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재건하기 위한 진보정치의 역할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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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재건하기 위한 진보정치의 역할과 과제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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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민주주의는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 로버트 커트너 지음 | 박형신 옮김 | 한울아카데미 | 544쪽
 

1970년대 이후 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밀려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불평등한 경제와 권력지향적 정치는 과연 시장경쟁과 지구화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일까? 이 책은 글로벌 자본주의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된 상황의 근원을 추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한때 서로를 강화하는 건강한 사이였지만, 왜 현재 이토록 불편한 관계가 되었는지를 수많은 정치적 인물과 사건 속에서 얽어내며 매우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자본주의가 무소불위의 힘을 얻게 된 지금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었다. 맹목적 애국을 강조하는 우파 포퓰리즘이 세계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몇몇 국가에서는 파시즘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위기 상황의 근원을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이 적극적으로 도입한 신자유주의에서 찾는다. 전 세계로 퍼져나간 신자유주의 정책과 가치는 전후 세계 각국이 합의한 사회적 약속을 해체하는 추동력이 되고 말았다. 진보세력이라 할 수 있는 빌 클린턴, 토니 블레어,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 중도좌파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저지하기는커녕 이 물결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

저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우파 포퓰리즘에서 불길한 조짐을 읽어낸다. 이같은 현상은 20세기의 파시즘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확대되고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경제적 정명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돈이 시민권보다 더 강력해진 상황에 크게 분노하나 분노의 타깃을 잘못 잡은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전 세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극우 민족주의의 근원과 금융의 지구화로 심화된 약탈적 자본주의를 냉철하게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분노할 대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직시하도록 만든다. 특히 글로벌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노동계급에 극단적인 민족주의 감정을 조장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만들어준 트럼프의 전략은 매우 주효했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결정적 계기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루스벨트는 자본주의의 엔진과 민주주의의 이상 간 건전한 균형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는 민주주의에 의해 관리되는 글로벌리즘 체계가 작동했다. 혼합경제체제를 통해 미국은 ‘자본주의를 이용해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기적을 이룩하며, 30년간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금융의 자유화, 노동조합 약화, 규제완화와 민영화 등으로 인해 ‘괜찮은 자본주의’는 해체되고 말았다. 특히 전 세계로 퍼져나간 신자유주의 정책과 가치는 전후 세계 각국이 합의한 사회적 약속을 해체시키는 추동력이 되었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당시의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자본주의’를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단순하고 효율적인 금융체계로 돌아가 금융이 경제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 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규모의 사회투자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전제정치와 과두정치를 종식한다면 '괜찮은 자본주의'로 돌아갈 수 있다고 확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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