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10명 가운데 2명 이상 ‘갑자기 큰 돈 필요할 때’ 타인 도움 받기 원하지 않아

[보건복지포럼] 한국보건사회연구원_ 사회배제 대응을 위한 새로운 복지국가 체제 개발(2021) - ‘사회참여, 자본, 인식조사’ 추가 분석

2022-05-14     고현석 기자

 

19~60세 한국인들 10명 가운데 2명 이상은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할 때’와 같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도 가족 등 타인의 도움 받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같이 도움을 희망하지 않는 집단 규모를 파악한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또한 도움을 희망하는 집단은 사회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와 소득 격차 감소가 정부 책임이라는 데 대한 동의 수준이 도움을 희망하지 않는 집단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도움을 희망하는 집단은 도움을 원치 않는 집단에 비해 사회 참여 의사가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이 2021년 만 19~59세 성인 8,185명을 대상으로 ‘사회참여, 자본, 인식조사’를 실시한 뒤, 이를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분석의 내용은 [보건복지포럼 4월호]에 ‘사회배제를 보는 또 다른 시각: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저자: 정세정·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연구진은 전통적인 의미의 배제·비배제 구분에 자발성·비자발성 기준을 보탰다. 그렇게 배제·비배제의 성격에 따라 4개 집단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네 집단의 특성, 복지 인식 및 사회 참 여 의사를 비교·분석했다. 기존 사회정책 영역에서는 욕구가 있으나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도움을 받지 못하는’ 집단에 초점을 맞추었고, ‘도움을 원하지 않는’ 집단은 관심의 영역에서 배제됐다. 이번 분석에서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자발적으로 배제되거나 고립된 인구를 포착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회정책적 함의를 이끌어 냈다.    

연구진은 ‘사회 참여, 자본, 인식 조사’에서 “귀하가 큰 돈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고 싶은 집단(희망)이 있겠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집단(가능)이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예문을 제시하고, 두 가지 설문 응답 내용에 따라 다음과 같은 집단 유형을 제시했다.

▶ 위의 집단 유형에 따른 응답자의 분포를 보면, 네 집단 가운데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는 집단(집단 II + 집단 IV)의 비율은 21.68%이었다.

이 가운데 도움 받을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는 집단 (자발적 배제 집단, 집단 II)의 비율은 8.61%, 또, 도움 받을 곳도 없고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는 집단(고립 집단, 집단 IV)의 비율은 13.07%였다.

이번 설문에서 제외된 60세 이상 인구를 포함할 경우, 이와 같이 ‘도움을 희망하지 않는’ 집단의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자발적 배제 집단(집단 II)은 주변에 도움받을 곳이 있음에도 도움을 희망하지 않는 특성을 나타낸다. 이들은 설문 대상자 가운데 8~9%를 차지했다. 이들은 일정한 사회적 연결망이 있음에도 도움을 거부하며, 재분배에 대한 동의 수준이나 사회 참여 의사가 있다는 응답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집단 IV가 비자발적으로 고립됐다면, 자발적인 배제를 선택한 이들 집단 정서의 이면에는 연대의 거부, 관계의 단절, 극단적 개인주의 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립 집단(집단 IV)은 주변에 도움 받을 곳도 없고 희망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정책의 수혜대상이 될 확률이 가장 희박하다. 이들은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이른바 고독사, 은둔형 외톨이, 가족 살해 후 자살과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감염병의 범유행 상황에서 이와 같은 사회적 고립의 문제는 더욱 심화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들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할 때 도움받을 곳이 없는 집단(III, IV)은 도움받을 곳이 있는 집단(I, II)에 비해 사회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대한 동의 수준은 더 낮은 반면, 소득 격차 감소가 정부 책임이라는 데 대한 동의 수준은 더 높았다. 또한 두 집단의 차이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은 소득 격차 감소에 대한 정부 책임의 경우에만 유의했다.

▶ 다음으로, 배제·비배제 4개 집단의 사회 참여 의사를 물었다. 복지 인식 문항에서는 행위 주체 가 국가였다면, 사회 참여 문항에서 행위 주체는 응답자 ‘자신’이다. 사회배제의 연구에서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배제를 ‘참여의 결여’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적극적인 사회 참여는 배제를 해소하기 위한 실마리가 된다. 또한, 사회 정의 실현과 관계된 사회 참여 의사는 공존을 위한 결속 또는 실천적 참여의 의미를 내포하는 연대 (solidarity)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는 사회의 부정이나 비리를 바로잡기 위해 ‘주변 사람과 이야기하기’, ‘블로그·트위터· 페이스북·온라인 게시판 등에 의견 올리기’, ‘시위, 집회 등에 참여하기’, ‘서명운동 참여하기(온라인 서명 포함)’, ‘공무원, 정치인에게 민원이나 의견을 전달하기’ 범주 각각에 대한 참여 의사 비율을 살펴봤다. 네 집단별 사회 참여 의사에서는 복지 인식과 동일한 일관성이 포착됐다. 갑자기 큰돈이 필요할 때와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모두 도움받기를 원하는 집단은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는 집단에 비해, 도움받을 곳 유무와 관계없이 사회의 부정이나 비리를 바로잡기 위한 참여 범주 모두에서 참여 의사가 있다는 응답 비율이 더 높았다. 또한 네 집단 간 평균의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 이번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 대부분의 제도적 지원은 신청주의에 기반하여 제공되고 있어서, 비제도적 지원은 당사자가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지원 및 연대가 어려워 복지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책임진 정세정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사회배제와 관련 연구 또는 정책은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한 집단이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도움을 희망하지 않는 집단을 포착함으로써 고립의 문제를 더욱 심도있게 이해할 여지를 열었다. 이들 집단은 사회와 국가가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더라도 사각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서, 이들에 대한 추가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