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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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대학생
  •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출판평론가
  • 승인 202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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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 충북대 독서모임 '책으로 통(通)하다'  사진출처=충북대
▲ 충북대 독서모임 '책으로 통(通)하다' 사진출처=충북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읽은 대학생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2017년 86.7%에서 2019년 89.4%로 2.7% 포인트 증가했다. 동일한 기준으로 성인 전체 평균 독서율이 62.3%에서 55.4%로 6.9% 포인트나 하락한 것에 비하면 주목할 일이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래도 대학생들은 책을 읽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지난 2년 사이에(2017년 대비 2019년 조사 결과) 대학생의 독서 빈도는 매일 또는 적어도 1주일에 1회 이상 책을 읽는 ‘습관적 독자’의 비율이 55.6%에서 17.1%로 대폭 감소한 반면, 책을 전혀 읽지 않는 ‘비독자’ 비율은 13.3%에서 14.4%로 큰 변화가 없었다. 즉, 비교적 열심히 읽거나 전혀 읽지 않는 학생들 사이의 ‘간헐적 독자층’(비습관적 독자층)만 35.1%에서 68.5%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이유로는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 이용’(34.1%),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30.5%), ‘다른 여가 활동으로 시간이 없어서’(13.7%), ‘책 읽는 것이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11.8%) 등이 꼽혔다. 유튜브, 넷플릭스 이용자의 급증 등 최근의 급격한 매체 환경 변화와 취업난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이유들이다. 

조사 시점 기준으로 대학생들의 ‘1년 전 대비 독서시간 변화’는 ‘변함없음’(55.6%), ‘감소’(26.1%), ‘증가’(18.3%) 순으로 나타나 성인 전체 평균 증감률과 비교해 대학생의 ‘증가’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실제로 책을 읽는 독자로 한정한 평균 독서량을 직업별로 보면 ‘은퇴/무직/기타’(15.4권), ‘전업주부’(14.0권), ‘관리/전문/사무직’(13.6권), ‘자영업’(11.4권), ‘대학생’(10.5권), ‘판매/서비스직’(8.5권), ‘생산직’(6.7권) 순으로 나타나, 성인 독자들 중에서 대학생 독자의 독서량은 하위였다. 대학생 독자의 연평균 독서량(10.5권)은 성인 독자의 평균 독서량(11.8권)에도 못 미쳤다. 책을 읽는 성인들 중에서는 블루칼라보다는 낫지만 사무직 종사자에 비해서도 독서량이 적은 실정이다. 읽지 않은 학생까지 포함한 대학생 전체 평균 독서량(9.0권), 책을 읽은 학생들만의 평균 독서량(10.5권) 모두 한 달에 채 한 권이 안 되는 빈약한 독서량이다. 또한 수험서 등을 제외한 일반도서를 지난 1년간 단 한 권도 구입하지 않은 대학생이 21.8%나 되었고, 책을 구입한 학생들의 평균 구입량도 4.1권에 그쳤다. 책 읽기가 직업인 우리 대학생들의 독서량이 한 달에 한 권도 안 된다는 사실은 절망적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매일 또는 적어도 1주일에 1회 이상 이용하는 ‘습관적인 매체 활용’ 비율은 매체별로 인터넷신문(63.7%), 웹툰(45.7%), 종이책(17.1%), 전자책(13.5%), 웹진(4.2%), 만화책(3.5%), 종이신문(1.6%), 종이잡지(1.1%), 오디오북(0.7%) 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읽거나 웹툰을 보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많지만 책 읽는 학생은 적은 일상의 풍경을 보여주는 숫자다.

대학생들 가운데 책 읽기를 좋아하는 비율은 10명 중 4명꼴이다(좋아한다 40.3%, 보통 44.8%, 싫어한다 14.9%).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책 읽기가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79.3%)고 생각한다. 나아가 10명 중 8명은 책 읽기가 정보의 수용과 해석 능력 향상, 논리적·비판적 사고의 증진, 원활한 의사소통, 세상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책이 좋은 줄은 알지만 실제로는 많이 읽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독서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비율(11.9%)은 적고 ‘부족하다’는 응답(52.9%)이 과반수다.
 
대학생들의 빈약한 독서실태는 온전히 학생들 개인에게만 추궁할 문제가 아니다. 최악의 취업난과 킬링타임용 콘텐츠 천지인 스마트폰을 품고 다니는데,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과거의 질문’을 하거나 꼰대 같은 힐난을 하기 어렵다. 오히려 대학 공동체가 나서서 읽기 환경을 조성하고 읽기 습관을 키우며 읽기의 재미와 가치를 체감하게 하는 활동을 얼마나 했는지 물어야 한다. 대학 들어가니 책 좀 읽게 되더라는 독서 친화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대학 공동체가 들인 노력은 얼마나 될까. 대학본부나 대학도서관, 학과의 독서 촉진 활동에서, 그리고 수업 시간에 독서가 맹목적 당위가 아니라 즐거움이 되도록 ‘책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을 키우는 교육환경’ 조성에 함께 나섰으면 한다. 대학 경쟁력의 원천은 예나 이제나 많이 읽고 쓰며 토론하는 데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출판평론가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로 한국출판학회 부회장 겸 출판정책연구회장, 일본출판학회 정회원이다. 대학에서 출판문화론 등을 강의한다.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 규제개혁위원, 서울도서관 네트워크 위원장, 경기도 지역서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출판산업사』를 썼고, 옮긴 책으로 『서점은 죽지 않는다』, 『우리 시대의 책』, 『책의 소리를 들어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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