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사 및 개발의 국제협력 동향과 시사점

[KIEP 세계경제 포커스]

2021-10-22     이현건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5시 정각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2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주는 국제 공유지로서 다수의 국가들이 인공위성, 우주왕복선 등을 발사하고 실험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다양한 국제협력이 존재한다.

UN의 우주 관련 국제조약으로 1967년 ‘우주조약(외기권조약)’, 1968년 ‘우주구조반환조약’, 1972년 ‘우주손해배상조약’, 1976년 ‘우주물체등록조약’, 1984년 ‘달조약’ 등이 있으며, 1959년 창설된 외기권위원회(COPUOS)는 우주에 대한 국제적 논의의 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 탐색과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 활동을 규율하는 규칙에 관한 조약’인 ‘우주조약’에 의하면 △우주는 개별 국가 영유권의 대상이 아니며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우주를 이용해야 하고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제한하며 △우주는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우주개발은 전통적으로 뛰어난 기초과학기술을 보유한 경제적·군사적 선진국이 주도하는 분야였으며, 냉전시대 당시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space race)을 시작으로 인공위성 발사, 달 탐사 등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져 왔다.

우주선 발사를 위한 중대형 엔진을 자국 기술로 개발한 국가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인도가 있다. 2020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국가는 미국으로 1,308개의 인공위성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 356개, 러시아 167개, 영국 130개, 일본 78개 순이다.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우주 개발이 최근 민간 주도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우주산업에 진입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스페이스란 주로 정부가 주도했던 중앙집권적 우주산업을 민간 투자 파트너와 기업이 주도하면서 분권화되는 새로운 흐름을 말한다. 민간 우주선을 활용하는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면서 우주산업에서 국가·민간 협력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제 우주협력과 민간 우주산업 경쟁에 우리나라 역시 핵심 주체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민간의 우주 관련 기술 개발 및 연구를 장려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우주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시장경쟁을 통한 기술력 축적과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0월 22일 이같은 분석을 담은 ‘우주 탐사 및 개발의 국제협력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작성자: 이예림 국제개발협력센터 글로벌전략팀 연구원)를 <세계경제 포커스>(Vol. 4 NO. 52)로 발간했다.

 

■ 우주 탐사의 국제협력 현황과 쟁점

▶ 최근 국제 우주협력은 주로 인공위성 서비스 이용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며, 이를 위해 국가 대 국가, 또는 기구 대 기구 간에 협력하고 있다.

◦ 다목적성 협력: 국제 우주법 아래 정부간 협력으로 프랑스-브라질의 우주·철도·식량 산업 개발협력, 한국-러시아의 우주·가스 파이프라인·시베리안 철도 개발협력 등이 있음.
◦ 기구간 협력: 동일한 목적을 가진 우주기구들의 경제적 효율성을 위한 협력으로, 지구 관측 및 위성 서비스 개발을 위한 유럽우주기구(ESA)와 아·태우주협력기구(APSCO)의 협력, 이탈리아우주기구(ASI)와 프랑스우주기구(CNES)의 협력 등이 있음.

▶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은 대규모 우주 국제협력의 결과물로, 각 국가들이 우주를 연구할 수 있는 공간적 기반이 된다.

◦ 16개국이 개발 및 건축에 참여하고 4개 기구가 물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1998년 러시아 자랴(Zarya) 모듈 발사로 건설이 시작된 이후 2011년 실질적으로 완공됐다.
◦ 각 국가에서 만든 모듈이 조립되어 하나의 정거장을 이루는 형태로 상시 체류 인원은 6명 정도이며, 러시아와 미국에서 각각 2~3명, 기타 국가에 1명이 배정되고 체류기간은 3개월~1년으로 유동적이다.
◦ 2018년 미국의 예산 지원 중단 선언, 2021년 러시아의 탈퇴 선언으로 향후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지만 2030년까지는 현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이며, 국가사업이 종료되면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 등의 기업이 민영화하여 우주 리조트로 사용할 예정이다.

▶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대립·경쟁 구도가 국제 우주협력에서도 미국 중심의 아르테미스 계획과 중국의 톈궁 우주정거장 건설 등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 프로젝트 탈퇴를 선언한 후 중국과 독자적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중국은 2022년 운용을 목표로 톈궁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있다.

러시아는 1971년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Salyut)’를 시작으로 ‘미르(Mir)’를 거치며 우주정거장 건설의 선구자였으며,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미국과 함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는 중국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배제된 바 있다.

▶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총 13개국이 참여하여 2024년까지 달 유인 착륙을 목표로 추진하는 국제 우주 프로젝트로, 국제 우주협력과 우주산업의 현재 동향을 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이다.

◦ 2021년 아르테미스 1호로 무인 비행 후 2023년 2호로 유인 비행, 2024년 3호로 최초로 여성 우주인을 포함한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 후 복귀한다는 계획이다.
◦ 2028년 달 남극 부근에 인간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루나 아웃포스트(Lunar Outpost)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며, 이에 부분적으로 민간기업이 참여한다.
◦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 본 계획 참여국들이 지켜야 할 10개 항목은 △평화 목적의 탐사 △투명한 임무 운영 △탐사 시스템간 상호 운영성 △비상상황 시 지원 △우주물체 등록 △우주 탐사 시 확보한 과학 데이터의 공개 △아폴로 달 착륙지 등 역사적 유산 보호 △우주자원 활용에 대한 기본원칙 △우주활동 분쟁 방지 △우주 잔해물 경감조치이다.

 

                                                    지구 궤도의 국제우주정거장(ISS)

■ 우주 개발 및 산업의 현황과 쟁점

▶ OECD는 ‘우주경제(Space Economy)’를 우주의 탐사, 이해, 관리 및 이용 과정에서 인류에게 가치를 창조하고 공헌하는 일련의 활동으로 정의하며, 미국 의회는 ‘우주산업’을 지구 공전 궤도와 그 너머에서 발생하는 제조 및 조달의 총체적 활동으로 규정한 바 있다.

◦ 우주산업의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3,450억 달러이며, 이 중 정부 지출이 약 25%, 민간기업 지출이 약 75%를 차지한다.
◦ 최근 우주산업의 동향은 △기술 발달로 인한 효율적인 우주활동 △민간부문 투자와 진출 증대 △우주산업을 통한 데이터 활용 △인류의 삶에 미치는 우주의 역할 △군사적 역할의 중요성 증대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 정부가 주도적으로 우주개발 산업에 투자하는 올드 스페이스(Old Space)를 넘어, 민간 우주산업이 발전하면서 기업들이 경쟁하는 뉴스페이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 최근에는 테슬라(Tesla Motors)의 일론 머스크, 아마존(Amazon)의 제프 베이조스, 버진그룹(Virgin Group)의 리처드 브랜슨 등의 억만장자들이 각각 스페이스X(SpaceX), 블루오리진(Blue Origin),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우주산업에 진출하여 뉴스페이스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12년 상용 우주선을 발사했고, 2015년에는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 뒤 추진 로켓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으며, 2020년에는 유인 우주비행선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

개인의 우주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설립된 블루오리진 소속 우주비행사 3명이 2021년 7월 우주에 다녀왔으며, 버진 갤럭틱도 같은 시기 6명 정원의 민간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 뉴스페이스 흐름으로 전 세계 우주산업에 투자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10년간 1,700여 개 기업에서 약 275조 원이 투자되었으며, 2021년 투자액이 약 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이 중 47%가 미국, 30%가 중국 우주기업에 의해 투자되었으며, 영국,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기업이 3~5%를 차지한다.
◦ 전체 투자금의 74%는 우주 관련 자산의 ‘활용’ 분야에 투입되었으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운영하는 ‘인프라’ 구축, 우주 관련 자산을 관리·처리하는 ‘유통’ 분야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한국은 이 중 ‘유통’ 분야에 1%를 투자했는데, 이 분야에 중국은 70%, 미국은 21%, 영국은 5%를 투자했다.

▶ 2030년 우주산업 규모가 1조 4,0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민간기업은 우주개발을 통해 △이동통신 △우주여행 △광물탐사 등의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동통신: 지구 저궤도에 많은 통신위성을 쏘아 올려 어디서나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으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계획이 대표적이며, 2040년까지 전체 우주산업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 우주여행: 고도 80km 부근인 준궤도에서 몇 분간 우주를 체험하거나 고도 400km 이상의 저궤도에서 3일간 지내는 형태로, 값비싼 티켓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고액 자산가가 잠재 고객층이다.
◦ 광물탐사: 달 표면에 최소 100만 톤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희소자원 ‘헬륨-3’을 통해 인류가 약 1만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특히 헬륨-3 1톤을 핵융합하면 석유 1,400만 톤, 석탄 4,000만 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 시사점

▶ 우리나라는 꾸준히 우주 탐사 기술을 발전시켜 해당 분야의 선두로 나서되, 미국과 중국 간 우주 경쟁과 같은 잠재적 갈등요소를 파악하고 군사안보적 대책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인공위성 등을 활용한 우주 기반 기술은 자칫 군사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우주 거버넌스 마련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된다.
◦ 위성체를 독자적으로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국제 우주개발을 위한 협력 및 경제적 이익 창출의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20년 7월 개정된 한·미 미사일지침으로 한국은 자유롭게 고체연료 기반의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 국제 우주협력과 민간 우주산업 경쟁에 우리나라 역시 핵심 주체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민간의 우주 관련 기술 개발 및 연구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 우리 정부의 우주산업 예산규모는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0.04%를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우주개발에 가장 많은 예산을 지출한 국가는 미국으로 GDP 대비 0.21%의 예산을 지출했다.

◦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예산은 전년대비 5.9% 상승했으나 우주 탐사 및 우주생태계 조성 부문 예산은 감소했으며, 전체 R&D 예산 대비 우주 관련 예산은 2016년부터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우주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시장경쟁을 통한 기술력 축적과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

◦ 우주개발 산업에 진출한 우리나라의 민간기업 수는 61개로, 이는 전 세계 대비 0.006%에 그치는 적은 수준이다. 미국(52.1%)이 5,582개로 가장 많으며, 영국(5.7%), 캐나다(4.5%), 독일(3.8%), 인도(3.4%), 중국(2.7%) 순이다.

◦ 민간기업이 우주산업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안전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前) 미국 대통령은 1984년 「상업적 우주발사법(Commercial Space Launch Act)」을 발표하여 사용하지 않는 NASA의 설비들을 우주개발 민간회사에 제공하고 우주활동에 내재된 위험을 분담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등 우주산업 규제를 완화한 바 있으며, 이 법안을 발판으로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우주개발 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