 국내 최초로 번역돼 실려 눈길을 끈다.

중국계 작가인 한수인은 전쟁 통에 사망한 애인의 편지를 나중에 받고 이 소설을 쓰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이 편지에서 이안 모리슨은 한국인을 '이렇게 좋은 민족(such a nice people)'이라고 묘사했고, '공산주의와 반공산주의의 힘의 대결에서 피해를 보는 한국인에게 무한한 연민을 느꼈다'고 썼다"며 "삶과 죽음의 한계선에서 애인에게 쓴 이 편지는 전쟁의 참상과 인생의 의미, 문학과 철학을 농축한 문서라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한국어로 빛을 보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가들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인 맥아더 장군, 리지웨이 장군, 클라크 장군 그리고 일선장교, 참전용사들과 한국전쟁의 현장을 증언과 기록으로 남긴 기자들, 한국전쟁을 문학작품으로 남긴 문학인들, 한국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밝힌 정치학자, 역사가 등 다양하다. 특히 세계문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교포 작가들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사실 한국전쟁을 다룬 한국 작가와 작품에 대한 연구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스러워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 역시 전쟁과 분단이 낳은 후유증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작가들은 자기 창작에 몰두하다 보니 이를 종합적으로 살필 겨를이 없고, 학계 또한 연구층이 얇다보니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학술적 이론서가 아니고 저서들을 평가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들을 소개하고 작품 속에서 몇 군데씩을 있는 그대로 뽑아 전달한다.

저자 최종고(崔鍾庫)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33년간 법사상사를 가르쳤다. 2000년 ‘한국인물전기학회’(Korean Biographical Society)를 창립하여 한국인의 전기와 자서전을 연구하면서 바람직한 전기학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고, 2017년부터는 ‘한국펄벅연구회’를 조직하여 이끌고 있다. 특히 괴테연구가로서 <괴테와 다산, 통하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많은 학술서를 저술하여 2012년 삼일문화상을 수상했다. 2013년 정년 후에 문학은 인생의 대도(大道)라는 생각으로 시인으로, 수필가로 등단하고 『괴테의 이름으로』, 『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전3권) 등 시집과 문학서를 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며, ‘국제PEN한국본부’, ‘공간시낭독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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