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범 교수팀, ‘직접교차분화 줄기세포’ 제작
- 동물실험 통해 혈관 생성 및 혈류 개선 확인
국내 연구진이 뇌혈관이나 심혈관에 생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혈관줄기세포'를 개발했다. 이에 따라 혈관줄기세포를 활용한 세포 치료의 임상 적용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생명과학부 김정범 교수팀이 피부세포에 혈관발달 유전자 두 종을 주입해 혈관줄기세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면 일반적 치료방법으로 고치기가 쉽지 않아 최근에는 혈관을 재생하는 방식의 세포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연구도 늘고 있다. 혈관치료법은 혈관을 구성하는 '혈관내피세포'와 '평활근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자가증식능력이 있는 혈관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혈관줄기세포는 2종의 혈관 구성 세포로 분화할 수 있고 일반 세포와 달리 자가증식이 가능해 대량생산에 적합하므로 유력한 세포치료제 후보였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분화된 혈관줄기세포는 임상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모든 세포로 분화 가능하다는 '만능성'이 오히려 암을 유발할 위험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범 교수팀은 '만능 분화 단계'를 건너뛰고 특정 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바로 바꾸는 '직접교차분화' 기법을 이용해 혈관줄기세포를 만들었다. 직접교차분화 기술은 한 세포를 다른 특성을 갖는 세포로 변환할 때, ‘만능상태(pluripotent state)’와 같은 중간 상태를 거치지 않는다. 대신 특정 유전자의 과발현을 유도하거나 그러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화학 물질을 처리해 성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직접 전환시킨다.
연구팀은 혈관 발생 초기에 높게 발현하는 두 개의 유전자, ‘Etv2’와 ‘Fli1’을 섬유아세포에 주입해 혈관줄기세포를 만들었다. 피부에서 분리한 섬유아세포에 Etv2와 Fli1가 인코딩된 렌티바이러스(Lentivirus)5)를 감염시키고, 감염 후 세포 변화를 관찰해 감염된 세포 중 증식이 활발한 혈관줄기세포를 분리했다. 이를 혈관세포 마커 (CD144)로 다시 정제하는 과정을 거쳤다.
만들어진 혈관줄기세포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혈관줄기세포에서 발현하는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으며, 계속적인 세포 증식에도 혈관줄기세포의 성격을 유지하는 자가증식능력(self-renew)6)을 확인했다. 또 혈관줄기세포는 세포 배양 접시에서 혈관 구조를 잘 형성했으며, 아세틸콜린 유사체 처리를 통해 만들어진 평활근세포가 근육세포로써 수축 기능을 갖는지 검증했다.
만들어진 혈관줄기세포를 세포 치료제로 적용 가능한지 가늠하기 위한 동물실험도 거쳤다. 이 세포를 뒷다리 혈관이 막힌 실험쥐에 주입한 결과 혈관이 폐색된 부위의 혈류 흐름이 회복되고, 해당 부위에 혈관줄기세포로 이뤄진 혈관이 되살아났다.
제1저자인 박수용 UNIST 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직접교차분화 혈관줄기세포가 혈관 질환의 세포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김정범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비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법으로 혈관줄기세포를 만들어 임상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뇌혈관이나 심혈관에 생긴 질환을 치료할 세포 치료제를 상용화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갔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개발한 혈관줄기세포는 3D 바이오 프린팅의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생체조직을 만드는 3D 바이오 프린팅에서는 조직별 세포뿐 아니라 혈관까지 함께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새로운 혈관줄기세포는 조직공학에서 3D 조직을 프린팅할 때 모든 조직에 존재하는 혈관을 만들 주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며 "이는 혈관 질환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김정범 교수의 창업기업인 '슈파인세라퓨틱스'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 내용은 혈관 생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동맥경화, 혈전증 및 혈관 생물학(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 온라인판에 지난 25일자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