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본성은 이타적인가 또는 이기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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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본성은 이타적인가 또는 이기적인가?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3.09.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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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규 교수의 〈과학에세이〉

 

                                                                사진: dreamstime

인류는 동물의 행동과 습성을 이해함으로써 일부 동물 종을 가축화시켰을 것이다. 계절별 동물의 출현, 구애 행동, 공격성과 먹이 포획 같은 행동에 관한 기술에서부터 새끼 양육과 의사소통 같은 행동까지 기록에 남아있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본능적 행동을 연구하는데, 본능적 행동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학습 없이 수행하고, 학습으로 변형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조류의 짝짓기 행동이나 거미의 거미집 만들기 같은 본능적 행동들은 많은 유전자의 상호작용 결과이다. 

모든 생물은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행동은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진화해왔다. 인류를 포함한 동물의 행동은 매 순간 선택의 결과물이다. 즉, 어떤 것을 먹을까, 누구와 연합하고, 짝짓기 할까를 선택해야 하는데 잘못된 선택은 적응도를 떨어뜨린다. 동물 집단 구성원은 영역 방어, 포식자 회피, 먹이 탐색과 자녀 양육 같은 일을 협업한다. 개체의 적응도는 자손을 산출함으로써 증가하지만, 자기 자손만 개체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이배체 생물의 경우, 같은 부모에서 나온 두 자손은 50%의 같은 대립유전자를 가지며, 형제의 자손과는 대립유전자의 25%를 공유한다. 따라서 부모나 친척이 자손의 양육을 도와줌으로써 각 개체는 자신들과 공유하는 대립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것을 설명해주는 기작이 혈연선택으로, 행동을 수행하는 개체가 비용을 치르는 대신, 친족의 생식 성공을 높여주는 행동이 선택된다. 해밀턴(W. D. Hamilton)에 의하면, 이타적 행동이 적응되기 위해서는 수혜자에게 주는 적응 이익에 행위자와 수혜자 사이의 혈연도를 곱한 값이 행위자가 치러야 하는 비용보다 많아야 한다. 

이타주의란 먹이를 나누고 위험을 다른 개체들에 경고하며 고아를 입양하고, 자신의 집단을 보호하는 등 다른 개체들을 위해 선행을 베푸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타주의는 생존 가치지만 여기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이타적 행동은 다른 개체의 적응도를 상승시키는 반면 자신의 적응도는 떨어뜨린다. 특정 동물 집단의 두 대립유전자 A와 A’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두 대립유전자 중에서 A 보유자는 피식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으로 다른 개체들을 위해 선한 일을 하고, A’ 보유자는 그렇지 않을 때 A’ 보유자는 A 보유자보다 더 오래 살고 더 많이 번식한다. 따라서 이타적 행동을 선호하는 A 대립유전자는 집단 내에서 감소할 것이다. 이타적 행동은 인류를 포함한 많은 동물에서 관찰되는데, 혈연선택 기작은 개체 적응도가 낮아지는 곳에서 이타적 행동의 진화를 설명하고 있다.

 

개미와 꿀벌 등 사회 집단에서 불임 계급의 진화는 혈연선택에 의한다. 군체 내 개체 대부분은 이타주의 결정체로 간주할 정도로, 개체의 적응도를 포기하고 군체의 선을 위해 헌신한다. 이들은 자신이 보유한 형질을 어떻게 다음 세대에 물려줄까? 암컷은 새끼를 낳아 자손을 퍼트리거나 자기 자매를 돌볼 수 있다. 반수 이배체이기 때문에 암컷 벌 종류는 자신과 유전자를 75% 공유하는 자매를 돌보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암컷이 자손을 생산하면 자손은 암컷 유전자의 50%만 갖게 된다. 영역 생활을 하는 조류 사회 집단에서는 암컷 한 마리만 알을 낳는데, 한 마리의 수컷만 그 알을 수정시킨다. 나머지 조류는 자신의 어린 자매들을 양육하고 포식자로부터 둥우리를 보호한다. 조력자 2~3개체 한 무리는 어린 새끼들을 4배나 더 양육할 수 있다. 대부분의 척추동물에 존재하는 공동 양육도 성공적인 번식을 돕는 방식이다. 이타주의와 협업전략은 행위자의 비용 지출로 집단 내의 구성원에 이익을 준다.

인류는 친사회적이며 협업을 수행하는 이타적 영장류로 음식을 나누고 분업하는데, 협업은 친족 경계를 넘어 확장된다. 인류의 이타주의는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과 보호 본능에 바탕을 둔다. 1871년에 출판된 ‘인류의 계보’에서 다윈(C. Darwin)은 인류와 하등동물 사이의 중요한 차이는 양심 또는 도덕이라고 주장했다. 인류는 윤리적 행동에 요구되는 세 가지 조건 즉, 자신의 행동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으며, 행동의 여러 진로 중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른 영장류의 이타주의는 가까운 친족, 배우자 또는 서로 보답하는 파트너 같은 친밀한 집단 사이에만 국한된다. 이기주의는 개체의 적응도 향상 행동을 선호하는 선택압의 결과지만, 이타주의자는 그들이 행하는 이타적 행동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므로 적응도가 감소한다. 선택은 가까운 친척들을 선호하는데 최근의 공통 후손이 유전적 유사성을 갖기 때문이다. 

미국심리학회에서 펴낸 사전에 따르면, 이기주의는 ‘다른 사람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때조차도 자기 이익을 과도하게 또는 전적으로 추구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으로 정의된다. 이기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갖는다. 인류 각 개인은 병적인 이기주의와 극단적 이타주의 사이의 어딘가에 있으므로,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거나 친사회적 또는 이타적 행동을 보여준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기주의가 불평등의 근원이고, 부유한 사람들의 성공을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류가 가진 대부분의 형질은 다윈의 자연선택설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인류가 현재 유지하고 있는 심리학적 형질은 선조들의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이기주의에는 진화적 이점이 있다. 제한된 자원만 갖고 있을 때, 자원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자신이 궁핍에 처할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이기주의는 현재까지도 작용하고 앞으로도 유지될 형질이다. 지적인 사람들은 단기간의 생존 지향성 결정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 이기주의는 집단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나, 개인 발전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기주의의 개념을 이기적 유전자설에 기반한 진화생물학, 합리적 사리 추구의 경제학과 심리적 이기주의에 대한 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기주의는 발현 효과가 한 개체의 적응도를 증가시키거나 생존과 번식 능력을 증가시키는 유전자 변이의 결과물이다. 유전적 이기주의는 모든 생물에 적용되며, 생물이 정신을 가졌는지와 상관없다. 숲에서 참나무가 다른 어린나무들보다 더 많은 잎이 자라게 하는 대립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결국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할 것이고, 참나무는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 경제학자들은 경제 행동의 주된 동기는 사리 추구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기주의가 집단의 이익 추구 전략은 아니다. 

 

인류 종 성공의 핵심 기작 중 하나가 협업 능력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류가 여러 대륙으로 여행하고, 지구상의 많은 사람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제 교역이 가능한 놀랄만한 성취는 협업 때문에 가능해졌다. 다른 영장류와 달리 인류는 다른 사회 집단과도 기꺼이 협업하는데, 협업은 참여자의 적응도를 향상하게 된다. 인류의 협업에 대한 진화이론은 모두 이타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 번째는 ‘대실수 가설’로, 인류의 이타적 성향은 친족으로 이루어진 작은 집단생활 때부터 진화됐으며, 이 설정에서 이타적 행동은 혈연선택에 의해 유도된다. 두 번째는 ‘문화적 집단선택 가설’로, 대규모 사회 집단에서 나타나는 인류 진화의 후기 단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많은 이타주의자가 존재하는 사회 집단은 다른 집단과의 경쟁에서 앞서게 된다. 세대를 관통하는 행동의 전승은 유전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일어난다. 현대 인류 역시 다른 사람들을 모방하는데, 집단에 이타주의자가 존재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를 모방할 것이며 이것이 집단의 성공을 이끌게 된다. 집단이 커짐에 따라 이런 작용은 사회적 기준을 형성하고, 이타주의를 촉진하여 다른 사람들의 상대적 생존을 이롭게 한다. 즉, 인류는 문화적 진화로 이타주의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인류는 환경적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뱀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류가 위험한 생물들과 함께 진화해왔기 때문인데, 이러한 공포는 조상의 목숨을 지켜주었으며 고유한 선천적 행동이 되었다. 인류 이타주의의 배경에는 감정전이, 타인의 동기 인식과 타인의 시각을 적용하는 공감능력이 있다. 모든 이타적 행동이 공감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동물이 외부의 위협을 경보하거나, 침입자를 죽이거나 자기 쪽으로 유인하는 행위는 이타적 행동이나, 그러한 행동은 수익자와의 공감에 근거를 두지 않는다. 공감은 욕구나 고통을 겪는 개체를 돕거나 편안하게 해주는 지향성 이타주의에 한정되어 있다. 

사마귀는 포식자이고, 육식성이며 동족을 잡아먹는 곤충이다. 암컷 사마귀는 수정과 발생을 향상시키기 위한 생식 전략으로 교미 동안 또는 교미가 끝난 후 수컷 사마귀의 머리를 섭식한다. 꿀벌은 집단이 위협을 받으면 침입자에게 침을 사용한다. 이때 꿀벌의 내장이 침과 같이 빠져나와 죽게 되는데, 사회적 집단에서 행해지는 이타적 행동의 한 예이다. 사바나원숭이는 포식자를 보게 되면 구성원들에게 경고 소리를 질러 위험에 처한 집단을 구하는 이타적 행동을 취한다. 남극의 아델리펭귄 집단 중 일부 개체는 다른 개체들이 안전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관찰하는 동안 남극 바다의 차가운 물에 뛰어든다. 만약 위험이 없다면 다른 펭귄들도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내린다. 

인류의 본성은 이타적인가 아니면 이기적인가? 인류는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다. 사리 추구가 진화 과정에서 인류의 승리를 돕는 유일한 행동은 아니다. 협업하는 집단은 다른 집단에 비해 생존과 번식 능력을 향상시키는 공정한 사회기준을 유지하며, 이러한 친사회적 동기가 집단을 번성시키게 된다. 왜 많은 사람이 이기적인가? 이기적인 사람은 위기 때 자기중심적 행동을 보인다. 인류 대부분은 자아를 북돋우는 자신 위주의 사고체계를 갖고 있다. 철학자인 홉스(T. Hobbes)는 사리 추구가 인류의 근본적인 욕구라고 주장하였고, 심리학자인 바쓰(F. D. Barth)는, 자신에게 과도하게 관심을 쏟거나 자신만 배타적으로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욕구 또는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을 이기주의자라고 정의하였다. 심리학자인 보비(L. M. Bobby)에 따르면, 감성지능은 넓은 영역으로 존재하는데 일부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감성지능이 낮다. 낮은 감성지능의 한 가지 증상은 다른 사람의 생각, 느낌과 욕구 대신에 자신에게 자기도취적으로 집착하는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는 것을 회피하는 적응 경향이 있다. 즉, 자신의 실제 행동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선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행동은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심리적 웰빙에도 해를 끼치게 된다. 심리학자인 류보머스키(S. Lyubomirsky)는 “여러분의 생애 동안 행복해지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을 도와라.”라고 말한 바 있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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