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는 하마’처럼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 POSTECH 이기택·김자명 교수팀, 북동중국해 해역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 기작 밝혀 - “여름엔 식물 플랑크톤, 겨울엔 매서운 바람이 이산화탄소 줄여”

2022-07-13     이현건 기자

 

                                     POSTECH 환경공학부 이기택 교수·김자명 연구조교수

자취생의 천적인 습기. 특히 장마철과 같이 습한 날씨에는 옷장에 꿉꿉한 냄새가 진동하기 마련이다. 이때 ‘물 먹는 하마’를 넣어두면 한층 상쾌하게 옷장을 관리할 수 있다. ‘물 먹는 하마’가 습기를 흡수하듯이, 바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맑은 공기를 만들어준다면?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이기택 교수·김자명 연구조교수 연구팀은 국립해양조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립수산과학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북동중국해 해역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제거가 활발한 이유를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최근 발표됐다. 

 

북동중국해 해역의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수중 암초에 설치됐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가운데에 있는 이곳은 동북아시아 대기 환경을 분석할 수 있는 장소이자, 미래 해양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7년간 관측한 해양 탄소의 분석 결과, 봄·여름철에는 해양 표층에 사는 식물 플랑크톤이 급격히 늘어났다. 4~8월경 중국 양쯔강에서 식물 플랑크톤의 먹이인 영양염1)이 대량으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식물 플랑크톤의 활발한 광합성 작용으로 해양 표층의 탄소 농도가 줄어들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바닷속으로 더 많이 흡수됐다. 

이뿐만 아니라 11월부터 이듬해 3월에 이르는 겨울철에는 급격히 수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세게 불면서, 해양 표층의 이산화탄소 용해 반응과 대기-해양 간 기체 교환이 활발히 일어났다. 이로 인해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계절에 따른 해양 생물의 성장과 이산화탄소 가스의 열역학적 특성으로 인해 북동중국해 해역의 대기 이산화탄소가 제거되는 것이다. 이 지역 이산화탄소의 순 흡수량은 연간 61.7 g C m-2 yr-1에 달했으며, 유사 기작이 일어나는 우리나라 배타적 경제수역 해역 내에서는 연간 약 2,000만 톤(t CO2)의 이산화탄소가 제거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연안의 얕은 해역에서 흡수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인근 대양의 심층으로 이동하면, 해양이 한층 효과적으로 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써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 원천기술개발사업과 국립해양조사원,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