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선택의 기술을 알려주는 '경제 교과서'

[신간소개]

2020-06-21     김한나 기자

■ 경제를 아십니까: 경제학은 이렇게 말한다 | 홍은주 지음 | 개마고원 | 288쪽
 

이 책은 한마디로, 경제학으로의 첫걸음을 함께해줄 ‘일반인을 위한 경제 교과서’다. 현실의 경제행위 이면에 있는 원리와 개념을 알려줌으로써, 복잡한 경제현상을 이해할 ‘생각의 틀’을 갖추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따라서 경제 지식과 아이디어들을 많이 담기보단, 경제학적 사고방식의 본질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람들은 경제학을 돈이나 기업, 또는 투자와 관련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경제학의 본질은 ‘합리적 선택의 기술’이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는지 개인 차원에서(미시경제), 그리고 사회 전체 차원에서(거시경제) 연구하는 것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다. 기회비용이나 매몰비용, 한계가치 등의 경제 개념들은 이해관계의 득실을 분명히 해서 가장 나은 선택을 하게끔 한다. 그렇기에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비단 순수한 경제 문제만이 아니라, 세상만사에 다 필요하다.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는 이익을 내세운 사탕발림에 속기도 하고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경제학의 합리적 사고에 익숙해지면 이런 실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경제학이 ‘빵의 크기를 키우고 분배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 학문일 뿐만 아니라 군대·결혼·취업 등 실생활 전반에 걸쳐 평생 동안 응용할 수 있는 합리적 사고와 선택의 기술을 가르치는 학문”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경제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관련된 분야가 매우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생산·유통·서비스·금융·수출 등이 경제의 일부를 이루고 있고, 재정·기술·노동·복지·정치 등도 경제와 연결돼 있다. 설명할 현상이 부지기수인 만큼 경제학도 수많은 학파와 이론이 존재한다. 이 책은 경제학의 기초에서 큰 줄기를 잡는 데 집중함으로써 경제의 미로를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나침반과 이정표를 제공한다. 경제의 발전 과정과 경제학의 기본 전제(1장), 경제적 사고의 의미와 방식(2장), 시장의 형성 조건(3장), 시장의 본질적 한계에서 비롯되는 문제(4장)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발생하는 문제(5장), 거시경제에서 정부의 역할(6장), 불평등과 분배의 문제(7장)가 책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이다.

서술에서는 수식과 도표를 최소화했다. 수학과 통계는 복잡한 경제현상을 간명하게 정리해서 분석할 수 있게 해주고, 경제학에 객관적 근거를 부여해주는 유용한 도구다. 그렇지만 이에 탐닉하게 되면 실제 현실과는 멀어질 수 있다. 그래서 알프레드 마셜은 수학을 이용한 분석이 끝나면 “쉬운 언어로 풀어쓰고 일상적 사례로 비유해서 설명하라. 마지막으로 수학적으로 증명한 종이는 태워버려라”라면서, 일상 언어로 경제학적 내용을 설명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저자 역시 마셜의 충고처럼 생활 예화나 사례에 경제 현상의 원리와 개념을 담아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이를테면, 인기 학원강사가 수업료를 비싸게 받는 이유를 통해 ‘가격탄력성’을 설명하고, 내일 시험을 앞둔 학생이 “내가 중요해? 아니면 시험이 더 중요해?”라는 여자친구의 성화에 답하는 내용을 통해 ‘한계가치’를 설명하는 식이다.

경제학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가운데 경제학이 ‘이기적인 학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경제학은 인간이 이기적임을 분석의 전제로 삼을 뿐,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덕과 철학, 또는 종교의 영역이지 경제학의 영역이 아니다. 개인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이기적인 본능, 그리고 이런 이기심이 가져오는 사회적 효율성과 파멸의 모순적 성격을 이해해야 비로소 경제적 선택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의 이기심과 욕망을 직시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경제학에서 다루는 욕망과 이기심이 도덕과는 다른 차원이라는 걸 인식한다면, 경제학적 사고방식과 방법론이 좀 더 가깝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