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바이오 거버넌스,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과총 포럼] 제28회 과총 바이오경제포럼 [국가 바이오 거버넌스] 개최

2022-01-16     이현건 기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는 12월 30일(목) 오후 2시 ‘국가 바이오 거버넌스 Reset: ④ 국가 바이오 거버넌스,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를 주제로 ‘과총 바이오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지난해 과총 바이오경제포럼은 ‘국가 바이오 거버넌스 Reset’이라는 대주제 하에 국가 바이오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지난 포럼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현황 진단과 개선 방안을 비롯하여, 바이오파운드리 분야, 바이오안보 분야의 현황과 정책 거버넌스에 관해 각각 논의한 바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이오경제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는 국가 바이오 거버넌스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박상욱 서울대학교 교수가 ‘차기정부 바이오 거버넌스의 고려점과 대안들’,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전략단장이 ‘바이오헬스 R&D 거버넌스 과거, 현재, 미래’, 김흥열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이 ‘바이오 과학산업의 거버넌스 방향’, 양진석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제조혁신산업단장이 ‘바이오헬스 분야 산업기술 R&D 투자 방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최윤희 과총 바이오경제포럼 위원장을 좌장으로,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 단장, 선경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오준병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명예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최윤희 과총 바이오경제포럼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국 미래 성장 동력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가 총체적 관점에서의 효율적 노력이 필요하다. 허나 아직까지 정부 정책이 분절적으로 추진되며 다양한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정책 거버넌스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오늘 포럼에서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관점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제안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우일 과총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바이오 분야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질 만큼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글로벌 패권 경쟁 시대가 열리면서 바이오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각국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우수한 연구와 산업적 역량이 보다 효율적인 정책 지원 체제와 결합된다면 탁월한 성과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오늘 바이오 기초연구, 보건정책, 산업정책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향후 국가 바이오 거버넌스 고도화를 위한 건설적 해법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차기 정부 바이오 거버넌스 방향은?

첫 순서로 박상욱 서울대 교수가 ‘차기 정부 바이오 거버넌스의 고려점과 대안들’을 주제로 발제했다. 박 교수는 “바이오산업은 기초연구가 굉장히 중요한 산업으로, 기초연구와 상업화의 간극이 굉장히 작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다만 실험실에서 나온 특허가 바로 상용화될 수 있지만, 그 단계가 상당히 수직 계열화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 신약 후보 물질의 경우 실제 신약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치며 특히 마지막 단계인 글로벌 제약사의 개입이 중요한데, 아직까지 우리는 가치사슬 상위에 해당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바이오 거버넌스는 기초과학부터 임상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는 연구개발 단계와 사업화 단계별로 조각조각 나눠진 다부처 거버넌스 체계이다 보니 여러 규제를 개혁하고자 할 때 책임 부처가 부재한 것이 현실”이라며 “범부처 연계성과 종합 조정 등을 염두에 두고 거버넌스 개선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욱 서울대 교수 주제발표, ‘차기 정부 바이오 거버넌스의 고려점과 대안들’ 

차기 정부 바이오 거버넌스의 대안들에 대해 박 교수는 현재의 부처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범부처 추진 체계 확립을 제안하면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벤치마킹한 강력한 위원회로 바이오경제위원회를 두면 범부처 조정 체계와 강력한 바이오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다. 또 과기정통부와 산업부, 보건복지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이 참여하는 생명과학기술 관계 장관회의와, 신설되는 과학기술혁신수석실 아래 바이오비서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본부와 국책본부를 모은 바이오본부 등을 둔다면 부처 수준의 조직 개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 거버넌스, 국민 공감대 위해 성과까지 고려해야”

두 번째로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전략단장이 ‘바이오헬스 R&D 거버넌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발제했다. 김 단장은 “바이오헬스 R&D 거버넌스는 수십 년간 누적적이며 경로 의존성을 갖고 있다”며 “이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거버넌스 외에 정책, 전략, 사업관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혁신 관점에서 좋은 제품이나 새로운 의료기술이 나온다 할지라도 국민의 건강과 성과까지 고려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진정으로 국민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김 단장은 3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단일통합형으로 일본의 의료연구개발기구(AMED)처럼 하나로 통합하는 것. 이에 대해 김 단장은 “각 연구소의 기초 영역은 그냥 두고 탑-다운 연구에 대해서만 통합해서 각 부처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것으로, 건강의료전략추진본부가 정책적 의사결정을 하고 실질적 전략과 집행은 AMED식 기관에서 전담하는 구조”라며 “단일통합형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과 공무원이 함께하는 반민반관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전략단장 주제발표  ‘바이오헬스 R&D 거버넌스 과거, 현재, 미래’

둘째는 영국 국립보건연구원(NHR)을 벤치마킹한 부분통합형이고, 셋째는 강력한 정책조정형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김 단장은 “부분통합형은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분야의 사업만 모아서 통합관리체계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각 부처의 미션에 따라 따로 진행하는 모델이다. 강력한 정책조정형은 강력한 리더십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많은 형태의 연구를 축적하여 정책적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학과 규제가 함께 진화하는 시스템 만들어야”

세 번째 발제자 김흥열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바이오 과학산업의 거버넌스 방향’을 주제로 과학 바이오 현장의 혁신 이슈를 거버넌스에 연결해 보고 미래적인 시선으로 현재의 거버넌스 변화에 대한 쟁점들을 살폈다. 김 센터장은 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규제’라고 전제하며 “바이오는 미지의 대상이고, 한번 만들어지면 자기증식과 복제를 통해 불가역적인 변화로 리스크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요즘 ‘규제과학’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연구 초기 단계부터 리스크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끊임없이 구축해 나가면서 신중한 경계 모델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과학에 근거한 신중한 접근이 가능하려면 미래에 대한 예측을 강화해야 한다. 호라이즌 스캐닝(Horizon Scanning)과 같은 방법으로 규제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과학기술에 대해 예측을 강화하고, 거기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기술들에 대한 기술영향평가를 통해 과학과 규제가 함께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 김 센터장은 “최근의 혁신 시스템은 기술뿐 아니라 연구자와 규제 전문가, 비즈니스 전문가, 일반 소비자도 같이 참여하는 공동창조의  형태로 가고 있다. 이렇게 도출된 규제를 조정과 학습을 통해 계속해서 진화시켜 나가는 형태로 규제 제도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김흥열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센터장 주제발표, ‘바이오 과학산업의 거버넌스 방향’ 

또 다른 과제는 R&D 규제 합리화다. 김 센터장은 “예외적 금지를 넣는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기초연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연구 현장에 자율과 책임을 달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면서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지속가능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사회 경제의 총체적인 전환의 맥락에서 바이오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산업이 플랫폼화 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과 바이오를 결합하는 혁신가의 역할은 물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산업화를 위한 규제 거버넌스가 요구되는데 이러한 모든 문제를 담아낼 수 있는 바이오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바이오헬스 산업기술 R&D 투자 방향은?

네 번째 발제자로 나선 양진석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제조혁신산업단 단장은 ‘바이오헬스 분야 산업기술 R&D 투자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양 단장은 질병 치료를 위한 의학 바이오인 ‘레드 바이오’와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화이트 바이오’, 농업 생명체를 활용해 농축산 관련 제품을 만드는 ‘그린 바이오’, 바이오 기반 IT 융합 제품을 만드는 ‘퓨전 바이오’로 바이오산업을 세분하면서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R&D 지원 범위를 보면 과기부는 항체 및 후보 물질 개발 등 기초 연구에, 산업부는 시제품 및 양산 공정 개발 등 산업화에, 복지부는 제조 및 판매 허가 등 사업화에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단장은 그동안 산업부의 바이오헬스 분야 R&D 성과에 대해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간의 협력으로 마이코 플라즈마 검출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고, 기존 방식 대비 부작용이 적은 경구투여용 황반변성 치료제를 개발했으며, 뇌 신경 전기 자극으로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했다. 또 의약 바이오에서는 순환기 동반 질환 치료를 위한 고지혈과 고혈압 복합제를 개발했고, 그린 바이오에서는 혁신 비선택성 제초제의 글로벌 사업화에 성공했으며 화이트 바이오에서는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시제품이 개발되어 지금 실증 중”이라고 소개했다.

 

      양진석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제조혁신산업단 단장 주제발표 ‘바이오헬스 분야 산업기술 R&D 투자 방향’

양 단장은 “국가 성장전략에 기반하여 바이오헬스의 핵심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집중 지원을 통해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고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바이오산업 기술개발 사업의 목적”이라며 2022년도 바이오헬스 산업기술 R&D 지원 방향이 ▲맞춤형 진단 치료 제품과 첨단 바이오 신소재,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매스 기반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공정기술 개발 ▲국내 mRNA 백신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핵심 원·부자재, 제형 및 생산공정 기술 개발 등이라 밝혔다.


“바이오 거버넌스 혁신하려면 ‘바이오 리터러시’ 필요”

발제 후에는 최윤희 과총 바이오경제포럼 위원장을 좌장으로 하고,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단장과 선 경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오준병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명예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한국 바이오산업의 실질적인 성장 동력화를 위한 바람직한 국가 바이오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묵현상 단장은 “mRNA 백신 개발에 있어 우리나라는 관련 연구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초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는 과기정통부의 지원이 적합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집중 지원하고 있으며 과기정통부는 병원 임상시험을 지원하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지원해주는 곳이 많으면 좋기 때문에 거버넌스 통합을 바라지 않는다. 허나 신약개발단장 입장에서는 될성부른 곳에 집중적으로 지원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거버넌스 통합은 목표 달성에 있어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선경 교수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융·복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죽음의 계곡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많은 사람들이 ‘규제의 장벽’으로 얘기하는데, 사실 정확하게 보면 ‘펀딩 갭’이다. 정부의 마중물 투자가 끝난 뒤 민간 투자가 바로 연결되지 못하는 영역을 말하는데, 이를 정부 부처가 막아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부처 R&D 투자의 성과 지표 평가에 민간 투자 유치 성과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준모 교수는 “R&D 사업이나 바이오산업을 평가할 때 다른 산업을 벤치마킹 하다 보니 천편일률적인 평가 지표가 만들어지는데, 거버넌스 혁신 사업의 디자인에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즉 정책에 ‘바이오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시기적 관점의 차이, 논문과 특허의 비율, 사업화 메커니즘 등을 고려하는 과제 디자인이 중요하다”며 “현재 고민하는 컨트롤타워 문제는 투입에 대한 관점이고 그 다음은 산출 차원의 고민이며 종국적으로는 프로세스 관점의 변화다. 바이오 생태계 플레이어들의 바람직한 생태 행동 변화에 대한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한 때”라고 피력했다.

오준병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조정 메커니즘의 부족과 분절적이고 단선적인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복된 규제 및 투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처의 하드웨어적 개편보다는 조정 메커니즘을 원활하게 하는 거버넌스 체계 확립이 더 바람직하다. 또 최근의 정부 조직 트렌드가 대통령 중심으로 권한이 과도하게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 권한을 각 부처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민간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기구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명희 명예연구원은 “바이오 R&D 거버넌스에는 기업 참여, 민간 차원의 융합 연구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국립보건원이 도입한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제안서를 보면 반드시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가 함께 융합연구를 하게 되어 있다. 기업이 특허를 가지고 들어와서 3년 안에 성과를 볼 수 있는 사업 구도다. 이처럼 민간 주도의 R&D에는 좀 더 구체적인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있었던 신성장동력위원회 산하 바이오장기위원회에는 산업부와 보건부, 과기부 등 3개 부처가 모여서 바이오의약품을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R&D 투자를 했다. 당시 바이오 의약품은 전체 의약품의 10%에 불과했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투자한 것이다. 이처럼 과거 정부가 주도해 성공한 정책은 답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과총은 “한국 바이오경제는 아직까지 양적·질적 경쟁력이 미흡한 상황이다. 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성장하려면 국가 바이오 거버넌스의 효율적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 포럼에서는 바이오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관점을 통해 바람직한 국가 바이오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