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 대학과 국가연구소 역할 분담, 지방의 클러스터화
상태바
독일 … 대학과 국가연구소 역할 분담, 지방의 클러스터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0.03.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술연구 글로벌 동향] 미국·영국·독일·일본의 연구 시스템 비교(2)

- 생명과학·생물의학 분야 주요 연구기관 비교 분석

한국연구재단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의 생명과학 및 생물의학 분야 연구기관을 비교·분석한 브리프[NRF R&D Brief-2020-03]를 지난 9일 발간했다. 이 브리프는 일본 연구개발전략센터(CRDS)에서 발간한 '연구력 강화를 위한 대학·국립 연구소 연구시스템의 국제적 벤치마킹' 보고서에서 드러나는 미·영·독·일의 생명과학·생물의학 분야의 주요 연구기관을 비교·분석한 것이다. 이 브리프는 이들 나라의 주요 연구기관을 조사하여 크게 변화하는 생명과학·생물의학 관련 트렌드 중 높은 연구력을 발휘하기 위한 연구시스템 탐색의 일환으로 작성됐다고 재단 정책혁신팀은 밝혔다.

◇ 미국…과학 연구시스템도 자본주의적

미국의 생명과학·생물의학 분야 주요 연구기관으로는 국립연구소와 사립 및 주립대학을 들 수 있다. 대학 랭킹에 항상 오르는 대학은 모두 사립대학으로 대표적인 대학은 MIT, 하버드, 스탠포드 대학 등이다. 2016년 NIH(미국 국립보건원)의 연구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대학들의 주는 37억 달러의 캘리포니아 주이며, 26억 달러의 메사추세츠 주가 뒤를 이었다.

▲ 하버드 메디컬 스쿨
▲ 하버드 메디컬 스쿨

하버드 대학의 경우, 부속병원이 존재하지 않으나 대학 소유의 메디컬 스쿨에는 10개의 Basic and Social Science Departments가 있으며 테뉴어 및 테뉴어 트랙 교원 176명이 소속되어 있다. 의학부 본체의 예산은 약 6억 5,600만 달러이며, 연계기관을 포함한 전체 예산은 1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16개의 연계기관과 18개의 임상부문, 그리고 38개의 병원 내 부문이 존재한다.

스탠포드 대학은 두 대학병원(Stanford Health Care와 Lucile Packard Children's Hospital)과 메디컬 스쿨을 종합해 Stanford University Medical Center라 부른다. 재무 면에서 스탠포드 대학과 구분되며 2개의 대학병원 예산은 연 35억 7,000만 달러이며, 이 중 의학부의 예산은 9억 8300만 달러 정도이다.

산업 분야에서는 의약품 매출 상위 10개 중 6개사(Pfizer, Merk, Johnson&Johnson 등) 및 의료기기 매출 상위 10개 중 6개사(Johnson&Johnson, General Electric 등)가 주요 연구기관에 포함된다.

◇ 영국…경쟁적인 환경 심화

영국의 생명과학·생물의학 분야 주요 대학으로는 높은 수준의 기초 연구를 뒷받침하는 옥스퍼드 대학, 케임브리지 대학, 유니버설 칼리지 런던(ULC), 킹스 칼리지 런던(KCL),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를 들 수 있으며, 그 외 지방대학들도 포함된다.

▲ 영국 MRC 분자생물학 연구소
▲ 영국 MRC 분자생물학 연구소

주요 공공 연구기관은 대학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이들 대학과 밀접한 연구협력을 진행한다. 연구기관의 PI(연구 책임자)가 그곳의 교수직을 겸임하여 학생지도나 연구지원을 수행한다. 대표적인 공공 연구기관인 MRC(영국 의학연구위원회) 산하의 MRC 분자생물학 연구소는 케임브리지 바이오메디컬 캠퍼스와 협력하고 있으며, MRC 런던 의과학 연구소는 ICL의 해머스미스(Hammersmith) 병원과, 그리고 유럽 최대의 생명과학 연구소인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는 UCL, ICL과 협력하고 있다. 그 외 주요 공공 연구기관으로 영국생명공학연구위원회(BBSRC) 소관 존 인네스 센터와 바브라함 연구소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MRC와 BBSRC 산하의 국가 연구소들은 ‘Ph. D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마련해 근처의 다양한 대학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는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과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있으며 의약품, 바이오테크놀러지 분야 등을 합하면 영국에 대략 4,500개사가 있다. 이들 기업은 약 50억 파운드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500억 파운드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 독일…지방의 클러스터화

영국의 생명과학·생물의학 분야 연구기관은 주립대학, 연구협회, 민간기관으로 나눌 수 있으며, 대표적인 연구소로는 막스 플랑크 학술진흥협회, 헬름홀츠 협회 등을 들 수 있다.

▲ 독일 MPG(Max-Planck-Gesellschaft) 로고
▲ 독일 MPG(Max-Planck-Gesellschaft) 로고

막스 플랑크 협회(MPG: Max-Planck-Gesellschaft)는 2017년 1월 기준으로 84개의 연구기관과 연구시설 및 5개의 해외 연구소, 1개의 해외 연구시설이 있으며, 2016년 12월 기준으로 14,036명의 과학자를 포함해 총 22,995명의 스텝이 고용되어 있다. 2017년 총수입은 21.4억 유로, MPG 기반적 경비는 약 18.1억 유로(82.6%)였다. 프로젝트 경비는 10.2%를 차지하며, 기반적 경비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각 40%를 부담한다. 약 40개의 기관이 생물·의학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막스 플랑크 생화학 연구소는 복잡한 생물의 단백질 구성 및 기능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연구소로 8개 연구 부문과 약 25개의 연구그룹에서 850명의 스텝과 45개국 480명의 과학자가 재적 중이다.

독일 최대 과학연구기관인 헬름홀츠 협회(Helmholtz-Gemeinschaft)는 18개의 연구센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39,000명 이상의 스텝과 연 45억 유로의 예산을 보유하고 있다(60%는 국가부담). 생명 계열은 5개 센터가 메인으로 독일 암 연구센터, 독일 신경변성 질환센터, 헬름홀츠 감염연구센터, 독일 환경건강 연구센터, 분자의학을 위한 막스델브뤽센터이다. 이 중 독일 암 연구센터(DKFZ)는 독일 최대의 생물의학 연구기관으로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협력하고 있다. 총 3,024인(2018년 7월 현재)의 스텝이 고용되어 있으며 예산은 기반적 경비금, 프로젝트 자금 및 자기수입으로 2.8억 유로(2018)에 달한다.

라이프니츠 협회(Leibniz-Gemeinschaft)는 사회적, 경제적, 생태학적 관련성 문제를 다루는 93개의 독립된 연구기관이 결성한 협의체로 9,900명의 연구자를 포함해 19,100명이 고용되어 있고 총 예산은 약 19억 유로로 국가와 지방정부가 각 40%씩 부담한다.

모든 대학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며 순위 경쟁이 없었으나, 최근에는 연방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명확한 전략과 함께 엘리트 대학 선발을 추진하고 있다. THE 세계대학 순위 2019 및 QS 세계대학 순위 2019에서 독일 대학의 순위는 미국이나 영국 대학에 비하면 떨어지는 편이다.

독일의 제약분야에는 바이엘과 베링거잉겔하임, 의료기기에서는 Fresenius와 Siemens 등의 글로벌 기업이 있으며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이다. 전체적으로 자동차나 기계 분야와 비교할 때 생명, 제약 분야의 기술이전과 산학연계는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 일본…균형과 평등 중시 정책 재고 필요

일본의 생명과학·생물의학 분야 주요 대학으로는 연구 및 이를 통한 고급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세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대학 컨소시움 RU11(알 유 일레븐)에 소속된 11개 대학과 운영비 교부금분배 3유형에서 탁월한 교육 연구형 대학으로 지정된 16개 대학이 있다. 공적 연구기관으로는 이화학 연구소, 산업기술종합 연구소, 국립고도전문의료연구센터의 6개 법인, 그리고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 등이 대표적이다.

▲ 일본 대학 컨소시움 RU11
▲ 일본 대학 컨소시움 RU11

이화학 연구소는 20여 개의 연구센터, 4,000명 규모의 종사자, 966억 엔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생명분야는 연구스텝이 생명의과학연구센터 360명(PI 55명), 생명기능과학연구센터 559명(약 72 PI), 뇌신경과학연구센터 380명(약 33 PI)에 달한다.

산업기술종합 연구소는 45개 부문 센터에 총 직원 5,000명 규모고 예산은 929억 엔(2018년) 정도이다. 이 중 생명공학 분야는 4개 부문과 1개 센터로 구성되며 53개 그룹‧팀에 연구자는 대략 250명 규모(전체 연구직원의 13%)이다.

국립고도전문의료센터에는 국립암센터를 비롯해 국립순환기병센터, 국립정신·신경센터 등 6개 독립법인 센터가 있다. 이들 6개 법인은 각각 병원과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45억 엔의 연구예산을 보유(2016년)한 국립암센터연구소는 6개 그룹(21 PI)과 1개 센터(15개 시설‧부문)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비교 분석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미국, 영국, 독일은 각자 독특한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과학 연구시스템도 자본주의적이며, 자금과 인재의 턴오버가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은 REF(Research Excellence Framework: 연구우수성 프레임워크) 등의 영향으로 경쟁적인 환경이 심화되고 있으며, 독일은 대학과 국가연구소의 역할 분담, 주정부(지방)의 클러스터화, 기초 연구우대 등이 두드러진다. 특히 영국과 독일은 플레이어(대학, 연구기관)의 역할과 펀딩기관의 스테이지를 명확히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본의 경우는 균형과 평등을 중시해오면서 생명·의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인재와 예산을 집중시키고 기반적 경비와 경쟁적 자금, 대학과 국연의 기능분담, 연구단계의 생태계·균형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