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의심 학술정보 걸러낸다...KISTI,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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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의심 학술정보 걸러낸다...KISTI,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 운영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25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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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정식 오픈 목표, 부실 학술지·학술행사 DB 구축 확대
KISTI "건강한 연구 환경 기반 조성이 우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부실로 의심되는 학술정보를 확인·공유해 예방하고, 안전한 학술출판 활동을 지원하는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을 24일부터 시범 운영한다.

SAFE는 2018년 일부 교수와 연구자들이 부실의심 학술행사에 참석하거나 부실의심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행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계에서는 수많은 학술행사와 학술지의 부실 여부를 일일이 찾아 확인하기 어렵고, 부실여부를 명확하게 가를 판단기준이 모호하다고 호소해왔다.

KIST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학술논문 데이터로 바라본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의 국가별 및 분야별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 스코퍼스에 등재된 국내 연구진의 전체 논문 중 부실학술지로 분류되는 곳에 실린 논문 비중은 7.3%로 분석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49%의 두배가 넘는 수치로, 2위와 큰 격차를 보이며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보다 높은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고 리투아니아(4.03%)와 이탈리아(3.93%)에 불과했다. 분야별로는 다학제 분야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이 20.38%, 보건학은 19.79%로 5건 중 1건 꼴로 부실학술지에 게재됐다. 이어 화학공학(9.20%), 환경과학(8.33%), 사회과학(8.15%) 순이었다.

OECD 국가의 국가별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전체 시기와 최근 5년 비교.(사진='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의 국가별 및 분야별 비교' 보고서)
OECD 국가의 국가별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전체 시기와 최근 5년 비교.(사진='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의 국가별 및 분야별 비교' 보고서)

학술논문을 많이 게재한 상위 20개 국가 중에서도 한국은 인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위에 머문 중국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이 4.66%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상황은 꽤 심각한 편이다.

한 러시아 연구진의 조사에서는 한국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이 꾸준히 늘어 2015년 기준으로 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체코 연구진은 2013년~2015년 기간 한국의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이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과다한 부실학술지 게재비중은 과학 선진국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현상"이라며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우리나라 학술생태계의 ‘쉽고 빠른 논문 게재’라는 유인체계가 이미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학계가 학회의 부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자, 지난해 10월 연구부정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부실학회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부정방지위원회를 신설해 부실학회를 검토하고 부실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시범 운영에 들어간 SAFE는 그 첫 단계에 해당한다.

SAFE는 연구자들에게 부실 학술출판의 개념과 특징, 가이드라인, 관련동향 등을 소개하고, KISTI가 그동안 수집, 분석한 약 15만 건 이상의 학술지 정보와 48만 건 이상의 부실 의심 학술행사 정보를 담았다.

이곳에서는 연구자들이 쉽게 부실의심 학술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학술지 검색서비스’와 부실 의심 학술지나 학술행사를 신고할 수 있는 기능 등도 포함됐다. 신고된 학술지 등에 대해서는 ‘부실학술활동 토론방’에서 연구자 간 토론을 통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SAFE는 오는 10월 정식 오픈을 목표로, 부실 학술지·학술행사 DB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부실학술활동의 특성을 분석한 체크리스트 개선, 학술정보에 대한 안전지수 제공, 의심 학술활동 탐지·판별 기술 개발, 각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원 등에서 기관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OpenAPI 서비스 제공 등 지속적으로 기능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최희윤 KISTI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부실학술활동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선의의 연구자들이 많은 피해를 봤다”면서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국내외 약탈적인 학술지·학술행사로 인한 피해 없이, 안심하고 연구성과물을 출판할 수 있는 건강한 연구 환경 기반 조성이 우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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