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99%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채용…학력·학벌 상관없이 '장기근속자' 선호

[포럼 특집] (재)교육의봄_ 창립기념 6차 포럼 - 우리나라 사업체 99%는 중소기업, 빈 일자리의 95.5%도 중소기업 - 중소기업 무조건 열악하다는 인식 재고되어야 - 일자리 경험 제공하는 ‘장기현장실습’은 기업, 학생 모두에게 유익 - 중소기업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 필요)교육의봄_ 창립기념 6차 포럼

2021-01-03     이명아 기자

(재)교육의봄은 대한민국 기업 채용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창립기념 6회 연속포럼을 기획하고, 지난 12월 16일 광화문 1번가 소통공간에서 ‘중소기업의 채용 실태를 살핀다’라는 주제로 제6차 마지막 포럼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11일 열린 1회 포럼에서 대한민국 채용의 전반적인 현황을 개괄한 이래 2회 포럼부터는 유형 및 크기 별로 기업 채용의 실태를 점검해 왔다. 2차 포럼(11/18)은 대한민국 대기업의 채용 실태를, 3차 포럼(11/25)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IT 기업의 선도적인 채용 현실을 다뤘으며, 12월 2일 열린 4차 포럼은 금융권 기업의 채용 실상을, 그리고 5차 포럼(12/9)은 국내 외국계 기업의 채용 실태를 살펴봤다. 이번 6차 포럼에서는 중소기업의 채용 실태를 다뤘다.

제1 발제자로 KBIZ 중소기업중앙회 홍종희 국장이 중소기업 채용의 전반적인 상황에 관하여, 한국기술교육대 IPP 센터 황의택 박사가 일자리체험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장기현장실습에 대하여 발표했다. 제2 발제자로는 중소기업 P사 채용 담당을 맡고 있는 고남이 멘토가 중소기업의 채용 프로세스에 대해서, 선진적인 채용과 직원 교육 및 기업 경영으로 이름이 알려진 리디아알앤씨의 임미숙 대표는 기업 채용의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 발표했다. 그리고 중소기업연구원의 황경진 박사는 중소기업 채용의 현실에 대해서 보충 발표했다. 이번 6차 포럼은 중소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현재 중소기업들이 처해있는 현실적 어려움과 개선점 등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 우리나라 사업체의 99%는 중소기업. 하지만, 빈 일자리의 95.5%도 중소기업.
 
‘중소기업’이란 중기업, 소기업, 소상공인을 포함하고, 일반적으로 평균 매출액 약 1,000억 이하의 기업들을 지칭한다. 홍종희 국장은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주민등록번호를 998377-1233119라고 제시했는데, 이 숫자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 사업체의 99%는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3%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며, 중소기업 직원의 가족 수를 따지면, 전 국민의 약 77%가 된다. 따라서 헌법 123조 3항은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할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헌법 119조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 관계를 맺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렇듯 중소기업은 국민 절대다수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있는 한국 사회의 핵심적인 부분이고, 따라서 보호, 발전, 육성해야 할 책임이 국가뿐 아니라 사회, 국민 모두에게 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이 처해있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먼저, 청년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을 될 수 있는 대로 피하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로는 열악한 복지, 낮은 연봉, 회사의 성장과 존속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있다. 

[표1] 취업하고 싶은 곳
조사 기간: 20.4.16~4.25/ 조사 대상: 청년 1,969명 (이미지 출처: 황경진(2020), 교육의봄 6차 포럼 자료집)

황경진 박사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연봉 격차는 2011년 평균 2,136만 원에서 2018년 2,712만 원으로 벌어졌고, 2018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나이, 근속 기간이 늘어날수록 그 격차는 커져서 50대의 경우는 4,656만 원으로 벌어진다고 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이직률도 높아, 2019년 잡코리아 조사에서는 신입직 조기 퇴사율이 37.2%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은 너무 지원자가 많아 선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이다. 2019년 기준, 전체 빈 일자리 중 95.5%, 전체 미충원 인원 중 90.9%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표2] 빈 일자리 
(이미지 출처: 황경진(2020), 교육의봄 6차 포럼 자료집) 

▶ 중소기업 채용의 실태: 학력/학벌 상관없이, 장기 근속할 수 있는 사람 선호.
 
중소기업 채용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면접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대기업에서처럼 필기시험을 치르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직무에 따라 전공은 보는 경우가 있지만, 대기업과 달리 학벌은 거의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홍종희 국장은 업종과 기업의 크기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중소기업의 약 70%는 학력, 학벌과 무관하게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렇듯 평가의 도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발표자들은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채용 시 강조점과 인재상은 지금까지의 포럼에서 살펴본 대기업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발표자들에게 공통으로 자주 등장한 단어는 ‘장기근속’이었다. 다시 말해, 인력 충원의 어려움과 높은 이직률로 인해 중소기업은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도 조직에 적응하여 가급적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현상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채용 방식은 당장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경력직을 필요시에 채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런데, 고남이 멘토는 이러한 수시·경력 채용이 중소기업의 특성상 이직률을 더욱 높이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채용하는 경우는 주로 두 가지인데, 회사의 급성장으로 인력이 필요한 경우와 이직으로 인해 빈자리를 급히 채워야 하는 경우다. 둘의 공통점은 ‘급하게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이고, 이런 이유로 지원자도 회사도 서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채용이 결정되어, 이후 직무나 조직에 대한 부적응을 이유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중소기업이 무조건 열악하다는 인식은 재고되어야 함. 약 110개의 인증기관에서 약 12만 개의 양질의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 약 3만 개의 우수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플랫폼 ‘K-JOB’을 내년 1월 오픈할 예정.
 
중소기업 채용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 예컨대, 높은 이직률과 구인의 어려움 등은 결국 좋은 일자리 문제와 관련된다. ‘무엇이 좋은 일자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또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좋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동시대의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듯하다. 홍종희 국장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언급하면서도, 언론과 TV 드라마와 같은 대중매체가 그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음을 지적했다. 관련하여, 황경진 박사는 ‘평균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30만 개의 중소기업을 평균 내서 대기업과 단순 비교를 시도하는 것은 무리일 뿐 아니라 그 격차를 과장해 중소기업의 열악함을 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좋은 중소기업이 꽤 존재하고 있고, 중앙정부, 지자체, 및 여러 기관에서도 이러한 기업을 소개하기 위한 인증제도와 플랫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황경진 박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10개의 인증기관에서 약 12만 개의 양질의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고용노동부는 2016년부터 ‘청년 친화 강소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분야의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을 선정하고 있고, 올해는 1,222개의 기업을 선정했다. 또한, 중기중앙회는 약 100개의 인증기관을 통해 수집한 3만여 개의 우수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플랫폼 ‘K-JOB’을 내년 1월부터 오픈할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황경진(2020), 교육의봄 6차 포럼 자료집)

좋은 일자리 인증제도와 관련하여, 황경진 박사는 인증기관들이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좋은 기업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면서, 변해가는 청년 세대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고남이 멘토 또한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지금의 청년들은 기존의 대기업, 높은 연봉 등의 기준뿐 아니라, 복지, 성장 가능성, 워라밸 등의 요소를 중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의 요건은 워라밸(31%), 급여(27%), 복지제도(20%), 회사 분위기(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표3] 좋은 일자리 요건 (경기도 일자리재단 청년관찰보고서2)
(이미지 출처: 황경진(2020), 교육의봄 6차 포럼 자료집) 

▶ 경력자 선호하는 채용의 추세 속에서 일자리 경험을 제공하는 ‘장기현장실습’은 기업, 학생 모두에게 유익.
 
중소기업은 현실적 여건상 당장 현장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한다. 홍종희 국장은 이것은 중소기업이 처한 구조적인 문제인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대기업처럼 OJT(직장 내 교육 훈련)나 신입 직원 멘토링 등의 교육을 제공할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경력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임미숙 대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경우, 보통 입사 후 2~3년에 이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기업이 직원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직무기술과 경험을 갖춘 사람을 선호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고용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도 경력직 채용을 선호한다는 점은 직무 경험이 없는 졸업예정자들의 구직난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과 대학의 산학프로그램인 ‘장기현장실습’은 대학생들에게 일 경험을 제공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장기현장실습은 3~4학년 학생들이 일정 기간(4개월 이상)을 대학과 산학협력을 체결한 기업에서 일정 수준의 보수를 받으면서 일 경험을 하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이다. 황의택 박사에 따르면, 장기현장실습은 포춘지(Fortune)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상위 100개 기업의 80%가 활용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그 유용성이 검증되었고, 학생과 기업 모두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경우, 대학의 보호를 받으며, 실제 직무를 경험할 기회를 얻어 취업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 실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미참여 학생들보다 5~10% 이상 취업률이 높았다고 황의택 박사는 말했다. 기업으로서도 교육훈련비 절감, 우수 인재 사전 검증 및 이직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중소기업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 필요. 330만 개나 되는 다양한 기업을 하나로 범주화시키는 것은 곤란.
 
‘998377’이라는 숫자로 대변되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곧 한국 사회 전체의 어려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 다시 인력 채용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지원, 그리고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뿐 아니라, 변화를 위한 다양한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기업 스스로 구직자들이 지원하고 싶은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남이 멘토는 좋은 사람을 뽑으려고 하기 전에, 기업 스스로 좋은 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임미숙 대표가 발표한 리디아알앤씨의 직원 교육과 경영 철학은 중소기업도 ‘지원하고 싶은 기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리디아알앤씨는 ‘직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다’라는 모토로, 직원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 독서토론, 역량강화교육(리더십 및 직무역량), 해외 견학 등의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모든 직원이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며 조회를 진행하게 하고 채용도 각 부서 담당자들에게 권한을 주는 등, 수평적·주도적인 문화를 조성해온 결과 직원의 성장만큼 회사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구직자 자신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청년 구직자들이 연봉 이외에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고 있다지만, 지난 5차 외국계 기업 관련 포럼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이름이 많이 알려진 기업이 아니면, 연봉, 워라벨, 복지 등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조차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미 12만 개 이상의 인증받은 양질의 중소기업들이 존재하고 있고, 따라서 청년 구직자들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한 관심의 폭을 넓히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중소기업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해야 할 필요도 있다. 중소기업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현실을 감출 필요는 없겠지만, 약 330만 개의 중소기업을 하나의 부정적 이미지로 균질화시키는 것도 문제다. 황경진 박사는 ‘중소기업’이라는 단어에 대해 구직자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데 반해, 중소기업의 다른 이름들 예컨대, ‘스타트업,’ ‘벤처기업,’ ‘혁신형 중소기업,’ ‘강소기업,’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을 보인다고 언급한다. 따라서 330만 개나 되는 다양한 기업을 하나로 범주화시키기보다는 다양한 긍정적 호명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해가야 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