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손상된 혈관 치료하는 '혈관줄기세포' 개발
상태바
UNIST, 손상된 혈관 치료하는 '혈관줄기세포' 개발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4.05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구성과]
- 김정범 교수팀, ‘직접교차분화 줄기세포’ 제작
- 동물실험 통해 혈관 생성 및 혈류 개선 확인

국내 연구진이 뇌혈관이나 심혈관에 생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혈관줄기세포'를 개발했다. 이에 따라 혈관줄기세포를 활용한 세포 치료의 임상 적용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생명과학부 김정범 교수팀이 피부세포에 혈관발달 유전자 두 종을 주입해 혈관줄기세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 [연구진사진] (좌측부터) 김정범교수, 박수용 연구원
▲ [연구진사진] (좌측부터) 김정범교수, 박수용 연구원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면 일반적 치료방법으로 고치기가 쉽지 않아 최근에는 혈관을 재생하는 방식의 세포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연구도 늘고 있다. 혈관치료법은 혈관을 구성하는 '혈관내피세포'와 '평활근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자가증식능력이 있는 혈관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혈관줄기세포는 2종의 혈관 구성 세포로 분화할 수 있고 일반 세포와 달리 자가증식이 가능해 대량생산에 적합하므로 유력한 세포치료제 후보였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분화된 혈관줄기세포는 임상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모든 세포로 분화 가능하다는 '만능성'이 오히려 암을 유발할 위험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범 교수팀은 '만능 분화 단계'를 건너뛰고 특정 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바로 바꾸는 '직접교차분화' 기법을 이용해 혈관줄기세포를 만들었다. 직접교차분화 기술은 한 세포를 다른 특성을 갖는 세포로 변환할 때, ‘만능상태(pluripotent state)’와 같은 중간 상태를 거치지 않는다. 대신 특정 유전자의 과발현을 유도하거나 그러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화학 물질을 처리해 성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직접 전환시킨다.

▲ 혈관줄기세포 제작과 동물실험에서 치료 효과 검증
▲ 혈관줄기세포 제작과 동물실험에서 치료 효과 검증

연구팀은 혈관 발생 초기에 높게 발현하는 두 개의 유전자, ‘Etv2’와 ‘Fli1’을 섬유아세포에 주입해 혈관줄기세포를 만들었다. 피부에서 분리한 섬유아세포에 Etv2와 Fli1가 인코딩된 렌티바이러스(Lentivirus)5)를 감염시키고, 감염 후 세포 변화를 관찰해 감염된 세포 중 증식이 활발한 혈관줄기세포를 분리했다. 이를 혈관세포 마커 (CD144)로 다시 정제하는 과정을 거쳤다.

만들어진 혈관줄기세포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혈관줄기세포에서 발현하는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으며, 계속적인 세포 증식에도 혈관줄기세포의 성격을 유지하는 자가증식능력(self-renew)6)을 확인했다. 또 혈관줄기세포는 세포 배양 접시에서 혈관 구조를 잘 형성했으며, 아세틸콜린 유사체 처리를 통해 만들어진 평활근세포가 근육세포로써 수축 기능을 갖는지 검증했다.

만들어진 혈관줄기세포를 세포 치료제로 적용 가능한지 가늠하기 위한 동물실험도 거쳤다. 이 세포를 뒷다리 혈관이 막힌 실험쥐에 주입한 결과 혈관이 폐색된 부위의 혈류 흐름이 회복되고, 해당 부위에 혈관줄기세포로 이뤄진 혈관이 되살아났다.

▲ 혈관줄기세포의 특성 규명 및 동물실험에서 혈류 흐름 개선 효과
▲ 혈관줄기세포의 특성 규명 및 동물실험에서 혈류 흐름 개선 효과

제1저자인 박수용 UNIST 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직접교차분화 혈관줄기세포가 혈관 질환의 세포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김정범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비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법으로 혈관줄기세포를 만들어 임상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뇌혈관이나 심혈관에 생긴 질환을 치료할 세포 치료제를 상용화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갔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개발한 혈관줄기세포는 3D 바이오 프린팅의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생체조직을 만드는 3D 바이오 프린팅에서는 조직별 세포뿐 아니라 혈관까지 함께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새로운 혈관줄기세포는 조직공학에서 3D 조직을 프린팅할 때 모든 조직에 존재하는 혈관을 만들 주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며 "이는 혈관 질환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김정범 교수의 창업기업인 '슈파인세라퓨틱스'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 내용은 혈관 생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동맥경화, 혈전증 및 혈관 생물학(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 온라인판에 지난 25일자로 발표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