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교육계 반발 "부적격, 무지한 인사"

- 청문회 없이 임명...의혹, 갈등사안 해결해야 - '만취·갑질' 박순애 임명에 교육계 "백년대계 짓밟는 일" - 교수단체 "교육 수장에 행정 전문가…무지한 인사" - 대학생 "교육 전문성 안 보여…최선의 선택이었나"

2022-07-06     이명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JTBC 뉴스 캡처

각종 논란 속에 윤석열 정부 첫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박순애 서울대 교수가 4일 임명됐다.

박 교수는 김인철 후보자의 낙마 이후 지난 5월 26일 교육부장관에 내정됐고 국회 원 구성이 미뤄지면서 39일 만에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채 임명이 강행된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와 정치권의 '사퇴 요구'를 묵살한 임명이어서 박 장관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교육단체들은 박 장관의 '자질 논란'을 거듭 강조하면서 "백년대계 교육을 짓밟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 장관은 ▲만취운전과 선고유예 의혹 ▲제자 논문 가로채기와 논문 중복 게재 의혹 ▲조교에 대한 '갑질' 의혹 ▲자녀의 서울대 특혜 장학금 의혹 ▲배우자의 연구비 수령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임명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그동안 불거진 이러한 각종 의혹을 해결하지 못한 데다가 청문회마저 거치지 않으면서 신뢰가 추락해 새정부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기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교육현안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 속에서 자질 논란에 휩싸인 박 장관이 거센 반발 여론을 뚫고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 무엇보다도 연구윤리를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인 만큼 연구윤리 위반 의혹은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박 장관은 인용·출처표기 없이 논문 중복 게재(셀프 논문 표절), 제자 논문 가로채기,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활동 당시 연구용역 수주, 배우자 연구용역 끼워넣기까지 각종 의혹이 제기됨으로써 교육부장관으로서의 자질만이 아니라 학술연구자 자격에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연구자의 연구부정 행위 방지 및 검증을 위해 연구윤리규정을 마련하고 시행해 연구 윤리를 확보해야 하는 주무부서 장관이 연구윤리 논란의 당사자가 된 상태에서 장관에 임명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울 뿐만 아니라 과연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 박 장관은 지난 2001년 12월 음주운전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는 0.251%로 당시의 면허 취소 기준인 0.1%보다 2.5배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임명 초기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울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재직 당시 조교 등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도 잇따라 제기됐다.

여당 일각에서는 박 장관의 만취 운전은 오래 전 일이라며 방어하고 있지만,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교원은 교장 승진은 물론 퇴직하면서 정부 포상도 받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만취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박 장관의 임명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직 사회는 박 후보자의 20년 전 음주운전 보다 두 배 오래된 40년 전 음주운전 때문에 포상을 못 받을 정도로 도덕성이 높다"며 "교장 승진 자격조차 없는 인사를 인사청문회도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교육계 역사상 부끄러운 교육부 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공공·행정조직 전문가인 박 부총리의 교육 분야 경력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교육 분야에는 갈등이 첨예한 '교육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반도체 분야 인재양성은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가 검토되면서 지방대학 총장들이 집단 행동을 예고했다. 대학 등록금 규제 완화, 대학 지원을 위한 교육재정 개편 역시 만만찮은 문제다. 그 외에도 교육과정 개편과 대입제도 개편, 고교학점제 도입 등 논란이 큰 사안들이 즐비하다.

이해충돌이 심한 교육개혁 추진 과정에서 정책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중재하는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교육 전문가’가 아니며 교육분야 경력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인사여서 이처럼 교육계에 얽혀있는 산적한 교육 과제를 잘 풀어낼지 우려감이 클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교육부장관 후보자(박순애) 검증 TF는 성명을 내어 음주운전 전력뿐 아니라 그 외에도 “‘김치 담그는 법’ 같은 가정부 뽑기 위한 질문지 작성을 조교에게 시킨 갑질부터 장녀 서울대 특혜성 장학금 수혜, 차남 대학 입시, 4개월간 4번 주소 변경을 한 위장전입, 모친의 농지법‧건축법 위반,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활동 당시 연구용역 수주, 셀프 논문 표절, 제자 논문 가로채기, 배우자 연구용역 끼워넣기” 등 각종 의혹을 지적하면서 박 장관의 온갖 비리‧갑질‧특혜 의혹들에 대한 검증을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사회시민연대 활동가가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임명 강행 비난 잇따라

유·초·중등 교원단체와 고등교육계 단체들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자질 논란'을 거듭 강조하며 잇따라 입장문을 내고 박 장관의 임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초·중등 교육계가 박 장관의 후보자 시절 의혹을 근거로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면, 반도체 인력 양성 및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 위기 등 현안에 직면한 고등교육계는 박 장관의 '교육 비전문성'을 향후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했다.

▶ 전국교수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박 후보자 임명에 대해 “나라의 백년대계를 맡아 일해야 할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더욱더 국회 청문회를 통해 각종 의혹을 검증해야 할 뿐만 아니라 후보자의 교육관과 교육정책에 대한 비전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국가 운영의 기본 질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생략할 수 없는 절차였다.”면서 박순애 장관의 즉각적인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김일규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박순애 장관을 둘러싼 도덕성의 부재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 전문가가 아니란 점”이라며 “교육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 자체가 윤 대통령이 교육에 대해 무지, 무관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다 구체적인 반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교수노조에서는 임명에 대해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전국교수노동조합은 교육 관련 단체와 연대하여 박순애 장관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을 하나하나 끝까지 밝히면서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전교조는 4일 논평을 내고 박 장관에 대해 "자질 논란으로 이미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음주운전 혐의와 이에 따른 선고유예에 대한 해명 없는 사과, 제자 논문 가로채기 및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윤리 불감증, 교수 재직 시 조교에 대한 갑질 논란까지 이제 박 장관의 이력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리 불감증의 당사자인 교육부 장관의 입시 비리 조사 전담 부서 운영, 음주운전 이력 장관의 교육공무원 인사 총괄이 힘을 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지도력을 잃은 교육 수장 임명 강행은 교육의 방향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날 임명을 재가한 윤 대통령을 향해 "교육부 장관 공석이 길어지는 문제보다 잘못된 장관 임명 강행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며 "박 장관 임명은 교육계에 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여론과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질 교육 수장을 기대하는 교육계의 바람을 짓밟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회복, 입시제도 개편 등 산적한 교육개혁 과제를 앞두고 그 추진 동력이 상실된다면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교육부 장관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박 장관이 과거에 우리나라 교육 문제에 대해 확실한 자신의 방향이나 입장, 능력을 보여준 것이 없어서 우려가 크다"며 "장관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그 우려를 안고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생 단체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민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은 "사실 박 장관이 교육 전문성이 크게 있는 후보자로는 보이지 않아서, '교육부 장관으로서 최선의 선택이었나'라는 의문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사노조는 "도덕적 자질 없는 교육부 장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박 장관의 과거 만취 음주운전은 교육부 장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전력"이라며 "교육부 장관의 이력은 우리나라 교육이 목표로 하는 바람직한 인간상과 거리가 멀다. 박 장관의 임명은 교육공무원들의 교육부에 대한 냉소주의를 확대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보수적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입장문에서 "임명 과정에서 의혹들이 제기되고, 청문 절차 부재로 교육에 대한 소신, 비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며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직무에 임해달라"고 밝혔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서울경제>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박순애 후보자의 풍부한 행정 경험과 식견이 '유치원과 보육' 통합이나 돌봄교실 개선 등 교육 난제를 풀어가는 데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박 장관을 향해 "최선을 다 해 일로써 해명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