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시대와 소통

2021-12-06     김혜정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

Good communication is as stimulating as black coffee and 
just as hard to sleep after.
[좋은 의사소통은 블랙커피만큼 자극적이고 각성 효과도 뛰어나다.]

 – Anne Morrow Lindbergh –


몇 주 전에 들른 커피숍에서 우드 톤 벽면에 적혀 있는 문구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블랙 커피를 하루에도 서너잔씩 마시는 필자에게 먼저 눈에 띈 건 black coffee라는 단어였고 “맞아, black coffee가 stimulating 하긴 하지”라고 생각했다. 이 문구가 이유 없이 그냥 마음에 들어서 사진까지 찍어왔는데 잊고 지내다가 며칠 전에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다시 이 문구를 보게 되었다. 그러다 왜 풍경도 아닌 이런 문구를 사진까지 찍었을까를 곰곰 생각해보니 필자의 마음에 잔잔하게 남아있던 건 바로 “Good communication”이라는 단어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우리의 일상은 급변의 물살에 올라탔고, 교육 현장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교육계는 급격한 교수 및 학습 패러다임의 엄청난 변화를 겪어 내고 있는 중인데 필자가 개인적으로 큰 변화라고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학생들과의 “소통”이다. 

대면 수업일 때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이렇게도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에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고 누구나 원하면 – 그게 교수자이든 학생이든 – 언제든 소통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공기나 물이 늘 존재하지만 일상 속에서 크게 자각하지 못하고 지내듯 소통 또한 그 자체의 존재감을 크게 자각하지 못하고 지냈다. 그러나 대면 수업이 아닌 비대면 수업을 해야 했고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필자가 가장 고민한 것은 학생들과의 친밀감을 제대로 쌓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제대로 소통이 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필자의 어리석은 기우였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MZ 세대답게 학생들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소통을 하기 위한 그들만의 길을 만들었다. 이메일, 쪽지, 카톡, DM, Zoom 등 너무나도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간으로 소통의 문을 만들어서 두들겨 주었고 고민만 잔뜩 하고 있는 필자에게 소통의 문을 열 수 있게 해주었다.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롭고 허심탄회하게 질문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였다.
 
필자의 야간 수업 학생 중 본인을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저는 가상대학 시스템도 어렵고 동영상이 잘 재생 안 될 때도 너무 어렵고 줌으로 들어오는 것도 어렵습니다.”라고 시작하며 출석 사항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카톡을 보내왔다. 너무나도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저도 어렵습니다”라는 글로 시작하는 답변을 보냈더니 이 학생이 자신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알아줘서 고맙다며 많이 위안이 되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대면 수업이었다면 이런 깊은 대화와 공감이 이루어졌을까 싶다. 교실에서 만나서 학생이 수업 후 앞으로 나와서 출석 사항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을 것이고, 필자는 여느 때처럼 출석부를 넘기며 확인해주고 다음부터는 결석하지 마세요라고 당부했을 테고 이 학생과의 소통은 이런 표면적인 거래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자신의 영어 실력의 부족과 발표 미흡에 대해 고민하는 한 학생의 DM에 답을 준 적이 있는데 어제는 이 학생에게서 이런 답을 받았다. “저의 발표가 많이 부족했을 텐데 좋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가치 있고 좋은 소통을 해 주시려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사드립니다.” 

비대면 시대에 내가 제대로 교수하고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이 들던 때였는데 학생의 이런 글이 내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지만 개인적으로 ‘소통’이라는 화두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은 시기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에 맞춰서 살아내느라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좋은 소통”이 누군가에는 큰 위안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리라. 좋은 소통을 통해 공감이 이루어지고 이것으로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선순환의 체계를 깨닫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새로운 방법의 좋은 소통의 힘을 믿어보시라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다. 

 

김혜정 국민대·영어교육 

국민대학교 교양대학에 재직 중이며 영상영어교육학회 편집이사로 활동 중이다. 영어교육 전공이며 영상 미디어를 활용한 영어 교육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놀려먹고 배우는 영화 영어>, <무비 뷔페 (Movie Buffet)>, <영화로 재미보는 토익>, <Shakespeare in Love>, <Movie at Work>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