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동결’ 요청에도 4년제 대학 86개교 등록금 올렸다

- 대교연, 올해 193개교 등심위 회의록 조사 결과 - 인하 대학 4곳에 그쳐 - 다수의 대학이 단 1회 회의 열어 인상 결정

2023-04-17     이명아 기자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2월 9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학등록금 인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정부가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음에도 4년제 대학 44.6%가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가 17일 발표한 '2023학년도 등록금 인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93개 국·공·사립 4년제 대학 중 44.6%인 86개교가 등록금 인상을 강행했다.

대교연이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을 공개한 193개 대학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등심위는 대학교 등록금을 심의·책정하는 기구로 교직원과 학생,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다.

전수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193교 중에서 학부 등록금을 인하한 대학은 배재대(0.04% 인하), 청주대(0.46%), 한국항공대(0.31%)2), 서울장신대(일부 학과 인하, 인하율 미공개) 4개교이다.

한편, 올해 학부, 대학원,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86개교(44.6%)이다. 이 가운데 학부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17곳(8.8%)이며, 이 중 8개 대학은 교육대학(경인교대·광주교대·대구교대·부산교대·전주교대·진주교대·청주교대·춘천교대)으로 국립대학이며, 9개교는 동아대·경성대·세한대 등 사립대학이다. 

학부 인상률을 보면, 지난해 대비 인상률이 법정 상한선(4.05%)에 근접한 4%대인 대학이 10곳에 달한다. 전주교대·진주교대·세한대·서울신학대의 인상률이 4.04%로 가장 높았다.

학부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은 172개교인데, 이 중에서 103개교(53.4%)는 대학원과 정원 외 외국인 학생 등록금도 동결했다. 반면 대학원이나 정원 외 외국인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이 69개교(35.8%)였다. 대학원 등록금만 인상한 대학은 강남대·부산대·부산장신대 등 46곳이고,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만 인상한 대학은 가천대·홍익대 등 7곳이다. 대학원과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을 모두 올린 대학은 가톨릭대 등 16곳이다.

종합하면, 정부가 통제해온 학부 등록금뿐 아니라 대학원과 외국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변칙 등록금 인상’으로 전체 4년제 대학의 절반가량인 86개교(44.6%)가 학부, 대학원, 정원 외 외국인 등의 등록금을 올린 셈이다. 진보·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14년째 이어져 온 정부 주도의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가 고질적인 대학 재정 위기와 고물가 영향으로 흔들린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고물가 시대이다 보니 인상 가능한 범위가 커져 사회적 비난을 받더라도 등록금 인상을 택하는 대학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대학의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해 (장학금 지원 등의 형태가 아닌) 등록금액 자체를 큰 폭으로 낮추고 국민들의 교육비 부담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한편, 대교연 보고서는 등록금심의위원회 운영 및 회의록 공개 과정의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등심위 회의 개최 현황을 살펴보면 5개교는 회의 없이 서면 심의로 등심위 회의를 갈음했다. 또한 158개교(81.9%)는 등록금 심의를 안건으로 회의를 1회만 진행했는데, 여기에는 학부 등록금을 인상한 17개교 중 14개교가 포함된다. 종합하면 163개교(84.5%, 서면 심의 포함)가 등록금 심의를 안건으로 회의를 1회만 진행했을 뿐이다.

등록금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예산안뿐만 아니라, 등록금 및 학생 1인당 교육비 산정근거, 등록금 의존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 보고서는 단 한 차례 회의 또는 서면 심의로 등록금 책정을 위한 충분한 자료 검토와 논의가 가능했을지 의문을 표했다.

등심위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한다. 그러나 재적위원 8명 중 4명이 출석한 상태로 회의를 개의해 등록금을 결정함으로써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 조항을 위반한 대학이 한 곳 있었다. 

또한 등심위는 회의록을 공개해야 하지만 1개교는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았고, 1개교는 회의록에 등록금 심의 안건이 없었다. 그리고 등심위는 회의록을 공개할 때 발언 요지를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4개 대학은 회의록 상 발언 요지를 공개하지 않고, 심의 안건과 결과만을 공개했다.

등심위가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각 대학은 법령의 등심위 관련 사항을 바탕으로 충분한 자료 검토 및 논의, 구체적인 회의록 공개 등을 개선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