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행복 수준, 경제적 성취에 못 미쳐"…국가행복지수 146개국 중 59위

- 제8회 ‘국민 삶의 질 측정 포럼’…한국보건사회연구원·통계청·한국삶의질학회 공동주최 - "행복 높이는 최우선 과제 '일과 삶의 조화'"

2022-07-02     고현석 기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현황을 진단하고 정책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인의 행복 수준은 경제적 성취에 미치지 못한다며, '일과 삶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의 국가행복지수 순위는 146개국 가운데 59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및 한국삶의질학회, 통계청이 공동으로 주최고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후원하는 「제8회 국민 삶의 질 측정 포럼」이 6월 29일(수) 대전 통계센터에서 개최됐다. 정부기관, 학계,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이 포럼은 2015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행복 및 삶의 질 측정과 정책적 활용'을 주제로 2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삶의 질 측정결과에 대한 정책적 활용 사례'와 '한국인의 행복 측정에 대한 종합연구 결과'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국가와 지역 단위에서의 삶의 질 측정 결과와 함께 이를 정책과 연계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국민 삶의 질 지표 측정 결과, 지역사회조사 공통항목 및 삶의 질 분석 결과, 행복·영향 평가를 활용한 정책적용, 삶의 질과 재정사업간 연계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6월 29일 대전 통계센터에서 열린 '제8회 국민 삶의 질 측정 포럼' (사진=통계청 제공)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3차 연도에 걸쳐 진행한 '한국인의 행복 및 삶의 질에 관한 종합연구'의 주요 결과를 통해 우리 사회의 행복과 삶의 질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다.

한국과 주요국과의 행복 비교, 행복과 공간적 역량에 대한 질적 연구, 북유럽·베트남·중남미 국가의 행복 구성, 일상재구성법을 통해 본 한국인의 행복에 대해 발표가 이뤄졌다.

<누가 행복한가? 주요국과의 비교와 한국에의 함의>를 주제로 한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가 지난 3월 공개한 '2022 세계 행복보고서'(2022 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9∼2021년 평균 국가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935점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조사 대상 146개국 가운데 59위에 해당하는 점수로, 1위인 핀란드(7.821점)와는 1.8점 넘게 차이가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보다는 세 단계 오른 수치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만 추려보면 최하위권에 속했다.

SDSN은 2012년부터 국가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항목의 3년 치 자료를 토대로 행복지수를 산출해 순위를 매겨 왔다.

 

2022 세계 행복보고서에 나타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한국의 행복지수 순위. 출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 5.935점은 6.039점으로 60위인 필리핀(5.904)이나 61위 태국(5.891)보다는 높았지만, 54위를 차지한 일본이나 5.948점으로 58위를 차지한 그리스보다 낮은 점수다. 

한국은 GDP나 기대수명 항목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나머지 항목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2022 세계 행복보고서에 나타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한국의 행복지수 순위. 출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한국은 지난해 SDSN이 발표한 2018∼2020년 합산 순위에서는 평가 대상 149개국 중 62위(5.845점)를 차지했다. 한국은 2016년 58위, 2017년 56위, 2018년 57위, 2019년 54위를 기록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과학적인 정책 효과성 평가를 바탕으로 '국민총행복'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실업률이 높아지며 비자발적으로 자영업을 택하는 경우가 유효한 만큼, 자영업자와 중장년층 등 상대적 취약계층에 집중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재구성법을 통해 본 한국인의 행복>을 발제한 이병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세계 10위권이고 공식적인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국민들이 누리는 삶의 행복 수준은 경제적 성취에 미치지 못한다고 문제제기했다.

이 연구원은 "분석 결과 한국인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일과 삶의 조화'라며 "경쟁적 문화를 개선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 한국인의 행복감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년과 노년은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활동과 관계 자체가 축소된다"며 "이들이 사회적 활동과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정책적 역량을 지속적으로 유지 또는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