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기본소득-세금감면 투 트랙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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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기본소득-세금감면 투 트랙 전략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2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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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사색]

김경수 경남지사가 제시한 ‘재난기본소득안’이 쟁점이 되고 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이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것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해소하지 못하면 경제 위기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재난기본소득 제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보수 야당은 재난기본소득이 아니라, 일종의 재난세금감면을 주장한다.

2008년 금융위기가 몰고 온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모든 거주자에게 1인당 13만 9천 원을 일괄적으로 지급한 적이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가구 당 평균 116만원의 세금환급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막대해지고 있는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홍콩 같은 경우 18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1인당 154만 원 정도를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하려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초고소득층을 제외한 전 국민에게 총 250만원 상당 액수를 지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일본, 대만, 호주 등도 재난기본소득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재난기본소득은 전 세계 주요 국가들로 확산될 전망이다.

재난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돈이 소비를 촉진시키고 내수를 진작시켜 결국에는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은 재난기본소득이 가져올 경기부양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1인당 지급액이 작아질 수밖에 없고, 고소득층으로 가면 그나마 재난기본소득이 소비로 지출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금 감면으로 경제적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까? 사실 세금 감면은 근로소득이 없거나 적은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없다. 따라서 고소득층에게만 유리한 세금 감면은 오히려 사회적 양극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생계 위협마저 느끼고 있는 소규모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에게는 세금 감면이 아니라 재난기본소득이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동아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그 액수가 충분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이는 2차 대전 이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그만큼 그 파장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여야가 재난기본소득이냐, 재난세금감면이냐를 두고 논쟁만 하거나 당리당략적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고, 상대방의 발목만 잡으려 한다면, 코로나19는 국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경제가 붕괴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몰고 올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분명 정부는 파격적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세금 감면이 세금을 많이 내는 계층의 소비를 촉진시킨다면, 이를 시행해 경기부양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난기본소득(정확히 말해서 재난 수당)은 경제적 취약 계층의 생계를 보호하는 직접적 방안이 된다는 점에서 결코 포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세금 감면은 소득계층별로 차별화하여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고, 재난기본소득은 가능한 최대 규모여야 한다. 그리고 그 황금비율을 찾는 것은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민사회의 몫이다.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철학과에서 악셀 호네트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여대 기초교육원 현대철학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며, 『베스텐트 한국판』 책임편집자, 철학연구회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미셸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 『인정의 시대』, 공저로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 『포스트모던의 테제들』, 『현대정치철학의 테제들』, 『현대페미니즘의 테제들』이 있고, 역서로는 『사회주의 재발명』, 공역서로는 『정의의 타자』 『인정투쟁』 『분배냐, 인정이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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