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대학교육 공약…미흡한 가운데 여전히 정치논리가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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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 대학교육 공약…미흡한 가운데 여전히 정치논리가 앞서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3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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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는 공정과 평등…선심성 공약 두드러져
- 대입제도 개편과 재정지원에 치중
- 재원 규모 및 확보 방안 모호

4·15 총선 후보등록이 지난 27일 마감되면서 본격 레이스가 시작됐다. 주요 정당들이 공약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조국 사태, 비례 위성정당,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으로 인해 공약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증유의 코로나19 정국이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되면서 정책 논쟁이나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깜깜이 선거의 우려가 크다. 하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4년간의 국가 정책 방향이 결정된다. 고등교육 정책도 마찬가지다.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의 공약 경쟁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본지는 주요 정당별 교육 및 사회 분야 공약 중 대학 관련 공약을 살펴봤다. 분석 대상 정당은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한 5개 정당(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생당, 정의당, 국민의당)으로 제한했으며, 각 정당의 공약집 또는 누리집에 공개된 공약을 비교・분석했다.

 

< 21대 총선 정당별 대학 관련 공약 >

 

◆ 더불어민주당...국립대 지원, 방송통신대·야간 로스쿨 도입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교육사회 부문 핵심 공약으로 ‘국립대 교육의 질은 높이고 등록금 부담은 낮추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국립대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등록금 부담의 획기적 경감을 통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립대를 지역균형발전의 요충지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목표 하에 그 구체적 이행방법으로 ① ‘국립대 육성사업 강화·재편(연간 1,500억원→6,400억원)’ 등을 통한 교육연구 환경의 획기적 개선 ② 국립대 반값등록금 실현(419만원→210만원) 및 국가지원금 확충 ③ 국가장학금 지급단가 확대 및 조정 통해 취약계층 사각지대 해소 ④ 학자금 대출 금리 지속 인하(조달금리 수준) 및 ICL(취업 후 상환 학자금) 이용 대상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한 국립대 투자 확대에 따른 사립대 재정지원사업 비율 조정도 덧붙인 더불어민주당은 사립대 지원 비중 상향 조정과 함께 공공성·민주성·투명성을 확보한 지방사립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확대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약 이행을 위해 ‘국립대학법’ 제정과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아울러 지역균형발전 차원에 따른 재정지원 방안과 고등교육재정지원 방안도 수립할 예정이다.

한편, 공정사회 부문의 공약으로는 ‘계층이동의 사다리 복원’을 강조하며, 방송통신대·야간 로스쿨 도입을 내세웠다. 2018년 사법시험이 폐지된 이후 법조인 양성은 오로지 법학전문대학원이 담당하고 있지만, 등록금과 부대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전형과정 또한 20~30대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로스쿨의 단점을 보완하고 직장인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다양한 경력을 갖춘 법조인들을 양성하기 위하여 야간·온라인 로스쿨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 전문대 르네상스 실현을 통해 미래사회 대응 고등직업교육 혁신 △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대입제도 △ 필수·공공·지역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과대학 정원 확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 미래통합당...공정교육, ‘조국방지법’

미래통합당 교육 공약의 키워드는 ‘공정’이다. 정치 편향된 교육현장을 바로잡고, 공정 가치를 구현하겠다는 것으로 핵심 이행 방법은 ‘정시확대’와 ‘입시부정 방지’다. 먼저 대입 정시모집 인원 비율을 50% 이상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미래통합당 측은 수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일명 ‘깜깜이’ 전형이라 불릴 정도로 공정성, 투명성에 의문이 있다며 정시 비율의 대폭 상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학·대학원 등 상급학교 진학 시 지원서를 포함한 서류 원본은 5년간, 이후에는 전자문서 등으로 영구 보관해 입시 불공정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할 것이라 밝혔다. 각종 경력을 허위로 기재하는 입시부정을 강력히 처벌하고 예방하기 위함이며, 부모찬스로 대학가는 불공정한 입시제도를 개혁하기 위함이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들의 입시 의혹과 관련된 ‘조국방지법’으로 명명됐다.

그 외 대학관련 공약으로 다자녀(3자녀 이상) 국가장학금의 대폭 확대를 약속했다. 다자녀 국가장학금은 다자녀 가구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현재는 소득 8구간 이하까지 받을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한국장학재단의 예산을 확충하여 소득구간에 관계없이 세 자녀 이상 다자녀가구의 모든 대학생에게 국가장학금을 전면 확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정의당…국가 책임 평등교육

정의당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평등교육’이란 기치 하에 대학서열 완화로 과도한 대입경쟁과 사교육비 부담 경감, 그리고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학생 맞춤형 책임교육 구현을 목표로 한 교육 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정의와 평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제시된 세부 공약으로는 △ 학력학벌 차별금지법 △ 전문대부터 무상교육 △ 대학 네트워크로 서열 완화하고 질 제고 △ 대입 기회균등 책임선발 △ 사립학교 살찐고양이법 등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부재원 공교육비는 GDP 대비 0.7%로 OECD 평균 0.9%보다 적으며,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 486달러(PPP)로 OECD 평균 1만 5천 556달러보다 적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대학과 연구의 질 제고를 위해 재정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의당은 전문대부터 무상교육, 학자금 대출 무이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약속했다.

한편, 우리나라 국공립대 비중은 2019년 학생 수 기준 대학교 23.5%, 전문대 포함 18.3%로, 호주 94.3%, 스페인 81.7%, 미국 67.5%, 핀란드 53.3% 등과 비교해 OECD에서 낮은 상황이다. 학생 수 급감으로 지방부터 대학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학의 체질 개선 모색을 강조하는 정의당은 △ 국립대학법 제정 △ 공영형 사립대 시범 운영 후 본격 추진 △ 대학네트워크로 교류협력 확대 및 균형 발전 △ 전문대 재정지원 확대하여 고등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 등의 공약도 제시했다.

◆ 국민의당…로스쿨·의전원 폐지, 사법시험 부활

비례후보만 내는 국민의당은 교육 공약으로 대학입시 정시 70% 확대, 특목고·자사고·외국어고의 폐지 백지화, 그리고 사회 개혁 정책으로 로스쿨과 의전원 폐지 및 사법시험 부활을 내세웠다. 대입 정시를 70%로 확대하여 부모 찬스의 불공정한 입시제도를 바로 잡겠다고 밝힌 국민의당은 아울러 수능 연 2회 실시로 응시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특목고, 자사고, 외국어고 폐지 정책의 원상회복과 공교육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공정한 사회를 목표로 한 사회개혁 공약으로 로스쿨과 의전원을 현대판 음서제로 규정해 폐지하고 사법시험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그 외 기득권에 의한 채용청탁 및 고용세습의 완전 차단,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청년들의 열정 페이 근절 등 신분 상승의 건강한 사다리구축을 통한 공정 사회의 구현에 무게를 둔 정책들도 있다.

◆ 민생당…국공립대학 무상교육 추진, 대학의 자율성 강화

민생당은 ‘차별 없는 교육 구현’을 목표로 하여 ‘미래지향적 교육개혁 및 국공립대학 무상교육 추진’을 교육 분야 정책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반적으로 선언적 의미만 있는 공격적인 공약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다소 구체적인 공약으로는 ‘국·공립대학교 무상 등록금 시행’ 및 ‘사립대학교 학생에게 학자금 무이자 대출 시행’을 들 수 있다. 그 외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한 교육행정 혁신, 대학의 자율성 강화 등도 제시했다.

 

 

대학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장기적 종합대책 미흡

이번 총선 주요 정당들이 내놓은 대학관련 공약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공정과 평등이다. 공약의 주요 내용은 대부분 대입제도 개편과 등록금 경감, 재정지원 확대에 치우쳐 있어 대학 교육과 구조의 전반적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 제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수 국민을 위한 근본적 교육개혁을 지향하는 장기 종합대책은 미흡한 가운데 등록금과 대입 관련 정책, 막대한 재정지원 강조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일회성 포퓰리스트 정책의 성격이 짙다. 특히 대입 정시비율에 대한 정당들의 공약은 수요자들의 사전준비나 대학 자율성 등 교육계의 현실을 무시한 채 임의로 정해 경쟁적으로 발표함으로써 공정과는 거리가 먼 무책임한 공약들의 남발에 가깝다.

가장 많은 대학교육 정책을 발표한 당은 역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공공성을 내세우며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립대에 대한 재정투자 강화에 치중함으로써 전체 대학 중 비중이 훨씬 높고 재정위기가 극심한 사립대의 문제해결은 부차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현 정부의 대입과 사교육 정책을 거의 대부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래통합당의 교육공약은 정시확대를 전면에 내세워 공정성 대책은 돋보인다. 하지만 대입제도 개선에 치우쳐 있어 직접적인 대학교육 관련 공약은 제1야당으로서는 상당히 부실한 편이다. 反조국, 反문재인 정서에 기댄 미래통합당의 공약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 과거 정책으로의 회귀가 특징으로 교육정책의 일관성은 고려치 않은 채 정치적 계산이 앞서고 있다. 정의당의 공약 역시 포퓰리스트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다른 정당들에 비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교육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 외 국민의당과 민생당은 공통적으로 교육공약의 구체성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서의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대학 관련 이슈는 산적해 있다. 사립대 개혁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지방대 육성, 학자금 대출과 관련한 각종 문제, 국가장학금 제도, 사교육 대책 등 모두가 입법과 예산지원이 절실한 과제들이다. 특히 ‘정권초월’ 국가교육위 설립은 교육 현장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시급한 과제임에도 대부분 정당의 공약에서 빠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국가교육위의 조속한 출범을 약속하고 있지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교육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대입제도, 등록금 등 몇 가지 이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정당이 대학교육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약 제시에는 소홀한 편이다. 그나마 제시된 공약들도 교육적 타당성, 실현가능성, 효과성 등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의문이다. 왜냐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선심성 공약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이 정치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면 일관된 교육정책을 펼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겉치레식 공약이 아니라 대학이 처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공약, 대학교육 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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