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시대,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비유와 역설의 철학

[신간소개]

2020-01-26     김한나 기자

■ 노자 81장 (1), (2) | 윤재근 저 | 동학사 | 각 1064, 1040쪽

 

BC400년 생각의 지도를 바꾼 역설의 통찰, 지혜의 대경전인 『노자(老子)』. 공맹·노자·장자를 아우르는 방대한 주석에서 스스로 뜻을 헤아릴 수 있게 한문의 구문을 한 자 한 자 분석하기까지 집필 기간 7년, 약 2100페이지에 이르는 윤재근 교수의 역작이다.

왜 노자(老子)인가? 지금 우리는 빅데이터(Big Data) 세상에서 산다. 오로지 인지로써 검증되고 증명돼 합리화된 데이터만을 믿고 따를 뿐이다. 온갖 욕망에 열렬하고 눈치가 훤하며 모질게 깐깐한 사람들이 남보다 더 가지지 못해 몸살을 앓는 이 문명세상에서 2,500여 년 전 노자(老子)가 역설한 「자연(自然)」은 엉뚱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노자(老子)』는 삶을 이끌어주는 등불이 되고 있다.

청정(淸靜)하라, 그러면 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생애조차 불분명한 2,500여 년 전 한 성자의 영혼을 사유가 아닌 가장 간결한 언어로 체험한다. 난세의 통치술인가, 비유와 역설의 철학인가, 정신주의를 홀대하는 부박한 세태에 대하여, 극도의 개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에 대하여, 제도와 붕당의 거대한 모순과 자해(自害)에 대하여, 유약(柔弱)과 겸손 그리고 무위(無爲)와 부쟁(不爭), 불해(不害)의 대경전 <노자 81장>은 스스로 묻고 답한다.

『노자(老子)』 81장(章)을 꿰뚫는 말씀은 「법자연(法自然)」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을[自然] 본받는다[法], 이는 인간의 뜻대로 살지 말고 자연의 규율대로 살라 함이다. 노자(老子)의 자연(自然)은 눈에 보이는 산천초목 같은 것이 아니다. 무기(無己)·무욕(無欲)·무사(無事)·무명(無名). 즉 자기가[己] 없고[無], 탐욕이[欲] 없으며[無], 일삼음이[事] 없고[無], 명성이[名] 없음을[無] 자연(自然)이라 한다. 자연을 본받는 삶을 『노자(老子)』는 「소사과욕(少私寡欲)」 즉 내 몫을[私] 적게[少] 하여 내 욕심을[欲] 적게[寡] 하는 삶이라고 밝힌다.

『노자(老子)』를 읽지 않았다 해도 무위자연(無爲自然)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무위(無爲)와 자연(自然)은 같다. 둘 다 욕심이[欲] 없다는[無] 말이라 욕망을 없애라는 뜻이다. 욕망을 없애버리면 그 순간 곧 행복하다. 지금 우리는 이런 말씀을 곧장 받아들이기 힘들다. 욕망의 성취가 행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망의 성취는 끝도 한도 없다. 따라서 인간의 욕망은 인간을 괴롭히고 상처낼 뿐 편안한 삶을 허락하지 않음을 살펴 새기고 헤아려보라 한다. 욕망이 한사코 매달리는 명성과 재물은 내게 있는 것들이 아니라 밖에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남보다 더 많이 차지하려면 남과 다투어 얻어야 한다. 피아(彼我)가 욕망을 놓고 서로[相] 다투어서는[爭]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 『노자(老子)』는 불해(不害)하고 부쟁(不爭)하라는 말씀으로 81장(章)에 걸친 모든 말씀을 마무리하고 있다.

<노자 81장>의 저본(底本)은 1980년 판 진고응역주(陳鼓應譯註) <노자금주(老子今註今譯)>에 부록으로 붙어 있는 <노자교정문(老子校定文)>으로 대만의 중화문화추행위원회(中華文化推行委員會)에서 교정한 공인본(公認本)이다. <노자 81장>은 각 장(章)을 구문(句文) 단위로 나누고, 각 구문마다 지남(指南)·보주(補註)·해독(解讀)을 붙여 『노자(老子)』의 원문을 자독(自讀)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지남(指南)은 원문을 스스로 새겨 저마다 나름대로 터득할 수 있게 돕는 길잡이이다. 본래 참뜻을 스스로 헤아려 터득할 수 있도록 국한문 병용을 지나칠 만큼 아울렀다. 또한 지남(指南)에는 인용문이 많이 붙어 있다. 지남(指南)의 인용문은 주로 『노자(老子)』와 『장자(莊子)』 원문이다. 『노자(老子)』 각 장은 서로 연관되어 펼쳐지므로 전후 장(章)을 떠올려 헤아릴수록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장자(莊子)』에 나오는 핵심적인 말은 노자(老子)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장자(莊子)』에서 많은 인용문을 가져다 『노자(老子)』를 새겨 터득하는 도움닫기로 삼았다.

보주(補註)는 원문의 구문이 담고 있는 문의(文義)를 스스로 건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했다. 한문 구문은 반복되는 글자를 생략해버리기 때문에 해독하기 어렵지만, 이 책은 각 구문에서 생략된 글자를 보충했기 때문에 훨씬 쉽게 각 장의 문의를 건질 수 있다.

해독(解讀)은 원문의 구문을 스스로 읽을 수 있는 자습 방편이다. 옛날 서당식 한자공부가 정도(正道)일 터이나 지금은 불가능하므로 영문법에 빗대서 한문의 구문을 익혀보게 했다. 한문의 구조가 영문법에 빗대면 접근하기가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