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관점에서 들여다본 노자의 '무위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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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관점에서 들여다본 노자의 '무위 철학'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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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노자 도덕경 교육의 시선으로 읽다 | 신창호 지음 | 박영스토리 | 276쪽
 

고려대 대학원 강의시간에 '노자'에 대해 다룬 내용을 재정돈한 글로, 강의에 참여한 대학원생들과 교수가 함께 읽고 정리한 책이다.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도 있고, 교육학적 아이디어나 시사점을 제공하는 차원의 성숙하지 않은 글도 있다.

우리는 사실 ‘노자(老子)’라는 이름을 무척 많이 들었지만, 노자라는 인물과 사유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때로는 아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교육학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노자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기록이 거의 없다. 노자를 만난 공자는 그를 용(龍)에 비유하며, 알기 어려운 존재로 보았다. 현실에 찌든 공자의 눈으로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묘한 존재임에 분명했다.

노자는 도(道)와 덕(德)을 닦으며, 그 학문은 스스로 재능을 숨겨 이름이 드러나지 않기를 힘썼다. 주나라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주나라가 쇠약해지자 마침내 주나라를 떠나기로 작정했다.

길을 떠난 그는 함곡관(函谷關)에 이르렀고, 그곳을 지키던 수비대장 윤희(尹喜)가 노자를 알아보고 “선생님께서는 은둔하시기로 마음을 정하신 것 같군요. 이 사람을 위해 가르침을 남겨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노자는 윤희에게 상하 2편의 글을 저술해 주었고, 도와 덕의 의미를 말한 5,000여 글자를 남겼다. 그것이 바로 노자의 '도덕경'이다. 노자가 귀중하게 여긴 '도'는 허무하여 실체가 없고, 자연스럽게 변화를 따르며 무위하는 가운데 천변만화하는 사유를 중심으로 한다. 때문에 그의 문장은 미묘해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마천의 기록을 아무리 깊이 탐구하더라도, 노자를 알기란 쉽지 않다. 노자가 누구인지, 실존 인물인지 가상 인물인지, '도덕경'이라는 책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성립되었는지, 도무지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 그만큼 답답할 수도 있지만, 독해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노자 '도덕경'이라는 저서에 담긴 의미 체계를 '교육'이라는 프리즘으로 읽어냈다. 기존에 철학의 프리즘으로 읽은 텍스트는 많지만, 교육의 시선으로 읽고 풀이한 텍스트는 희소하다. 저자는 이러한 점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노자는 교육에 있어 ‘억지로 행함이 없음’, 즉 '무위(無爲)'를 중시했다. 노자의 무위는 인위적이거나 의도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작위(作爲)를 일삼아 왔다. 일을 꾸민 만큼 무언가를 짓고 만들어온 내력을 지니고 있다. 인간과 사회라는,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 작위, 그 행위가 역사이다. 그런데 노자는 작위에 대립되는 무위를 말한다.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불위(不爲)’를 의미하는 언표가 아니라, 사물이 활동하고 작용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준거하는 또 다른 역동성을 뜻한다. 역동적인 힘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위 주체자의 의식을 순화해 무위의 경지를 체득해야 한다. 무위의 경지를 체득한 사람은 의도적으로 사물의 활동과 작용에 순응하려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자신의 본성이 내키는 대로 행위할지라도 모든 일이 저절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무위는 오히려 모든 행위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유효한 삶의 태도로 전환된다.
 
노자의 무위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정치, 교육 상태에 대한 대안이자 질타이다. 인간인 이상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간섭이나 관계가 없을 수는 없다. 따라서 가능한 한 간섭하지 않는 교육, 자유 또는 자율의 무위 교육이 요구된다. 지나친 간섭과 꽉 짜여진 지식 교육보다 좀 느슨하고 자유로운 자율과 자치의 교육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자가 제시한 무위의 교육철학은 현대사회의 비인간화 교육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제공한다. 무위를 통해 보다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자세, 자연스러운 교육을 중시하는 태도는 현대교육의 병폐에 대한 수많은 대안들과도 상통한다. 아울러 너무나 많은 언설들 속에서 그것을 벗어나는 교육적 가치와 무언(無言)의 교육에 대한 가치판단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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