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경희대학교 종합감사 결과 발표…학위장사, 법인카드 부정사용 등

- ‘학생 1명 모집당 100만원’…경희대 경영대학원 ‘학위 장사’ - 법인자금 마음대로 이체…유흥업소서 법인카드 사용 - 경영대학원 계약학과, 외부업체에 수수료 주고 학생모집

2021-04-02     김한나 기자

경희대가 정원 외 석사과정과 학점은행제 학생 모집을 불법으로 외부 업체들에 맡기고 약 30억 원을 몰아준 것으로 교육부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학교법인 경희학원과 경희대 종합감사 결과를 31일 공식 발표했다. 개교 이래 첫 종합감사로, 교육부는 지난해 5월 18일부터 29일까지 약 10일간 감사 인력 23명을 투입해 진행했다.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희대 경영대학원은 계약학과(정원 외 석사과정)를 교육부에 신고하지 않고 개설한 뒤 외부 업체 3곳에 학생 1인당 100만 원꼴로 총 14억 원을 모집 대가로 지급했다. 계약학과는 ‘산학협력법’에 따라 산업교육기관의 장이 지방자치단체나 산업체 등에서 소속 직원의 재교육 등을 의뢰받은 경우 계약에 따라 설치·운영하는 학과다. 무분별한 개설을 막기 위해 대학 등은 계약학과 설치·운영 계획을 계약체결일 2주 전까지 교육부에 신고하고, 계약학과와 산업체 등의 업무 연관성도 검토해야 한다. 교육부는 감사결과 처분서에서 “경희대 경영대학원은 교육부에 신고도 하지 않고 산업체와 계약 체결도 없이 학생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금지된 대행 모집을 어기고 2015~2020년 부당하게 뽑은 대학원생이 1,039명에 달해 ‘학위 장사’를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업체 대표 2명은 학생 모집 대가로 6억6100만 원을 받았고 경희대 교수(비전임)로도 채용됐고 월급도 후하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간강사는 기준에 따라 한 달에 적게는 29만 원에서 많게는 176만 원을 받아가는데, 이들은 ‘학생모집 공로’가 크다는 이유로 월 400만 원씩 받았다. 이들을 채용한 교수는 이들과 함께 홍콩·마카오 등 8차례에 걸쳐 총장 승인 없이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 학위를 받는 글로벌미래교육원(옛 사회교육원)에서도 학생을 모집해준 4개 업체에 15억339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두 기관의 불법 모집 대행과 수의 계약 등에 대해 경희대에 경영대학원장 등 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음주운전 등으로 문제가 된 교수와 직원들을 학교가 봐줬던 사실도 드러났다. 대외협력처 직원 A씨는 3차례 음주운전이 적발돼 지난 2016년 3월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경희학원 정관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연 퇴직이지만 경희대는 이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2년이 지나 A씨에게 ‘감봉 3개월’의 처분을 하는 데 그쳤다.
 
이밖에 음주운전·폭행 등 혐의로 검찰로부터 범죄 처분 통보를 받은 교원이 5명이 있었지만 학교는 이들에 대해 징계 의결 요구도 하지 않았다.

이번 종합감사에선 부당한 수의계약 사례도 여럿 지적됐다. 경희의료원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일반경쟁 입찰대상인 의약품 구매 계약 4건(1113억원 규모)에 대해 경희학원의 수익사업체가 지분(49%)을 투자해 설립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그런 탓에 의료원은 이전보다 의약품을 비싸게 사들여야 했다.

법인카드 부정사용도 적발됐다. 경희대 관계자들은 ‘대학 위상 제고 관련 외부 미팅’ 명목으로 서울 강남구 소재 단란주점에서 44만8000원을 쓰는 등 2017년 3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유흥업소 및 비정상적 시간대(0시~6시)에 교비 299만3000원을 사용했다. 이번 종합감사로 교육부가 경희대에서 적발한 지적사항은 모두 55건으로 학교 쪽에 신분상 조처를 요구한 사람은 320명(중징계 4명, 경징계 34명, 경고·주의 282명)이다.

경희대는 이날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가 나온 뒤 입장문을 내고 "경영대학원 계약학과 설치 시 산업체와 계약을 안 하고 학생을 모집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경희대는 "중소기업 특성상 규모가 영세해 해당 업체들이 소속된 '사업주 단체'와 협약을 맺고 학생을 모집했다"면서 "산업체와 계약은 체결했지만 교육부에 신고하는 것을 누락하는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홍보업체를 통한 홍보 대행도 사업주 단체 소속 사업체 중 소규모 업체가 많아 홍보대행업체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는 "계약학과 계약 체결 절차와 홍보 관련 부당행위에 (홍보대행업체 활용이) 해당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부족한 점을 인정한다"면서 "현재 개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안동대·건양대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도 이날 발표됐다. 안동대에선 근무시간 중 학위과정을 무단 수강한 교직원과 제자를 시켜 자신의 연구결과물로 제출한 뒤 해외파견 연구 보조금 1,000만 원을 부당수령한 교수가 중징계를 받게 된다. 건양대는 전문 공사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업체에 공사를 맡긴 사실이 드러나 교육부가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