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 고서 복원의 역사적 여정을 담다

[신간소개]

2020-08-02     김한나 기자

■ 아르키메데스 코덱스 | 레비엘 넷츠, 윌리엄 노엘 지음, 류희찬 옮김 | 승산 | 456쪽

이 책의 이야기는 경매장에 나온 아르키메데스 고서에서 시작된다. 미술관 큐레이터 윌리엄 노엘은 이 고서가 경매장에서 익명의 갑부에게 낙찰되어 자신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잊힌 아르키메데스의 수학을 담은 그 문서는 엄밀히 말해 ‘아르키메데스 팔림프세스트’라 불려야 하나 ‘아르키메데스 코덱스(아르키메데스 필사본)’로 통용된다. 철학과 고전학 교수 레비엘 넷츠는 그 고서에 담긴 아르키메데스의 수학적 진실을 설득력 있게 담아낸다. 복원된 『사본 C』에는 『방법』과 『스토마키온』이라는 주요한 논문이 수록되어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고서의 한 페이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다른 세상과 현재의 공간을 연결하는 작은 통로가 된다.

복원되기까지 이 양피지 필사본은 곰팡이로 뒤덮였고, 만신창이가 된 채로 1998년 거의 800년간 기나긴 험난한 여정을 거쳤다. 본 책은 『사본 C』로 알려진 아르키메데스의 세 번째 논문집이 수세기 동안 어떤 상태로 보관되었고, 어떻게 다시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 전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1998년 이 책을 구입한 후원자의 전적인 지원에 의해 헌신적인 학자들이 최첨단의 공학을 통해 거의 지워지다시피 했던 아르키메데스의 논문을 디지털 전자책으로 복원하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복원 작업이 끝난 순간 고대 세계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논문을 찾아내었고 과학의 역사를 변화시켰다.

▲ 아르키메데스(기원전 287-212년경)

이 책은 10세기에 양피지에 쓰여진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책에 흐릿하게 남겨진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논문을 복원해 그가 후세에 전해지기를 희망한 ‘새로운 수학적 방법론’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영상 과학자와 문헌학자들의 치열한 노력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총 12장에 걸쳐 아르키메데스 필사본의 8년 동안 복원의 대장정을 담았으며, 학자들의 인내심 있는 복원 과정과 최첨단의 공학을 통해 양피지로 된 책에서 거의 지워지다시피 했던 논문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지난한 복원의 과정은 아르키메데스의 주요한 업적인 『방법』과 『스토마키온』을 밝혀냈다.

복원된 아르키메데스 필사본은 후대의 수학과 물리학으로 자라날 소중한 씨앗을 품고 있다. 단순히 방정식을 풀거나 미적분으로 기울기와 도형의 면적을 소수점 이하 자리까지 구해내는 연산이 수학의 전부는 아니다. 4차 산업혁명과 AI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 통찰을 지닌 자가 지배할 것이다. 다가올 시대는 좋은 시험점수를 받기 위해 단순히 기존 수학 공식을 적용하는 능력보다 실시간으로 불어나는 빅데이터 속에 감춰진 정보의 패턴을 혁신적 방법으로 해석하고 물리적 현실에까지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복합적인 사유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아르키메데스가 남긴 책들은 수학, 물리, 공학을 넘나드는 창의적 사유의 근육을 키우는 최적의 고전일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에 의해 영감을 받은 과학은 결코 멈춰 있지 않다. 그 과정은 끝없이 확장되고 있다. 과학은 그 수학적 기초를 고려하면서 물리적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있으며 그 결과 더 많은 것이 발견되고 있다. 아르키메데스 과학은 진화를 거듭해 나가 언젠가 때가 되면 아르키메데스를 따라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