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휴머니즘 … 인간을 재설계하다

2023-05-14     유용석 전북대·언어학

■ 책을 말하다_ 『트랜스휴머니즘의 역사와 철학: 인간을 재설계하다』 (로베르토 만조코 지음, 유용석·김동환 옮김,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516쪽, 2023.03)

 

이 책은 인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윤리적·정치적 이해에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키려는 국제 정치 운동이자 문화운동인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을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에서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적·철학적·과학적 관점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을 포괄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트랜스휴머니즘의 문화적 뿌리를 추적하고, 주요 철학적·인식론적·윤리적 문제를 논의하며, 트랜스휴머니스트가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주제에 대한 최신의 과학적 연구를 검토하고자 한다. 

이 책은 보다 선견지명이 있는 측면을 포함하여 트랜스휴머니즘 사상을 견고하고 포괄적으로 묘사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을 소개하는 대부분의 다른 책들과 긍정적인 차별성을 보이는 흥미로운 특징은 니콜라이 표도로프와 러시아 우주론자에서부터 현대 발전에 이르기까지 종교적 트랜스휴머니즘에 많은 공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은 그 학제성 때문에 그리고 정치적 의제와 이론적 추측을 복잡하게 혼합하기 때문에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어떤 사람은 트랜스휴머니즘을 이데올로기나 철학이라고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일종의 믿음으로, 또 어떤 사람은 과학적 검증을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는 여러 이론의 혼합물로 여긴다. 위키피디아에서는 트랜스휴머니즘을 “인간의 지능과 생리를 크게 향상하기 위해 널리 이용 가능하고 정교한 기술을 개발하고 만들어서 인간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적인 지적 운동”으로 정의한다. 

 

즉,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의 정신적ㆍ육체적 특징과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지적 운동이자 문화적 운동이다. 이 운동에서는 장애와 고통, 질병, 노화, 죽음과 같은 인간의 선천적 조건을 바람직하지 않고 불필요한 것으로 단정한다. 이러한 트랜스휴머니즘은 전통적인 종교의 종말론적 열망을 세속적으로 해결하려는 합리적인 준(準)과학적 공상의 일관된 체계이다. 즉, 현대 과학으로 축적된 엄청난 양의 지식을 사용하고 흡수하여 인간의 타고한 한계성과 취약성을 극복하려는 시도이다.

트랜스휴머니즘 관점에서 보면, 트랜스휴먼(transhuman)은 휴먼(human) 단계에서 포스트휴먼(posthuman) 단계로 이행 중인 사람을 가리킨다. 하지만 미래의 포스트휴먼이 인간으로 여겨질지, 새로운 종으로 여겨질지, 매우 다른 새로운 종의 다양한 집합으로 여겨질지, 아니면 생물학에서 제시하는 고전 분류법을 벗어나는 비생물학적 존재로 여겨질지는 확증하기 어렵다. 어쨌든 트랜스휴먼은 우리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부과된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하게 무언가를 행하는 우리의 체조·식이요법·의학 관행을 따르고, 성형수술과 성전환 수술을 받으며,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를 주기적으로 복용하고, 안경과 보청기 그리고 더 나아가 인공 사지와 장기를 몸에 부착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 인간이다. 

이에 반해 포스트휴먼(posthuman)은 더는 휴먼(인간)으로 분류될 수 없는 층위에 있으며, 물리적·정신적 능력이 우리의 능력을 능가하는 미래의 존재를 암시한다. 따라서 포스트휴먼은 과거나 현재의 인간 천재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질병과 노화에 훨씬 더 내성이 있다. 더 나아가 포스트휴먼은 자신의 욕망과 기분을 직접 통제하고, 피곤함과 지루함, 불쾌한 정서를 피하며, 성적 성향을 취향에 맞게 조절하고, 쾌락주의적·미적 경험을 강조하며, 호모 사피엔스의 제한된 뇌로는 접근할 수 없는 의식의 완전히 새로운 상태를 경험하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포스트휴먼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상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한 존재는 우리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고를 품고 있는 가상적 존재로 간주된다.

트랜스휴머니즘 사상가는 인간 종(種)이 로봇공학, 인공지능, 생명공학, 인지신경과학, 나노기술 등 현재 개발 중인 진보된 기술을 사용하여 자신의 손으로 진화의 과정을 밟아서, 현재의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현재 달성 가능한 최대 수준 이상으로 우리의 지능을 향상시키며, 타종의 전유물인 기술을 습득하고, 비자발적인 노화와 죽음을 없애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존재의 포스트휴먼 수준을 달성하기를 원한다. 이 책은 이런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특히 트랜스휴머니즘의 ‘선도자’와 트랜스휴머니즘 운동 자체와 주요 사상, 주요 대표자, 단체 등을 다룬다. 그리고 불멸이라는 플랜 A가 실패할 때 좋은 대안이 되는 플랜 B도 자세히 다룬다. 그 계획은 크라이오닉스(cryonics; 냉동보존술)를 말한다. 더 나아가 트랜스휴머니즘의 핵심 기둥인 나노기술을 분석하고, 개인, 기업, 조직이 시도하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몸을 증강하는 실제 연구를 다룬다. 

후반부에서는 인간의 뇌 내부와 기계와의 인터페이스 가능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로 뇌를 수정하고 인간의 생물학적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과 더불어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도 고려한다. 마지막으로는 낙원 공학(Paradise Engineering)의 개념을 살펴보고, 가장 사랑받는 트랜스휴머니즘 개념인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과 그 결과를 폭넓게 다룬다. 이어 트랜스휴머니즘과 종교 사이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관계와 트랜스휴머니즘이 신 같은 상태로 승천하려는 열망을 살펴본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의 글쓰기 방식은 명확하므로,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에 따른 기술적 특이점 등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에 어렵지 않고, 이 개념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과 학부생에게도 큰 매력을 발산할 것이다.


유용석 전북대·언어학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코네티컷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Connecticut)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언어학, 통사론 분야의 연구와 강의를 수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Mobility in Syntax가 있다. 논문으로는 「On the edges of Korean NP」, 「ECM and Scrambling at the Edges of CP in Korean」, 「Scrambling in Korean meets the Labeling Theory」, 「Developing Language-Specific Models Using NAS」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