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영혼의 가장 깊은 요소이며 움직이는 음 속에 그 요소가 있다

2021-04-04     김한나 기자

■ 천체의 음악 인간의 신비 | 루돌프 슈타이너 지음 | 미하엘 쿠르츠 엮음 | 김현경 옮김 | 무지개다리너머 | 224쪽

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가! 이 책은 미하엘 쿠르츠가 루돌프 슈타이너의 수많은 저작과 강연 등에서 발췌한 것이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왜 많은 음악 작품들이 인간의 감정을 강하게 건드리는지 의문을 갖는다면, 천체의 음악으로 조형된 인간의 내면이 소우주로서 대우주의 공명을 느낀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인간은 음악을 통해 가장 깊은 내면에서 활동하는 영혼의 반향을 느끼며,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그 음들이 자신의 정신적 고향에서 경험했던 것과 일치할 때 일어난다.

‘천체의 음악’은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가 처음 창안한 말로 각 행성들이 움직일 때 거리에 따라 고유의 음을 내는데 이것을 무지카 문다나(musica mundana), 즉 천체의 음악이라 불렀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그것이 수학적-천문학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며 음악의 본질은 고차적 세계로부터 비롯된 정신적인 것이며, 실제로 우리가 듣는 것은 그것을 모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얇은 놋쇠판 위에 미세한 가루를 최대한 골고루 흩뿌린 뒤 바이올린 활로 그 판을 그어 본다면, 소리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이 가루 입자들이 매우 특정한 선으로 배열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클라드니 도형(1787년 독일 물리학자 클라드니가 발견)이다. 같은 원리로 천체의 음악은 인간의 물질체와 에테르체에 반영된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인간은 물질체(우리가 보통 육체라 일컫는 물질적 신체), 에테르체, 아스트랄체, 자아 등 다양한 구성체로 되어 있다. 행성과 황도대 12성좌에 의해 형성되는 천체의 음악은 이러한 인간의 구성체뿐 아니라 폐, 간, 신경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인간의 외형이 어떻게 음악에서 비롯된 형상인지 놀라운 예를 제시하며, 인간의 상체를 움직이게 하는 골격이 1도부터 7도에 이르는 일곱 개의 음정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따라서 오이리트미 동작은 인위적인 동작들을 창작해 내는 것이 아닌, 인체 내부의 음악적 조직이 동작으로 바뀌는 것이다.

인간이 음을 경험하는 일은 음향학 그 이상이며 인지할 때 일어나는 신경-감각적 과정까지 포괄한다. 공기의 진동을 통해 전달되는 음악은 인간의 에테르적이고 리듬적인 과정들과 복잡한 연관성을 가지며, 음을 전달하는 공기의 형성 안에 정신과 영혼이 지상으로 모사된다. 따라서 저편의 경이로운 무언가가 우리에게 울려 퍼지고, 고대의 신비가 지닌 통찰이 저절로 예술로 전환되는 것을 우리는 인식하게 된다.

인간이 바닥 위에 서 있듯, 음도 다소 복잡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바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공기 중의 저항이다. 음은 공기를 밀어내고 공기는 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외형적 표현에 불과한 공기의 진동을 음의 본질로 간주하는 것은 마치 인간의 물질적인 유기체만 보고 그 안의 영혼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음으로 존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에테르적 요소다. 우리가 느끼는 공기 중의 음은 화학적 에테르와 같은 음의 에테르가 공기 중에 스며들어 있던 것에서 나온 것이다. 이 에테르가 공기를 관통할 때 에테르 안에 존재하는 것을 공기에 전달해서 우리가 음이라고 부르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유기체는 대우주의 모사다. 자연의 법칙보다 더 엄격하고 정밀한 법칙에 의해 우주가 연주하는 아폴론의 라이어를 인간은 자기 안에 지니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음악적 체험은 인간을 형성하는 우주 존재의 내적인 화음과 선율의 관계에 직접적으로 순응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악기는 인간 자신이며, 외부의 악기는 그것을 예술로서의 음들로 최대한 밖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사물에서 예술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단지 외형적으로만 대하는 태도는 물질주의 시대의 특징이다. 이제는 그것들의 내적 깊이와 신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물질주의적 의식을 위해 잠재의식 속에 있는 신성하고 정신적인 힘들과 연결되어 이 세상을 이끌고 인도할, 인간에게는 대단히 의미심장한 의식이 생긴다고 슈타이너는 강조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에서 천체의 음악에 대한 설명, 2장에서 천체의 음악과 인간 사이의 연관성, 3장은 예술로서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 4장은 음정에 투영되어 있는 인간의 진화, 5장은 음악을 듣고 경험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다룬다. 6장은 괴테와 쇼펜하우어의 음악적 관점을 다루며,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슈타이너와 동시대를 살았던 여러 작곡가들에 대한 견해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