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잉크 심장패치'로 손상된 심장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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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잉크 심장패치'로 손상된 심장 되살린다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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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연구팀, 심근경색 치료법 ‘인 비보 프라이밍’ 개발
-엔지니어드 줄기세포‧3D 바이오프린팅 기술 활용

심혈관계 질환은 전세계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심장은 끊임없이 수축과 이완을 되풀이함으로써 혈액을 온몸에 공급하는 펌프역할을 한다. 심혈관이 막히거나 심장근육의 전체나 일부가 손상되어 심장이 괴사할 경우,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치료법이 현재 사용되고 있다. 골수에서 채취한 중간엽 줄기세포(BM-MSC)의 임상사용이 늘고 있지만, 이식한 뒤 곧 사멸하는 문제가 한계로 지적된다.

▲ 포스텍 장진아 교수, 가톨릭대 박홍준 교수, 홍콩시립대 반기원 교수
▲ 포스텍 장진아 교수, 가톨릭대 박홍준 교수, 홍콩시립대 반기원 교수

최근 포스텍과 서울성모병원, 홍콩시립대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이러한 줄기세포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줄기세포의 기능을 향상시켜 혈관을 재생하고, 심근경색 부위를 개선하는 ‘바이오잉크 심장패치’를 개발했다.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장진아 교수와 산스크리타 다스 박사, 시스템생명공학부 정승만 연구원(박사과정), 가톨릭대 박훈준 교수, 홍콩시립대 반기원 교수팀은 ㈜에스엘바이젠에서 개발한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엔지니어드 줄기세포, HGF-eMSC)를 배합해 패치형태의 바이오잉크를 만들고, 이를 손상된 심근에 이식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치료법을 '인 비보 프라이밍'(in vivo priming)이라고 이름 붙였다.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가 내뿜는 성장인자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중간엽 줄기세포의 기능이 극대화시킨 상태를 체내에서도 유지하도록 하는 원리를 뜻한다.

연구팀은 우선 줄기세포의 치료 잠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존의 줄기세포(BM-MSC)에 간세포 성장 인자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다. 이렇게 조작된 ‘엔지니어드 줄기세포(HGF-eMSC)’를 줄기세포와 혼합해 바이오잉크 패치를 만든 뒤 심근경색이 진행된 심장근육에 이식했다. 연구팀은 주사로 전달할 수 있는 세포의 양이 제한적인 것을 감안해 심장 유래 세포외기질 바이오잉크를 사용해 패치 형태로 만들었다.

이렇게 이식된 세포는 중간엽 줄기세포만 이식한 경우보다 체내에서 더 오래 생존하고, 살아남은 심근 세포수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 형성 및 세포 생장에 도움을 주는 사이토카인 분비가 크게 늘어나 혈관 재생을 촉진할뿐 아니라 심근세포의 생존 기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엔지니어드 줄기세포를 통해 이식된 줄기세포가 심근경색 치료의 획기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손상된 심근에 이식하는 새로운 치료법_in vivo priming
▲ 손상된 심근에 이식하는 새로운 치료법_in vivo priming

포스텍은 2017년 가톨릭대 연구팀과 함께 개발한 바이오프린팅을 바탕으로 심혈관 질환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으며, 현재 전남대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유효성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또 세포를 찍어내는 3D프린터와 소프트웨어, 바이오잉크를 개발하는 국내 벤처기업인 티앤알바이오팹에 기술이전을 마쳤다.

장진아 교수는 “엔지니어드 줄기세포와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FDA 등에서 승인받은 성체줄기세포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 새로운 개념의 심근경색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훈준 교수는 “골수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와 HGF를 발현하는 엔지니어링 줄기세포를 혼합한 3D 심장패치는 임상 적용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복합세포 융합 플랫폼으로, 기존 줄기세포치료가 가진 한계를 극복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 “기존의 치료법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중증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대통령포스트닥펠로우십, IITP 명품ICT인재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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