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신경활성 조절하는 뇌 화학물질 기능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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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신경활성 조절하는 뇌 화학물질 기능 규명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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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뇌기능 및 뇌질환 치료 단초, 이노시톨 대사물질 발굴

국내 연구팀이 보톡스 원료인 보툴리눔 독소처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는 생체물질을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은 정지혜 건국대 교수와 김세윤 카이스트(KAIST) 교수 연구팀이 뇌에서 합성되는 화학물질 이노시톨 파이로인산(5-IP7)의 신경활성 조절 기능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 건국대 정지혜 교수와 카이스트 김세윤 교수 (사진출처=한국연구재단)
▲ 건국대 정지혜 교수와 카이스트 김세윤 교수 (사진출처=한국연구재단)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은 뇌에서 합성되는 화학물질로, 과일이나 곡물 등을 섭취한 이노시톨이 체내에서 대사(인산화)되면서 생겨나며, 세포성장이나 대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노시톨은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인데 우리 몸에 들어오면 이노시톨 인산물질로 전환된다. 특히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은 비만이나 당뇨, 면역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 연구팀은 동물모델을 통해 신경활성의 핵심인 신경전달물질 분비의 조절자로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의 역할을 처음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의 뇌 활성 조절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의 합성을 조절하는 효소인 IP6K1 유전자를 제거한 녹아웃 생쥐모델을 제작, 이노시톨 파이로인산 부재에 따른 효과를 분석했다.

수립된 생쥐모델을 신경생리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신경세포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진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는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으로 인해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소포체의 세포외 배출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해진 것을 뜻한다.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고 난 소포체의 재유입을 억제하는 약물(폴리마이신 또는 다이나소)을 녹아웃 생쥐모델에 처리해도 약물 반응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시냅스 소포체 순환경로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 뉴런 데이터
▲ 뉴런 데이터

신경세포의 시냅스 말단에는 제한된 양의 시냅스 소포체가 존재하며, 자극에 의해 시냅스 소포체는 확률적으로 방출된다. 일반적으로 같은 시냅스라면 자극의 세기나 빈도 등에 따라 방출양이 결정되지만, 시냅스 말단의 다이내믹스가 변한 경우에는 같은 세기의 자극에 대해 시냅스 소포체가 방출될 확률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

이는 짧은 간격으로 연속적인 자극을 줘서 일정량의 시냅스 소포체 중 얼마나 방출되는지를 전기생리학적으로 측정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에서 볼 수 있듯이 10Hz의 자극에서는 연속 자극에 대한 반응성이 비슷하지만 더 짧은 간격으로 자극할 때에는 점차 IP6K1 녹아웃 뉴런의 반응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는 정해진 양의 소포체가 초기 자극에 의해 많이 방출되어 생기는 현상으로, IP6K1 녹아웃 뉴런에서 소포체의 방출확률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한 번 신경전달물질을 내려놓은 소포체는 지속적인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위해 다시 신경세포내로 재유입되는 순환과정을 거치는데, 연구팀은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이 재유입 과정에 관여해, 신경활성을 조절하는 것을 알아냈다.

▲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에 의한 신경전달물질 분비 조절 모식도
▲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에 의한 신경전달물질 분비 조절 모식도

뇌기능 조절과 관련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의 중요성은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대부분 세포수준의 연구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신경세포로부터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물질임을 증명했다.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물질인 '보톡스'처럼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조절하는 체내의 화학물질을 찾아낸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억장애,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과 치매 같은 퇴행성뇌질환에서 관찰되는 시냅스 소포체 순환의 결함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인자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지혜 건국대 교수는 "소포체 배출을 돕는 것으로 잘 알려진 칼슘과는 반대로 작용하는 뇌 화학물질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이번 연구를 통해 제시했다"며 "신경생물학 교과서에 신경전달물질 조절자로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기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세윤 카이스트 교수는 "생쥐와 같이 살아있는 개체수준에서 연구가설을 분석하고 검증하는 것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생쥐모델 제작과 생화학적, 전기생리학적 분석을 통해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의 신경전달물질 분비조절기능을 규명한 것은 매우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의 구조
▲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의 구조

이어 "뇌에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 합성을 제어할 수 있다면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노시톨 파이로인산 대사경로를 조절하는 후보물질 발굴 연구를 시작으로 이노시톨 대사물질에 의한 뇌질환 조절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노시톨 대사경로는 아직 밝혀야 할 생물학적 기능이 많기 때문에 많은 기초연구가 요구된다"며 "향후 질병치료에 이노시톨 화학물질에 기반한 지식을 적용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지원사업, 뇌과학원천기술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지난 23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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